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다시 변화에 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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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6주년, 다시 변화에 서며…
  • 충청리뷰
  • 승인 2019.09.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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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26년 전 지역 일간신문사를 자진 사퇴한 젊은 언론인 5명이 각자 주머니돈을 털어 충청리뷰를 창간할 당시, 그들이 내건 신념은 ‘독립신문’입니다. 모두가 한창 피끓는 20~30대였으니 이들의 의기는 아침이슬처럼 맑고 투명했어도 감히 이같은 거대담론을 곧추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80년대 말, 질풍노도처럼 번진 언론 민주화 이후의 이 시기는 언론사마다 자기자리를 찾기 위한 시행착오가 극심했었고 특히 지방에선 자본의 전횡과 이로 인한 편집권 침해로 언론의 파행적 경영이 횡행했던 때이기도 합니다. 기자들이 취재하고, 쓰고, 편집하는 과정은 ‘자유’나 ‘자율’과는 크게 괴리되어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질 즈음 다섯 명의 전사들이 항거의 구체적 실천을 행동으로 보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월간잡지로 창간된 ‘충청리뷰’는 그동안 지역언론에선 쉽게 접근하지 못하던 기획, 탐사보도를 이어가며 독립언론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잡게 됩니다. 하지만 한 시도 쉼이 없는 언론환경의 시대적 변천 속에 충청리뷰 또한 그 때마다 온 몸으로 부딪치며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1997년, 기존 월간잡지를 주간신문으로 확대 전환하고 도민주 공모를 실시했습니다. 공모 주주들의 출자금으로 타블로이드 32면 주간신문 충청리뷰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작지만 강한 신문'을 선언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사가 늘 그렇듯 당시만 해도 지방언론에선 초유라 할 수 있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언론인이 직접 운영하는 신문사라는 새로운 개념의 언론문화를 창출하고자 했던 충청리뷰는 이후 일일이 다 거론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기존, 기성, 기득권이라 불리는 것들로부터의 온갖 외압과 외풍에 시달리는 모진 세월을 겪게 됩니다.

결국 이 것이 빌미가 되어 순간 순간, 그리고 고비 고비마다 생존마저 위협받는 고난의 여정이 잇따랐지만 위기마다 독자와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고, 이 것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충청리뷰는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도 충청리뷰가 지향하는 언론이념, 즉 소유와 경영의 분리, 순수 언론인이 운영하는 신문사라는 전통은 이에 공감하는 주주들의 신념에 찬 배려로 지금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지고 있습니다.

2004년엔 온라인과 모바일의 디지털 미디어가 시대적 화두로 본격 등장하면서 충북 제1호 법인 인터넷신문 ‘충북인뉴스’를 자회사로 창간하게 됩니다. 이어 13년 만인 2017년, 충청리뷰와 충북인뉴스를 법인 분사시킴으로써 향후 종합미디어 구축을 위한 단초를 놓게 됩니다.

하지만 언론환경은 지금도 끊임없이 주변으로부터 변화와 혁신을 강요받고 있고 올해로 창간 26주년을 맞은 충청리뷰는 이에 맞춰 또 한번의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려고 합니다. 우선 그동안 관행적으로 편집해 오던 종이신문 지면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을 더욱 강화키로 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과 1인 미디어, 그리고 유튜브로 상징되는 언론문화의 시대적 급변침에 순기능적으로 동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를 계기로 주간신문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시간 뉴스공급으로 실제적인 일간화를 꾀해 독자들의 가독률과 열독률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 기사의 컨텐츠 다양화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기사를 매개로한 독자와의 상호소통 그리고 이를 통한 언론역할의 극대화에 운영의 방점을 찍을 것입니다.

아울러 종이 신문의 발행은 그동안 충청리뷰가 이어 온 전통적인 ‘포맷’을 중시하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심층(탐사)과 스토리(재미), 주제(기획)와 읽을거리(정보)를 똑같은 가치로 취급하며 균형 및 조화를 기할 것입니다. 이 또한 동시다발로 표출되고 분출되는 독자들의 역동적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런 변화를 꾀하려는 충청리뷰 종사자들 또한 언론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신문의 논조와 지향점에 대해 절대 선(善)이라는 관념을 부여하지 않겠습니다. 이는 충청리뷰에 붙여진 진보언론, 대안언론이라는 평가에 대해 더 조심스럽고 경건한 자세를 갖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이번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이념에 대한 구조적 잣대는 결국 극도로 다양화, 다기화된 사회의 현실에선 끝내 허구라는 상실감만 안기게 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 것이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이율배반이든 도덕성이라는 믿음에 대한 배신이든 결론은 나 스스로부터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힘없는 사람과 소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권력에 아부, 타협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함으로 진실에 눈을 감지 않는다면 그 것이 곧 충청리뷰가 추구해 온 언론의 가치, ‘올곧은 말 결 고운 글’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믿겠습니다. 다시 변화에 서려는 충청리뷰의 도전은 이래서 시험(試驗)이 아니고 실체(實體)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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