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에 ‘목숨 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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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에 ‘목숨 걸지 마’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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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충북인뉴스 편집장
“성경에 손을 얹고 자의적인 의지가 개입될 수 없음을 도민들에게 밝히고 싶은 심정이다”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휴일인 지난 23일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백한(?) 말이다. 김 지사가 ‘성경’까지 거론하며 답답증을 호소한 것은 다름아닌 관내 혁신도시 선정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에 목을 맨 기초자치단체들이 혁신도시 유치에 과열양상을 빚자 도지사로써 고충을 털어놓은 것이다.

지금, 이원종 충북지사의 심정도 강원도 김 지사의 심정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특히 자신의 고향인 제천이 유력 후보지이기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은 더 할 수도 있다. 당초에는 소외지역 개발론에 따라 도내 북부권과 남부권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충주, 제천에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위성을 주장하자 보은군 등 남부 3군도 뒤따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충북개발연구원에 충북혁신도시 선정 기본안이 용역발주되면서 과열 분위기는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전대상 공공기관 노조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10월초 오송신도시 유력설이 건설교통부 주변에서 나돌았다. 그러자 북부권, 남부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발했고 여기에 청원군이 맞바람을 일으키면서 도내 전체가 혁신도시 태풍권에 휘말린 형국이다. 특히 충주에서는 한창희 시장까지 나서 청주까지 50일간 삼보일배 대행진을 시작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다행히 삼보일배 12일만인 지난 24일 음성군 미타사 앞길에서 대행진 중단을 선언했지만, 한마디로 (삼보일배)‘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못견딜 일이었다.

혁신도시에 사활을 건 충주·제천 시민단체의 활동상을 지켜보면서 작년도 충북협회 신년교례회의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참석자의 말에 따르면 연단에서 행정수도 오송유치에 적극 나서자고 주창하자 뒤쪽에 앉아있던 일부 북부권 지역인사들은 “오송으로 가봐야 우리는 덕볼 것도 없다. 수도이전이 과연 되겠느냐”며 비아냥섞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

실제로 행정도시유치를 위한 범충청권대책위가 도내에서 150만개 동전모으기 운동을 할 때도 북부지역의 협조가 미흡했다는 것이 당시 대책위 관계자의 주장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위험한 발상이다. 내 손에 쥐어주고, 내 입에 넣어줘야만 내 것이라는 소아적 이기주의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가 지역감정이다. 군대생활을 경험한 장년층은 대부분 영호남 고참들의 틈바구니에서 마음 고생한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그네들의 속성에 ‘측은지심’의 혀를 차기도 했다.

지금 도내에서 벌어지는 기초자치단체간의 혁신도시 유치경쟁을 보며 많은 도민들이 혀를 차고 있다. 충북이라는 한 지붕 아래서 ‘앙앙불락’하는 모습이 마주보기 민망스럽다. 물론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향심의 발로라고 할 수도 있다. 이전대상 공공기관과 충북도가 추천한 22명의 입지선정위원들이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토대로 심사작업을 하고 있다.

진정 혁신도시를 원한다면 더 이상 찬바람 맞지말고 책상머리에서 입지 당위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하나라도 더 챙길 일이다. 21C 한국의 미래상으로 제시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나라’는 다름아닌 법과 절차가 존중되는 나라다. 몰려다니는 ‘떼법’과 나홀로의 ‘독불장군’이 모두 발붙이지 못하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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