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봉투와 선물꾸러미
상태바
흰봉투와 선물꾸러미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5.09.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혁상 충북인뉴스 대표
최근 돈봉투와 선물꾸러미 때문에 잠자리가 편치않은 자치단체장이 있다. 옥천군 유봉열 군수는 작년말 여직원 남편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았다가 되돌려준 사건 때문에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진천군 김경회 군수는 추석을 앞두고 군의원들에게 전달한 갈비세트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돼 곤욕을 치리고 있다.

유군수의 돈봉투 사건은 인사비리 주모자로 몰려 중징계를 받은 부하직원이 충북도 소청심사위원회에서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김군수의 갈비세트 사건도 누군가가 진천 선관위로 직접 제보전화를 해 꼬리를 잡히게 됐다. 은밀하게 벌어진 일이, 한순간에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유군수는 3회 연속 민선단체장 당선으로 11년의 임기에 종지부를 찍고 명예로운 퇴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금품수수 의혹사건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까 우려된다. 3연임에 도전하는 김군수는 선관위가 불법선거운동으로 판정할 경우 입후보 자격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경찰 수사와 선관위 조사를 지켜보는 두 사람의 애끓는 심정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두 자치단체장은 사건 초기부터 시종일관 불법 혐의점을 부인하고 있다. 유군수는 1천만원 수표봉투는 자신이 화장실 간 사이에 안쪽 주머니에 넣어 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집에서 윗옷을 벗다보니 흰봉투가 들어있었고 다음날 출근하면서 곧장 여직원의 계좌로 입금토록 했다는 것.

하지만 유군수는 금품수수 의혹사건을 최초 보도한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자꾸 권유해 할 수없이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돌려줬다’는 일치하지만 ‘모르고 받게 됐다’와 ‘할 수 없이 받았다’는 엄청난 차이다. 금품수수 과정의 고의성 여부가 사법처리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군수의 오락가락 진술로 인해 주변인물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여직원 계좌에 돈을 입금시켰다는 비서실 직원과 돈을 건네준 여직원 남편이 우선적으로 조사받게 된다. 술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도 ‘흰봉투’ 전달과정을 밝히기 위해 불려나올 수밖에 없다.

추석선물에 가위눌린 김경회 진천군수는 해명 한마디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선관위는 선물전달을 지시한 경리계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군의원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사비로 선물을 구입했다”는 진술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물꾸러미에 붙인 ‘중추가절 진천군수’라는 스티커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상급자인 과장을 제쳐놓고 계장이 군의회 운전기사를 불러 개인적인 선물전달을 지시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결국 어설픈 진술이 되풀이되다 보니 선관위는 해당 군의원과 선물 판매가게 등을 찾아다니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두 자치단체장이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믿어주기 힘든’ 진술이기에 주변 관계자들까지 속속 불려나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분명 바람은 존재하는 것이다. 군수의 금품수수 의혹을 발설한 옥천군 모과장과 선물꾸러미를 개인 돈으로 샀다고 주장하는 진천군 모계장은 정신없이 흔들리는 나뭇가지일 뿐이다. 분명 뒤에는 엄청난 바람이 있다. 더 이상 나뭇가지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람은 스스로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바람이여, 눈에 안보인다고 해서 당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