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것을 기록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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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것을 기록하는 작가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9.19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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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영의 4번째 개인전

오래된 것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의미를 찾으며 보존하려 노력하고 또 누군가는 없어져야할 대상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이 것들을 합의에 따라 가치 있는 문화’, 또는 없앨 걸림돌로 취급한다.

없어지는 것들에 대한 가치와 추억은 어떻게 판단할까? 여인영(27) 작가는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사라져 가는 것들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여느 젊은 예술가들처럼 삶이 고달프지만 짬을 내서 틈틈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 어느덧 4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매번 다니던 길에서 100년은 족히 돼 보이는 근대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수백번 지나다닌 길이지만 어둑한 외관 때문인지 유심히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후 도로확장공사를 이유로 철거가 진행됐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그림을 통해 사라지는 모습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여 작가는 청주 태생으로 충북예고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매사에 열심히 노력하는 성격으로 발에 땀이 날 정도의 뛰는 작가로 입소문이 났다. 덕분에 수많은 그룹전에 초대되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매번 가지각색의 작품을 그리기 위해 바쁘지만 오래된 것들을 기록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표현하는 그의 화폭은 특히 어둡다. 추모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한지와 흑연으로 그림을 그린다. 품이 많이 드는 데다 생활을 위해 다른 일들도 하다 보니 작업기간이 매우 길다. 이번에도 대표작품을 그리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

여 작가는 작업은 머리와 화폭에 기억을 새겨 넣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록 사람들에게 인기는 없을지 몰라도 잊혀져가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다. 만약 내가 없어져 가는 것들을 기억하는 단 한명일지라도 그것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오래된 것을 찾고 기록하는 일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의 개인전은 22일까지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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