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되는 게 아니라 되어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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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되는 게 아니라 되어 가는 것
  • 충청리뷰
  • 승인 2019.09.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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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이희영의 『페인트』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친구관계, 공부문제 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도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부모교육을 받고 부모 자격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서 부모들은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부모 면접을 통해 부모를 직접 선택한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작품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2018년 제 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는 심사위원 전원의 압도적인 지지와 청소년심사단 134명의 열렬한 찬사 속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인지, 과연 가족은 무얼 말하는지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미래 사회,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지원책을 펼쳐보지만 소용이 없다. 정부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 양육보조금을 지급하여 국가가 책임지고 키우는 시대를 연다. 정부는 NC센터를 세워 국가의 아이들(nation’s children)이라고 부르며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아이들마저 적극적으로 키운다. NC센터는 세 곳으로 분류되어 갓 태어난 아기들과 미취학아동을 관리하는 퍼스트센터, 초등학교 입학 후 12세까지 교육하는 세컨드 센터, 그리고 13~19세까지 부모 면접을 진행할 수 있는 라스트 센터로 나뉜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가디’라고 부르는 ‘가디언’이 아이들을 통솔하고 보호자 역할을 하며 아이를 입양하려는 사람들과 NC 아이들을 매칭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페인트는 부모면접(parent’s interview)을 뜻하는 은어이다. 양부모가 면접으로 정해지면 NC센터에서의 ID와 기록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름도 새롭게 지어진다. NC아이들로 남게 되어 20살에 부모 없이 사회로 나가면 사회는 이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여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된다.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
이 책의 주인공 제누 301은 라스트 센터에서 살고 있는 17살 남자 청소년으로 4년 동안 마땅한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제누는 NC센터 아이들 아키와 노아, 가디 박과 최, 예비 양부모 서하나와 이해오름을 통해 부모와 가족의 의미를 보다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친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도 문제는 있으며, 자식들은 부모의 생각을 강요받기도 한다. 부모의 대리인으로서 자식들은 완전한 독립을 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기도 한다.

페인트 이희영 지음 창비 펴냄
페인트 이희영 지음 창비 펴냄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건, 그게 누구든,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나를 이루는 요소라고 믿는 것들이 정작 외부에서 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내가 나를 이룬다고 믿는 많은 것들은 어쩌면 센터라는 특별한 시스템 속에서 형성된 것인지도 몰랐다.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듯, 내가 나를 알고 친해지기까지,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하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부모가 되면 자식에게 많은 걸 해줘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멘토처럼 아이를 잘 이끌어주려는 맘은 먹었지만 몸이 힘들어 여력이 되지 못할 때도 있다. 며칠 전 작은 아들이 코피가 나서 허둥대는데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엄마를 보며 하소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나는 아이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엄마도 쉬고 싶다고. 내 몸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그랬더니 아이가 적어온 글이 “엄마, 힘드시고 짜증나는 거 다 압니다. 그래도 저한테 관심 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쪽지 글을 읽으며 내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차갑게 대하는 나를 반성하였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되어 가는 것이다’라고 표현한다. 현재 나 역시 부모가 되어가는 중이다. 부모로서 부족함을 인정하며 배우며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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