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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공해,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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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공해, 극에 달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5.1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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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충청리뷰 부국장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두 가지는 교회가 많다는 것이고 상가 간판이 제 멋 대로라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체코 등 유럽의 도시들을 둘러보면서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이 고색창연한 건물과 간판이었다.

짧게는 100여년 된 것부터 길게는 1000여년 가까이 된 것까지 시대별 건축양식을 그대로 전해주는 건물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루 아침에 건물을 깨끗이 철거해 버리는 우리나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판의 모양과 크기도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았다.

청주시내를 포함한 한국은 현재 ‘간판공해’라고 할 정도로 지저분하고 크기가 들쭉날쭉하다. 가만히 있으면 뒤질세라 너도 나도 무조건 크게, 원색으로, 튀는 이름을 걸어놓은 모습은 도시의 이미지를 부정적인 쪽으로 규정한다.

청주시내만 보더라도 택지개발된 지역에 가장 먼저 들어서는 것은 아파트와 상가이고, 그 상가를 뒤덮는 것이 크고 자극적인 간판이다. 한 건물에 너무 많은 간판이 매달려 있다보니 병원이 2층인지, 3층인지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민간인 차원에서 간판정비운동이 일어났을까. 청주문화사랑모임은 지난 2003년부터 ‘청주 좋은간판 만들기’ 행사를 하고 있다. 디자인과 주변건물과의 조화, 좋은 이름 등을 고려해 해마다 시민들로 하여금 좋은 간판을 선정토록 하고, 선정된 곳을 널리 홍보하는 것이다.

문화사랑모임측은 도시의 미관을 결정짓는 간판의 수준을 예술작품으로 끌어올리고 크고 자극적인 것이 좋은 간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장기적인 사업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선정된 간판들은 하나같이 낮은 자세를 하고 있다. 결코 화려하지도, 잘난 체를 하지도, 요란한 색으로 치장을 하지도 않았다. 제목도 색동아이, 댕기, 나들이벗, 틈새라면처럼 순 우리말 이거나 부르기 쉬운 것들이다.

반면에 유럽의 도시에는 하나같이 작고 아름다우며 예술적으로 만든 간판이 내걸렸다.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만든다. 이를 보더라도 크고 자극적인 것이 눈에 띈다는 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이런 것들은 작고 예술적인 것이 주는 매력을 당할 수 없다. 독일 구텐베르크박물관이 있는 마인쯔시나 하이델베르크시, 프랑스 파리를 걸으면서 간판 하나하나가 예술적 향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곳에서 만난 한국인은 건물의 색과 높이, 간판 등을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곳은 시청 건물도 네모 반듯한 회색에 간판만 위압적으로 걸려 있는 게 아니었다. 창문을 뒤덮은 꽃들이 행인들에게 기분좋게 인사하고, 간판도 예술적으로 디자인해 걸었다. 한국의 행정기관 모습과는 엄청나게 달랐다.

청주시는 무슨 무슨 체육대회나 전국대회만 돌아오면 불법광고물 정비를 한다고 야단이나 이는 불법광고물을 적발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아주 단순하게 법 규제에 맞느냐 안 맞느냐의 가치 척도를 따질 뿐이다. 아무리 흉물스러워도 기준에만 맞으면 허가를 내주고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게 행정기관의 시각이다.

청주는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그러나 그 어디서 이런 역사와 문화를 읽을 수 있는가. 외지인이 청주시내를 들어올 때 가로수터널을 만나 잠시 행복하다가 하복대의 울긋불긋 러브호텔과 이름도 국적불명인 간판을 보고는 교육문화도시의 정체성을 느끼기는 커녕 저 만치 사라진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도시는 가꿔야 아름다워진다. 그 첫 번째 시작을 간판정비로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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