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주 중원산단 화재현장을 가다, 산단 초토화,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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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충주 중원산단 화재현장을 가다, 산단 초토화,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급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9.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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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등 총출동해 대책 마련에 분주, 실종자 수색작업 진행 중

 

충북 충주시 주덕읍 당우리 소재 중원산업단지에서 지난달 30일 밤 11시 50분경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찾은 화재 현장은 집중 포화를 맞은 전쟁터 같았다.

충주 중원산업단지 화재현장의 참혹한 모습
충주 중원산업단지 화재현장의 참혹한 모습

 

이번 화재는 실종자 1명을 비롯해 중상 1명, 경상 7명 등 9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2개 업체 10개 동이 불에 타 41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있다.

접착제 생산업체인 D사의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위험물 취급부주의가 원인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를 인화물질 폭발로 인한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

중원산단은 2009년 준공돼 37만4505㎡ 면적에 섬유·의복·화학·기계 등 27개 제조업체가 들어서 있다. D사 공장은 산단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최초 화재 발발 후 폭발 굉음과 함께 연속돼 이어진 화재는 다수의 공장 철제 구조물을 무너뜨렸다. 화재 완전 진압은 다음날 정오에 가까워서야 마무리됐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밤새 잠을 설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을 이용해 산단 전체를 둘러본 결과 철제로 지은 공장동 외벽은 최소한 뜯겨지거나 찌그러지는 피해를 모두 입은 것으로 육안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화재가 야간에 발생하고, 산단 뒤편은 산지로 이뤄져 인명 피해가 최소화 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간접적이거나 이어질 2차적인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폭발음에 의한 충격파로 피해는 인근 업체에까지 번졌다.

산단 내 27개 업체와 외곽기업 11개 등 38곳 업체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업체가 전소된 것은 물론 인근 업체 등은 벽체, 지붕, 도어, 유리 등이 심각하게 파손됐다. 업체들은 각각 강·중·약의 피해 규모를 보이는 것으로 기업 측은 전하고 있다. 기자가 육안으로 확인한 공장 외벽 피해는 D사에서 800m 떨어진 곳도 있었다.

엄청난 폭발 충격파
인근 하천에는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유독물질이 소방수와 섞여 흘러들어갔다. 이로 인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떠오르기도 했다. 충주시는 요도천 1.7㎞ 구간에서 죽은 물고기 200㎏ 가량을 건져냈다고 확인했다. 시는 유해물질 확산 방지를 위해 요도천에 오일휀스와 오일봉 설치 등 방재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발생 장소에서 직선거리로 16㎞ 떨어진 충주 시내에 거주하는 A씨는 “거대한 불꽃놀이를 하는 소리로 들렸다”면서 화재 규모에 놀라워했다.

당시 야간에 발생한 폭발음과 불꽃은 15㎞ 이상 떨어진 충주 전역에 들릴 정도였다. 일부 충주시민들은 충주무예마스터십 개막식 행사로 불꽃놀이가 늦게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착각했다.

화재가 발생한 D사의 운동장에는 공장동에서 날아온 커다란 파편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고 공장동은 전소돼 시커먼 고철로 변해버렸다. 산단 내 가장 큰 규모인 이 공장은 사무실로 보이는 건물 쪽만 일부 화재를 면한 것으로 보였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포크레인이 움직이는 곳을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D공장 바로 아래 도로를 건너 위치한 C기업은 도로쪽 4층 높이의 벽면이 통째로 뚫려 떨어졌고 회사 안쪽 공장의 벽면과 창문 등도 폭발음에 의해 다수 찢겨져 떨어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 공장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물질을 제조하는 곳으로 시설의 정상적인 가동을 가장 염려했다. 이곳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특수물질을 납품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이 회사 대표는 긴급히 삼성전자를 방문해 반도체 제조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선거리로 6㎞ 거리인 주덕읍의 한 빌라에 거주한다는 이 회사 직원 B씨는 “침대가 흔들려서 큰 지진이 난 줄 알았다”면서 “조금 있으니까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화재가 난 것을 알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장에서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조길형 충주시장, 이종배 국회의원, 허영옥 충주시의장, 배경화 중소기업진흥공단 충북북부지부장 및 산단 내 기업체 협의회 임원, 해당 공무원 등 40여명이 참석한 긴급 현장대책회의가 열렸다.

현장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시종 지사
현장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시종 지사

 

회의에서 이용숙 기업체협의회 총무 등은 화재 피해 현황 및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대책을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도 했다.

한목소리로 강우가 예보된 만큼 빗물로 인한 2차 피해 예방 대책이 논의됐다. 논의 결과 먼저 빗물이 샐 것으로 파악되는 각 공장에 비가림 천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충북도와 충주시는 이에 대한 예산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 조사와 복구 및 지원 대책도 논의됐다. 조사를 위해 피해 상태를 보존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도 논의됐다.

대책으로는 우선 피해 시설에 대한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요구됐다. 피해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비가림 작업, 외벽 및 유리창 등의 떨어짐 요소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공장 가동 시험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어졌다.

“비가림·공장가동 우선”
이 지사는 “빗물 대책과 공장 가동이 우선이다”며 “도와 시가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를 지시했다. 하지만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돼도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조 시장은 “시가 앞장서 피해 사항을 파악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현황과 건의 사항을 정리해주면 정부에 지원책을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화재감식을 실시했다. 이날 감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찰, 소방, 환경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진행됐다. 실종된 근로자 오모(51)씨에 대한 수색작업도 펼쳤지만 실종 4일째인 이날도 발견하지 못했다. 수색작업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임택수 충주부시장은 시청 기자실에서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상황을 보고했다. 시는 피해 복구와 피해자 지원을 위해 7개 부서 인력을 차출해 통합지원본부를 설치했다.

한편, 이종배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게 피해기업 당 최대 20억원까지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확대할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즉각적인 공장 가동 재개를 위해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보증 절차를 간소화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에 김 차관은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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