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게 공부 배우고 사랑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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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게 공부 배우고 사랑도 받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9.1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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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행복교육지구에서 만난사람들] ⓷ 바름돌역사문화교육연구소
수곡동 작은도서관, 3세대가 모인 돌봄 교실은 ‘날마다 웃음꽃’
바름돌역사문화교육연구소는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이고 3대가 소통하는 공간이다. 사진 맨 왼쪽이 정미숙 대표다.
바름돌역사문화교육연구소는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이고 3대가 소통하는 공간이다. 사진 맨 왼쪽이 정미숙 대표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 수곡동의 한 대형건물 지하 사무실에는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바름돌역사문화교육연구소는 원래 작은도서관이었다. 정미숙 대표가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 을 연 것은 지난 2015.

하지만 도서관이 생각만큼 잘 운영되지 않았다. 아이나 어른이나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엄마들과 역사모임을 한 것은 꽤 오래됐다. 2002년 내덕동에 연구소를 내고 엄마들과 공부를 시작했다. 먼저 지역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했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들과 부지런히 공부모임을 조직하고 생태역사수업을 하러 다녔다. “당시 지역사회에선 원흥이방죽 지키기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던 때였다. 그러한 영향도 받아 정말 열심히 새로운 일들을 참 많이 벌였다. 일종의 품앗이 육아이기도 했다.”

함께 손잡고 다녔던 아이들은 다 컸고, 엄마들은 나이를 먹었다. 정 대표는 사실 내덕동에서 수곡동으로 이사오면서 좀 쉬고 싶었다. 작은도서관을 여는 정도로 만족했다. 하지만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지난해 받게 됐다. 인근 한솔초 교사 및 교장이 나서서 돌봄교실을 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학교 교장이 먼저 제안해

 

수곡동에는 아이들이 많지만 학교의 돌봄교실이 한정돼 있다보니 돌봄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인근 학교에서 오히려 돌봄교실을 운영해줄 것을 제안했다.

정말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바름돌에도 돌봄교사 뿐만 아니라 할머니 교사, 학생 자원봉사 등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를 키워내고 있다.”

고월출 전 초등학교 교장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독서 및 풍선아트 수업을 하고 있다. 이아진 할머니 교사는 노동부의 사회공헌일자리 사업으로 와서 한자와 인성예절을 아이에게 가르친다.

서원시니어클럽의 희망울타리사업으론 오전·오후에 할머니 두 분 씩 와서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고, 책을 읽어준다. 따로 그림책 수업을 받기도 했다. 수곡중 아이들은 자원봉사를 오고, 충북대과학기술센터 과학기술진흥원에서는 환경과학수업을 8차례 해주기로 했다.

정 대표는 할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아카시아 나무로 파마를 해주기도 하고, 전래동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정말 할머니 사랑으로 잘 자라고 있다. 그동안 꿈꿔왔던 일들이 이곳을 통해 이뤄지는 것 같다. 할머니를 통해 생활예절을 배우고 있다. 3대가 소통하는 곳이다. 할머니, 엄마,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돌봄교사이자 아이 셋을 이곳에 맡긴 박지은 씨는 처음엔 도서관을 이용하는 회원이었다. 정미숙 대표가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땐 좀 망설여지기도 했다. 거의 10년 동안 집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일을 해보니 요즘 너무 즐겁다. 아마 이곳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나일 것이다고 웃었다.

허진영 군(6학년)은 이곳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로 통한다. 영어와 난타를 가르친다. /사진=육성준 기자
허진영 군(6학년)은 이곳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로 통한다. 영어와 난타를 가르친다. /사진=육성준 기자

테마역사 수업을 하는 박종분 교사의 아들 허진영 군(6학년)은 이곳에서 교사로 불린다. 아이들에게 영어와 난타를 가르친다. 허 군은 일주일에 2번 아이들에게 수업을 가르친다. 허 군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게 꿈이다.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보람을 많이 느낀다.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교재를 따로 준비하거나, 집에 있는 교구 등을 가져온다. 수업안을 따로 짜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한솔초등학교에서 목요놀이터가 열린다. 마을 주민, 학부모가 함께 모여 아이들과 놀기로 했다. 노는 문화가 없는 아이들에게 노는 법을 가르쳐주는 시간이다. 한솔초 윤재화 교장의 제안으로 수업이 열리게 됐다.

 

11책 읽기

 

바름돌역사문화교육연구소에는 12명의 아이들이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다. 돌봄교사들 또한 12명이다. 돌봄교실에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130부터 630분까지 프로그램이 열린다. 토요일엔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란 도서관 프로그램이 매주 둘째넷째 주에 열려 동네지리, 역사, 생태 등을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강조하는 것은 책읽기다. 아이들은 하루에 한권 책읽기는 꼭 해야 한다. 도서관에는 6000여권의 다양한 책들이 구비돼 있다.

정 대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매일 자기 아이만 돌봤던 엄마들이 이곳을 통해 교사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마을활동가 소양과정을 듣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돌봄교실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지금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동생들이 대기신청을 하고 있는 상황. 4학년이 돼도 계속해서 다니고 싶다고 교사들을 조르고 있다. 정 대표는 “4학년이 되면 아이들 또한 교사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고 싶지만 규칙이 없으면 공동체 운영이 안 된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분명 이곳에 함께하는 이들이 행복한 것은 맞다. 동네주민으로 만났지만 이전보다 사이가 더 좋아졌다. 또 정말 아이를 맡길 데가 없는 동네사람들이 가끔 신세를 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도서관은 매일매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 대표는 도서관 활성화 측면으로만 봐도 대성공이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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