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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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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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열린우리당충북도당 사무처장)
   
내가 우리당 충북도당의 사무처장으로 부임한지 3달이 훌쩍 지났다. 이 기간 무엇을 했는지 일말의 자괴감을 가지고 되돌아 보게된다.사무처장으로 취임하며 소박하면서도 본질적이라고 생각하며 꼭 이루어 보고자했던 일이 있었다.

그건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희망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지역주민과 어우러져 함께하며 아픔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할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지역의 각 기관, 단체 등과 사심없이 활발한 교류협력을 전개하여 지역사회와 함께 숨쉬는 정당이 되어보고자 하였다. 적어도 무슨 행사가 있으면 후원으로라도 참여하여 정당이 이 사회와 자꾸 어울려야 할거란 생각이었다.

또 하나의 접근은 지역의 제반 갈등사안에 대하여 조정, 조율하는 역할을 감당하여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데 나서보잔 설정이었다. 이해관계와 갈등의 조정과 완화-이것이야 말로 정치의 존재의미요, 본령이 아니겠는가, 정치권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임무가 아니겠는가 되뇌이며 소명감으로 가슴이 울렁거렸었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맞닥뜨린 현실의 벽은 너무나 거칠고 두터운 것이었다. 신임인사 가는 곳 마다 기관, 단체와 우리당간의 교류를 역설하고 좋은 반응을 얻었건만, 실제 사안이 있을 때의 반응이란 냉소 그 자체였다. 통일운동은 정치권이든 뭐든 동의하는 그 누구나 함께 손잡고 해야하는 일이라 지역통일축전에 참여하려 했을 때의 일이었다.

또, 공개하긴 그렇지만 6월에 지역의 큰 갈등사안이 폭발하고 있을 때 먼저 갈등의 한 당사자를 만나 비공식적으로 조율과 양보를 유도해봤으나, 돌아온 건 비타협적 자세와 정당의 역할에 대한 불신임뿐이었다. 기운이 쭉 빠졌다.

“정당, 너희들은 그렇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야”라고 삿대질하는 것 같았고, 우리 사회에서 정당이란 주민들과 고립되어 당원들과만 놀고있는 외딴 섬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유가 뭘까? 우선은 정치에 대해 갖는 전반적인 불신탓일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성토가 목까지 차있는 현실에서 교류협력이란 한가한, 강건너 불이었을 게다. 또 하나는 이 사회가 정치권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갖는 엄청난 부담때문 이리라. 특정 정당과 무엇을 함께 하는 것이 본의 아니게 그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해되는 현실, 그럼으로해서 그 기관과 단체의 중립성과 정체성이 훼손될 거라는 우려 등…

썩을대로 썩은 정치라 하지만 이미 선거제도는 혁명적으로 바뀌었고, 참신하고 도덕적인 새내기 정치인들이 새록새록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순 없을까? 중립성의 마술에서 벗어나 정치를 결국 참여하여 바꾸어야할 상대로 보고 함께 놀고 어울릴 순 없을까?

전 당원 봉사의 날 행사를 위해 장애인들을 떠올리며 사회복지관으로 떠나면서 한편 나에게 다짐해본다. 주민들을 정당과 항상 가까이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위해 작은 믿음을, 새로운 희망을 주는 정치에 매진하고 또 매진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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