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도서관' 끝장토론, 결론은 ‘처음부터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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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도서관' 끝장토론, 결론은 ‘처음부터 다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9.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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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조창C 5층에 들어서는 도서관 및 서점 놓고 '5시간 넘는' 간담회
시의회 주최로 열려...도서관 전문가, 관계 공무원, 시의원 등 참석해
지난 17일 청주시의회 특별위원회실에서 열린 ‘청주시 문화제조창 내 열린도서관 조성과 관련한 간담회’ 모습.
지난 17일 청주시의회 특별위원회실에서 열린 ‘청주시 문화제조창 내 열린도서관 조성과 관련한 간담회’ 모습.

 

회의장의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켰다. 지난 17일 청주시의회 특별위원회실에서 열린 청주시 문화제조창 내 열린도서관 조성과 관련한 간담회5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용규 청주시 도시건설위원장의 사회로 열렸다. 도서관 전문가, 청주시 도시재생과, 시립도서관 공무원 및 시민단체, 시의원, 언론인, 서점인 등 50여명 정도가 모여 끝장토론을 했다.

청주시는 올해 4월부터 문화제조창C(옛 연초제조창)건물 5층 일부에 열린도서관을 건립하는 안을 추진했다. 입점하는 민간서점이 도서관까지 대행운영하며, 이에 대한 지원비 성격으로 매달 시는 5700만원을 책정했다. 서점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실험을 단행한 것이다.

게다가 입점이 확실시되는 곳은 바로 전두환 대통령의 3세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서점 북스리브로라고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16일부터 매일 아침 북스리브로입점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1년에 6억원 남짓한 예산이 입점 서점에 지원되는 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제조창 건물은 청주시와 LH공사, 주택보증기금(Hug)이 공동출자한 부동산 투자주식회사(리츠)의 소유다. 따라서 청주시는 리츠로부터 건물 소유권을 올해 10월에 430억원을 들여 사오고, 리츠가 청산하는 10년 후 다시 315억원을 들여 사오게 된다.

문제는 도서관 운영에 따른 보전금을 시가 서점에 준다고 해도 구조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일종의 하청-재하청 구조다. 건물의 소유주인 리츠와 리츠로부터 민간운영권을 받은 운영사 원더플레이스, 그리고 원더플레이스가 선정한 임대인으로 이어져 혈세지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청주시가 내세우는 새로운 콘셉트인 열린도서관에 대해서도 이날 간담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도서관이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곽동철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들이 일단 대출돼야 한다. 도서관끼리 상호대출도 가능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책들도 빌릴 수 있는 세상이다. 또 도서관 책들은 시의 자산인데, 이러한 열린 공간에 책이 놓이다보면 분실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안찬수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도 도서관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도서관이라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 결국 입점하는 민간서점에게 세금을 투입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례다고 꼬집었다.

또한 청주시는 이번에 열린도서관 사업을 하면서 시비 34억원을 투입해 도서관 및 일부 서점에 대한 인테리어까지 모두 지원한다. 24억원이 건립비이고 10억원 가량이 도서구입비다. 청주시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108일 문을 열어야 한다. 이미 도서관 인테리어를 어느 정도 완료해 놓았다며 계획 수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논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청주시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가 없다. 운영사인 원더플레이스의 김석기 이사는 집객을 유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서점이 입점되지 않으면 타격을 입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참석자들 대부분은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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