충북연극‘스폰서’가 필요해
상태바
충북연극‘스폰서’가 필요해
  • 충청리뷰
  • 승인 2002.08.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내 6개 연극단체… 소공연장은 창고 수준
전업배우 몇명 없고 신입단원 모집 힘들어

연극을 종종 세상살이 같다고 비유한다. 배우와 스텝 연출자가 보여주는 한편의 연극은 잘짜여진 허구이지만 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매체일 것이다.
그래서 연극은 늘 생방송이다. 매 장면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연극처럼 세상살이도 재방송 없는 생방송이기 때문.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의 연극시장은 디지털 영상매체에 설 자리를 점차 빼앗기고 있다. 특히 중앙에 비해 지역의 현실은 연극 한편 올리기도 힘이 부친다.

연극보는 고정관람객 거의 없다

충북지역의 연극단체로는 시민극장, 상당극회, 청사, 청년극장, 새벽, 열림터가 있다. 이들 단체는 올해 1~2회 정도의 정기공연, 순회공연, 연합공연등을 열었다.
공연을 한번 올리는 데 드는 최소 비용이 보통 천만원 단위이고, 연습기간은 2달여가 소요된다. 극단마다 차이가 있어 단원들은 적게는 30명에서 50명 정도. 그러나 실제적으로 연극을 올리는 인원은 손으로 꼽는다. 청년극장 홍진웅 대표는 “연극인이라고 등록된 인원 수가 백여명 정도이나 활동하는 인원은 30여명 정도”라며 “배우들이 극단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연출을 위해 상호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어렵게 공연을 올려도 무대를 찾는 발걸음은 뜸하다. 극단 새벽 이광진대표는 “이번 정기공연에 찾아온 관객은 천여명정도 였다. 그나마 학교 레포트 제출을 위해 찾아온 학생들이 자리를 메꿨다”며 “순수 관람객 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상당극회 박현진 대표는 “연극문화가 서울에 편중되어 있고 청주에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기대조차 힘들다. 아무리 잘나가는 연극도 청주에선 만명을 넘기기 힘들다”며“그나마 있던 소수의 고정관람객층도 IMF을 맞으며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연극인들은 충북연극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만 해도 괜찮았다고 회고한다.
81년도 진주개천예술제에서 시민극단의 대통령상 수상, 92년도 상당극회 전국연극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과 2000년 청년극단 대통령상 수상과 매년 전국단위 경연대회에서 좋은성적이 말해주듯 충북연극 수준은 타시도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극인들은 “배우층의 연령층이나 기량이 평균을 윗돈다”고 강조했다.

“연극공연장은 수동창고같다”

사실 연극이 비주류의 소수문화로 고정화된 것은 최근 몇년간의 변화는 아니다. 또한 충북지역만이 갖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충북연극의 제반적인 환경은 열악하다. 따라서 왜 좋은 꽃을 피우지 못해 관객을 끌지 못하냐는 식의 극단에 대한 일방적인 책임몰이는 너무 가혹해 보인다.
연극인들은 충북연극의 가장 큰 문제점이 연극을 이끌어나갈 다음세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현진 대표는 “몇년전만 해도 오디션을 하면 몇대일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최근 3~4년전부터는 신입단원 모집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대표는 “‘가뭄에 콩 나듯’ 극단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으나 대부분 연극을 연예·방송 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트레이닝 과정쯤으로 여기고 왔다가 쉽게 떠나간다”고 말했다. 다른 극단들도 이와 비슷한 처지. 이광진 대표는 “이전에는 대학내 연극동아리 학생들이 졸업후 극단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됐으나 지금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한편 홍진웅 대표는 “극장시설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청주지역의 소극장들은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도 아닌 수동 창고”라며 그나마 이런 극장도 몇개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극단이 직접 극장을 운영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일이다. 시민극장은 지난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아직까지 운영할 사람을 못 찾고 있으며, 문화공간 너름새는 그동안 몇차례 주인이 바뀌고 현재는 청년극장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극단새벽이 연극창고를 갖고 있다.
이러한 극장들이 관객의 발걸음을 붙잡기에는 턱없이 조악하다. 지하에 위치한 한 극장은 한여름에도 습기때문에 난로를 피우며 연습을 하고 있는 실정이니 관객들을 위한 난방시설 편의시설등을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극단대표들은 연극에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스폰서가 없다는 것이다. 극단들은 대부분 무대창작진흥기금, 문예진흥기금등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순수창작지원금 등 정책적인 지원금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전업배우들은 몇명 없다. 극단이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밥벌이할 직업을 따로 두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

“연극도 즐거운 놀이문화다”

현재 연극을 취미로 하는 주부클럽, 직장인 동호회등의 동아리문화는 과거에 비해 현격히 줄어든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도내 연극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연극도 즐길 수 있는 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야 된다는 여론이다.
오는 8월 15일부터 21일까지 문화공간 너름새에서 열리는 도내 고교 연극반 동아리들의 연극잔치 ‘제 15회 충북청소년 연극제’ 는 도내 12개 고교가 출연해 열띤 경연을 펼친다. 한국연극협회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충북연극인협회가 주관하며 대상을 수상한 학교에는 오는 10월말 서울에서 열리는 ‘교보생명과 함께하는 제 6회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하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러한 청소년 연극제는 도내 연극반 학생들에겐 그동안의 기량을 선보이는 첫 무대가 된다. 그러나 다른 타도에 비해 충북도의 행사 지원금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연극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한 지원금, 지역극단을 위한 지원금등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도내에서는 유일하게 극단 새벽이 5년째 고교생들을 위한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극단 ‘해오름’은 현재 8명의 학생들이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하여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말에 정기공연을 갖는다.
한 연극인은 “주 5일근무제 시행으로 연극계는 주부, 직장인을 수용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 정체되어 있는 연극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극단의 자체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