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즐길 수 있는 괴산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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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즐길 수 있는 괴산페스티벌
  • 충청리뷰
  • 승인 2019.08.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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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폐교된 외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축제
지원금 없고, 티켓 없고, 놀기 위해 모이는 자리

 

2019년 8월 24일 네 번째 토요일은 괴산 페스티벌이 있는 날이다. 일체의 지원금 없이 만드는 축제. 많은 사람들이 일년에 단 하루 모여 춤추고 노는 이 축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올해 8회째인데 매번 찾아오는 열성팬도 있다. 나 역시 2014년 괴산으로 이사 온 이후부터, 친구의 추천으로 온 식구가 함께 참여하여 축제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문화공간 그루>는 작년부터 공식적으로 공연을 함께 하게 되었다. 2015년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괴산 페스티벌을 쉬었는데, 돈이 되는 축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무리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재미를 위해 뭉쳐서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언제든 축제를 다시 열겠다고 했고, 진짜로 2016년부터 다시 판을 벌였다. 올해에는 처음 같이 시작했던 유기농펑크가수 사이가 빠지고 박배진 맹주상 공동 기획, 김윤정 최서연 공동 운영으로 자율적인 후원금을 모아 괴산 페스티벌을 만들었다." 

<그루>의 사물놀이로 시작
“괴산페스티벌은 돈에 얽매이지 않는, 수익을 내지 않는 축제이다. 티켓을 팔지 않고 후원금을 받아 연주자들의 공연비를 지불한다. 그리고 서울이 아닌 시골에서 누리는 문화생활이다. 마지막으로 편안하지 않은 축제이다. 불편함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어야 축제의 당당한 주인공이 된다.” 괴산페스티벌 선언을 요약해보면 이런 내용이다. 도시가 아닌 괴산에서 모였고, 지원금 없이 자원봉사와 후원금으로 축제를 운영한다. 불편한 것이 많지만, 그것을 즐거움으로 채운다.

 

12시, 축제장인 칠성면의 폐교된 외사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모였다. 이제는 한결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구름이 많은 하늘에는 소나기가 곧 내릴 것 같다.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리허설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친정 식구들이 계곡에 놀러간다고 온 터라 얼굴만 비추고 다시 계곡으로 갔다.

그리고 쌍곡계곡의 시원하다못해 추운 계곡물에서 얘기꽃을 피우다 5시가 다 되어서 다시 축제장을 찾았다. 마음이 급해 서둘러 달려왔는데, 다행이다. 아직 리허설이 끝나지 않았다. 잠시 전기 문제가 있어 5시 예정이었던 시작 시간도 늦어졌다. 이미 운동장에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축제 자체가 자유로운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순서대로 공연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니 특별히 내가 할 일은 없다. 첫 번째 순서로 <그루>가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차례로 포크밴드 빛쟁이, 이은철, 쓰다선, 괴산고 밴드 <아담>의 공연이 있고 임찬성의 노래 두 곡이 끝나면 2부 우리춤판 순서이다. 이수현 진도양북춤 반주를 <그루>가 하고, 하창범 외북춤, 남기성 덧배기춤, 김복만 상쇠놀음 이후 마지막 판굿에 들어간다. 판굿이 끝나면 다시 계피자매, 정우, 차세대 밴드의 순서이다. 포스터의 내용과도 무대 앞 종이에 적힌 라인업과도 살짝 달라졌지만 연주자들도 순서를 알고 있고, 식사도 했고 리허설도 했으니, 나는 이제 축제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마을사람들이 모이는 진짜 축제
5시 반,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나온 사회자 박배진의 소개로 사물놀이 공연이 시작되었다. 하늘엔 뭉글뭉글한 구름, 빈속에 들어부은 차가운 맥주 한 캔의 싸르르한 느낌, <풍물패 벼리> 사람들과 모여 앉아 쥐포에 돼지 바베큐에 파전까지 펼쳐놓고 있으니 야유회라도 나온 것 같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웅웅대는 사물놀이 북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텐트를 치는 사람들, 술과 음식을 먹는 사람들, 무대를 향해 박수를 치는 사람들, 언제나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 드디어 페스티벌 시작이다.

보는 사람들은 신나고 즐거웠지만, 운동장에서의 사물놀이 공연은 쉽지 않다. 무대는 작고, 관객은 멀고, 서로 악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힘들었겠다 싶어 막걸리를 들고 무대에서 내려온 연주자들에게 갔다. 무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식을 먹고 쉬며 밴드 공연을 보았다. 사람들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도 많이 보였다. 올해는 작년보다 사람들이 차분한 듯. 공연 순서를 기다리는 다른 팀들과도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었다.

밤이 늦도록 우리춤마당이 이어졌다. 마을분들도 많이 나와 구경을 하셨다. 이젠 페스티벌에 대해서 좀 아시는지 이것저것 묻지 않으시고, 춤 잘춘다고 칭찬을 해주신다. <그루>의 판굿이 끝나고 다시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다. 빗방울이 떨어져 서둘러 철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늦어지니 아이들이 있는 집은 철수 분위기이다.

밤 11시가 넘었다. 도시라면 사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춤추고 놀 시간인데, 시골에서는 한밤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경찰 두 분이 음향 부스 앞에 버티고 서 계셨다. 아쉽지만 이제는 마쳐야할 시간. 사람들도 떠나고 무대를 정리한다. 자원봉사자들과 연주자들은 음식을 팔던 식탁을 정리하고 모여 앉았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었다.

소박하지만 낭만적인 괴페의 무대
소박하지만 낭만적인 괴페의 무대

 

돈을 벌기 위한 기획이 아닌, 놀기 위해 모인 축제여서 진짜 축제가 되었다. 돈이 없어도 티켓을 사지 않아도 누구든 찾아와 놀 수 있고, 도시처럼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에서 모인 축제. 2019년 괴산페스티벌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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