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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행복했던 ‘독서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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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행복했던 ‘독서대전
  • 충청리뷰
  • 승인 2019.09.0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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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청주에서 열린 대한민국독서대전은 이 한가지 만큼은 분명했다. 여느 축제들에서 으레 나타나는 인원 동원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주제가 특정 층을 타깃으로 하는 몇 몇 이벤트엔 일부 학생들이 단체로 오거나 자리를 채우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역시 스스로의 필요에 따른 자발적 경청이나 참여의 성격이 강했지 억지춘향으로 행사장에 나왔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오히려 행사 일정표를 들고 다니며 행사장 간 먼 거리를 마다않고 모든 걸 참관하려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면서 행사가 열린 3일간 행복했다고도 한다. 실제로 독서대전 기간중의 SNS엔 이런 글이 빈번하게 올라옴으로써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몫을 했다.

언론의 사후 평가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그동안 관례(?)로 보면 대규모 축제에 대한 언론의 총평은 대개 비판적이거나 설령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양시양비론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 번에는 달랐다. 행사의 전반적인 취지와 성과에 소위 덕담이 많이 따른 것이다.

물론 대규모 전국행사이다보니 일정부분 비판은 피할 수가 없다. 행사 간 일관성과 네트워크가 부족했다는 지적과 함께 모든 강연이 즉흥적 토론식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정작 유명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생각의 진수를 끌어내는 데엔 미흡했다는 아쉬움도 샀다. 아울러 시민참여형 행사의 맹점이라 할 수 있는 내부 소통과 관계설정의 매끄럽지 못함이 옥에 티로 비판받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청주독서대전은 성공작이었고 그 키워드는 대략 이 것들로 요약된다. 강연과 북콘서트 등 부문별 행사를 관이 아닌 민간 특히 시민 독서동아리가 기획하고 운영한 점, 철저한 지역사회와의 연계, 판매가 아닌 출판스토리 위주의 부스운영, 참여 주체의 다양화 등이다. 무엇보다도 유명인이나 해당 자치단체장의 전유물인 개막식 행사의 환영사를 지역의 대표적인 작은도서관 관장에게 맡기고 또한 대표적 이벤트의 주제를 ‘문화도시의 지표종은 동네 서점이다’로 내건 발상의 전환은 아무리 호평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3일동안 시민들이 행복했다는 것을 곰곰 생각해 보면 행사를 기획했거나 참여, 관람한 시민들이 이 기간만큼은 지역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비로소 긍지를 느꼈다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닐 것같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오랫동안 청주를 상징해 온 ‘교육문화의 도시’를 모처럼 시민 각자가 공감했다고도 볼 수 있다. 수십, 백억여원에 이르는 예산을 쏟아부으며 반강제적인 관중 동원으로 행사를 치르고도 도민과 시민들에게 호감은커녕 불편함만을 안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름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당초 7억여원으로 예산이 잡힌 청주독서대전은 적어도 관중동원 시비는 물론이고 현 자치단체장이 퇴임하고 나면 저절로 없어질 애물단지라는 비아냥은 받지 않았다. 하여 앞으로는 이런 행사가 자치단체의 자체 예산으로 계속 열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끝나고 나면 시민들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축제에 들어가는 돈의 10분의 1, 100분의 1만 들여도 이 번처럼 시민들이 맘껏 행복해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청주독서대전의 전후과정을 듣거나 목격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근자만 해도 테크노폴리스와 LNG발전소 건설등 각종 개발정책에 따른 갈등과 여기에다 미세먼지 전국 1위니, 무슨 헷갈리는 사건만 터졌다 하면 충북이니 하며 나돌았던 지역의 왜곡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2019 청주독서대전은 그나마 시민들에게 일말의 치유와 힐링을 안겼다는 ‘사실’을 곧추세우고 싶은 것이다. 직지의 고장, 기록문화의 도시라는 브랜드를 모처럼 공감하고 공유했다.

 

아닌게 아니라 교육문화의 도시라는 청주는 잊을만하면 이상한 일들로 이미지의 큰 상처를 입었다. 기억하기도 싫지만 2000~2002년엔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친 TV 대하드라마 ‘왕건’으로 인해 청주는 외지인들에게 ‘변절’이라는 딱지를 심각하게 받은 적이 있다.

극중 아지태라는 인물이 스스로 미륵을 참칭하는 주인공 궁예에 빌붙어 참소와 아부를 남발하는 천하의 간신배로 묘사되면서 엉뚱하게 아지태가 청주출신이라는 연고성이 부각돼 청주와 청주인들이 한 때 냉소의 대상으로 추락한 것이다. 여기엔 과거 백제, 고려, 신라의 삼국시대까지 거론되며 그 가운데에 놓임으로써 생존의 중심을 잡지못하는 청주의 지정학적 필연성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역사의 궤변마저 동원됐다.

무슨 명절 때만 되면 도내에서 강력 사건이 난데없이 돌출하는 바람에 역시 외지인들에게 안좋은 인상을 준 것도 억울한 판에 최근 청주연고의 고유정 사건은 그런 흐름에 방점을 찍은 꼴이 됐다. 많은 시민들이 지금도 외지의 지인들로부터 이 사건의 각종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본의아니게 최촉받고 있다. 어느덧 청주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단어들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청주시민들은 단 3일만의 행복이 아니라 1년 내내 즐거움과 보람, 긍지를 느끼며 살고 싶다. 개발과 환경위해 업자들이 전국에서도 가장 만만하게 보며 공장과 업장을 차리려고 덤벼드는 청주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 교육이 살아 숨쉬는 청풍명월의 고고한 자존심이 동네 고샅길에서조차 묻어나는 청주를 바라는 것이다. 그 가능성의 단초를 이 번 3일간의 독서대전과 3일간의 시민행복감에서 찾을 수 있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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