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전시장에서 흙장난 해도 돼요?”한국공예관 특별기획 ‘흙놀이 조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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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시장에서 흙장난 해도 돼요?”한국공예관 특별기획 ‘흙놀이 조형전’
  • 충청리뷰
  • 승인 200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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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미술’을 정의 내리기는 만만치 않다. 관객들이 작품생산에 참여했다면 참여미술이요, 작가가 전시장에서 관객과 함께 물레를 돌린다면 그것또한 참여미술이다. 이렇듯 참여미술이란 수동적이고 완성형의 전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진행형의 전시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참여미술을 표방하는 전시를 지역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전시의 표현방식을 두고 비판하는 여론도 많다. 아직까지는 프로그램들이 미완성이고 단편적이라는 것. 또 일회성으로 그치는 이벤트성 전시라는 것이다.

우리는 전시장에서 흙을 가지고 논다

한국공예관에서는 유치원생부터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흙놀이 조형전’이 17일부터 이달말까지 열린다. 흙의 자유로운 조형성을 매개로 열리는 참여미술전시이다. 전시는 만져보기, 들어보기, 통해보기, 담아보기, 빚어보기, 느껴보기, 알아보기, 물체극소품 전시 등의 8단계로 구성된다. 3층 전시실에서 오감을 통한 흙놀이가 진행되고 4층전시실과 다목적실에서는 공예관련 영상물과 직접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게 된다. 또 주성대학교 아동문화과 아동미술전공 학생들이 도슨트(도우미)역할을 맡아 전시관람과 감상워크북 작성을 도와준다. 감상워크북이란 관객들이 전시를 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관람일기이다.
이번 아동미술 참여프로그램은 주성대학교 아동미술과 황성실 교수가 5년여에 걸쳐 만든 것이다. 전시장에는 황교수의 작품들과 아이들이 체험하는 놀이가 병치되어 있는데 가령 질그릇 작품안에 그릇모양으로 만든 색종이에 소원을 적어 담기, 흙으로 구운 천정모빌을 두드리며 소리듣기 등의 방식이다. 또 아이들은 요일별로 색깔이 다른 물고기카드에 자신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을 벽면에 설치하기도 한다. 수원에 사는 이희원(35)씨는 “우연히 집안일로 청주에 내려왔다가 전시 플래카드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며 “딸아이가 정말 즐거워 한다”고 말했다. 남성초등학교에 다니는 전현지(12)양은 “미술학원에서 친구들과 관람왔는데 전시장에서 흙을 만지고 놀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300여명. 한국공예관 큐레이터 안승현씨는 “미리 각 학교에 공문을 띄워 예약신청을 받은 학생과 학부모가 700여명정도” 라며 “전시기간내 약 천여명 가량의 관람객이 다녀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참여미술전시는 수동적으로 그림 앞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접촉하고 놀이에 가까운 행위를 통해서 미술에 친숙해지는 것이다. 이는 장차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예술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생활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구태여 의식하지 않고도 바로 수용할 수 있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몇달전에 가졌던 프로그램을 전시장에 맞게 재구성하다보니 공간구성이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이며, 참여작품생산의 폭도 좁아 보인다.

한국공예관, 복합문화공간으로 가능할까

큐레이터 안씨는 이번 기획전에 대해 “한국공예관의 앞으로 전시방향을 가늠해 볼수 있는 전시”라고 밝혔다. 시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미술관이나 다름없는 공예관이 교육과 연계된 시민참여형 전시의 응답은 아귀가 잘 맞아보인다.
작년 9월 개관이후 공예관은 대관전, 기획전, 공예협회 정기전 등 한달에 두번 꼴로 꾸준히 전시를 열어 왔다. 1층 공예샵 ?2층 기증품 및 상설전시실, 3층 기획전시관과 4층 공예정보센타로 영상시설을 갖춰놓고 있는 공예관은 한마디로 ‘공예’를 중심으로 상업갤러리와 공공미술관의 성격이 교묘히 짬뽕되어 있다.
지역 공예인 모씨는 “한국공예관이 정책적으로 세웠졌다 하더라도 공예인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면서 “일부 공예인들 사이에는 공예관이 꼭 공예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로의 개방 또한 이뤄지길 바란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미술의 장르가 파괴되고 대형미술관의 성격 또한 복합문화공간, 야외공간으로 변화되는 추세에 공예관 역시 고정화된 장르의 전시를 되풀이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적극적인 문화공간이 되길 기대하는 여론이 많다. 이번에 열린 흙놀이 공예전과 같은 어린이 참여전시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참고하여 추후 어린이 미술전시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참여의 대상도 중고생, 일반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
한편 공예관이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확충과 지역미술인들이 하나의 주제로 모이는 유연한 전시문화조성이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큐레이터 안씨는 “공예관이 시민참여유도와 흥미유발 등 다양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공예관의 뚜렷한 방향설정에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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