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면 불륜, 나는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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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면 불륜, 나는 로맨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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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정치부 차장
   
사전에서 명예훼손을 찾아보니 ‘사람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일반적인 인격에 대한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돼 있다. 어려운 단어는 없지만 선뜻 개념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법전을 뒤져보면 더욱 복잡한데, 형법상 명예는 신분이나 외모, 혈통, 지식 등 외부적인 것에 한하며, 자기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한다.

11월9일 오후 3시 청주지방법원 2호 법정에서는 충청일보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명예가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대응하고 있는 조충 전 충청일보 전무가 충청일보 도민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승환 충북대 교수를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한데 따른 재판이 속행됐다.

이날 피고인 자격의 김승환 교수는 조충 전 전무를 증인으로 신청해 직접 증인심문을 했는데, 질문과 답변의 요지는 조충 전 전무가 충청일보에 긴급 투입된 목적에 대한 진실공방이었다. 물론 그 평가는 충청일보의 현재가 실증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김승환 교수는 조충 전 전무가 “직원들 앞에서나 검찰 고소인 조사과정에서 ‘폐업을 포함한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주장했고, 조충 전 전무는 “직장폐쇄는 내가 했지만 폐업은 주주총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었을 뿐 자신은 건의만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시간에 걸친 창과 방패의 대결은 사실상 예비전에 불과했다. 김 교수가 이번 재판에서는 고소와 피고소 관계가 아닌 임광수 회장에 대해서 언급하자 조 전 전무가 처음에는 “임 회장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대답했다가 나중에는 “임 회장이 180억원을 들여 일으킨 회사를 내가 지키지 못했고 그 분의 명예를 지킬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대답함으로써 공방의 본질이 일순간에 정리된 것이다.

조충 전 전무는 자신이 누차 말했듯이 전권을 부여받고 충청일보에 투입됐고, 결국 충청일보를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의 구심은 임광수회장임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허위사실 유포 뿐만 아니라 전파가능성이 있음을 알고도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도 명예훼손에 해당되기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사고 정당한 방위행위다.

그러나 진실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관할 때는 면책의 사유가 되고, 이는 법이 판단할 문제다. 이 판단에 있어 김승환교수가 대표를 맡았던 충청일보 대책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활동을 했는지 아닌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여기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는데 명예훼손 관련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조충 전 전무가 대책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조 전 전무는 김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와 충북인뉴스 게시판를 통해 “김 교수가 제호를 탐내는 무리(충청일보 노조)로부터 미리 사례를 받은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사시적 시각으로 보면 ‘남이 하면 다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된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금품수수 발언은 중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조 전 전무는 “사실이 아니면 법으로 대응하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는 조 전 전무가 이제까지 보여준 행동방식이다. 끝으로 하나 더! 한글로 음을 달기에 멋쩍은 ‘始發奴無色旗’ 논란은 이날 재판의 압권이었다. 2005년 3월 조충 전 전무가 충북인뉴스 게시판에서 올린 글에서 김 교수를 ‘始發奴無色旗’로 표현한 것에 대해 김 교수가 따지자 “고사성어인데 그 것도 모르냐”며 “필요하다면 찾아서 알려주겠다”고 응답해 신성한 법정을 웃음바다로 만든 것이다. 모르지만 명예훼손에 모욕죄가 추가되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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