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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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10.0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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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차를 내리며 정서 나누는 마을속 특색프로그램
청주시민들에게 차 문화, 과정의 미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
정지연 국제차예절교육원 원장 /육성준 기자
정지연 국제차예절교육원 원장 /육성준 기자

 

정지연 국제차예절교육원 원장은 차()에 대해서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다. 종합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중국을 오가며 차 맛을 알게 됐다. 중국인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깊은 차 문화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됐다. 그는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워서 중국 산동성에 있는 2년제 중국산동성차예절학교에서 공부했다.

차 문화란 삶과 정신적 여유를 찾는 것이다. 사람이 일상에서 작은 여유를 찾아야 정서적으로 충전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 원장은 차 문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십 여 년 전 청주 봉명동에 매장을 열었다.

그는 차를 마시고 시를 짓고 선을 수행한다는 의미로 다담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매장에선 통신판매와 차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러다 9년 전 대성동으로 이전하며 통신판매는 접고 강의와 교육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차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없던 시절, 그는 희소성 높은 전문가로 전국에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토론회와 박람회에 초대 받았다. 10월에도 광주국제차문화전시회에 참여한다. 그는 차를 좀 더 연구하기 위해 현재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예문화와다도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정 원장은 오랜 기간 다도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지만 그 사이 다도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했다. 차 문화 자체가 마시는 것보다 차에 무얼 섞어서 어떤 맛을 내느냐를 중시하게 됐다. 차 산업도 그 방향으로 바뀌어갔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외면하기도 하지만 국제차예절교육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다도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정 원장과 2명의 선생님들은 이를 더 체계적으로 전하기 위해 청주행복교육지구 마을속특색사업에 지원했다. 올해 1년간 사업을 진행하며 많은 학생들과 다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다기(茶器) 깨기 일쑤

 

국제차예절교육원은 청주시 대성,,용정동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마을에는 번화가와 슬럼가가 공존한다. 거주하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이 높다보니 아이들도 많지 않고 사업을 꾸려가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정 원장은 학생들을 동네로 불러들이는 사업안을 구상했다.

학생들은 동네에서 역사와 다도를 배운다. 인근에는 청주향교, 중앙공원 순교자비, 열녀비 등 의미 있는 문화유산들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 자원이 있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교육받으며 청주를 알고 동네를 알아 간다.

동네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선생님들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 수업을 위해 다기를 들고 가야 하는데 그 위험부담이 사라진 것이다. 아이들이 교육원으로 오기 때문. 교육원의 한 선생님은 학교들은 대부분 교실에서 수업하기를 원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말로만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꼭 다기를 들고 가야 하는데 학교에는 교구가 없다어떤 날은 사업비 쓰는 것보다 깨진 다기 벌충하는 게 더 큰 숙제였다고 멋쩍게 말했다.

고심 끝에 정 원장은 사비를 털어 몇 년 전 국제차예절교육원을 열었다. 그리고 청주행복교육지구사업도 이곳을 기반으로 수행한다. 예절을 가르치는 게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보니 겨우겨우 운영하고 있어도 나름 보람을 느낀다.

그는 교육원을 중심으로 차 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며 사람들과 생각을 나눈다. 특히 올해부터는 우리 전통예절을 많은 아이들에게 전파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차 문화를 이해하고 발전해 나가는데 한몫하길 바란다문화가 이어지고 발전하려면 산업이 커야 한다. 아직 우리 차 산업은 미흡하지만 차 문화를 배운 아이들이 이를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 /국제차예절교육원 제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 /국제차예절교육원 제공

 

인식 바뀌었으면...

 

국제차예절교육원은 마을속특색사업을 통해 총 40회 교육을 진행한다. 주마다 한 번씩 해서 지금까지 총 34회에 거쳐 아이들을 교육했다. 그중 몇 몇 아이들은 교육이 끝난 이후에도 교육원을 찾는다.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 어른들의 차 문화에 대한 인식은 답보상태다. 보령, 서산, 문경 같은 곳은 청주보다 규모가 작지만 사람들이 차 문화를 즐기는 것에 대해서 이해가 깊다. 반면 우리 지역 행사들은 외주가 많고 장사해서 수익을 내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그간 국제차예절교육원은 청원생명축제나 직지페스티벌 등에 초청돼 참여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참여하되 무언가 팔아서 수익을 내라는 식으로 바뀌었다. 교육원은 참여해서 팔 물건이 없다. 결국 몇 해 전부터는 지역행사에 가지 않고 있다.

정 원장은 하나씩 천천히 바꿔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예절, 문화교육은 돈 벌려고 하면 못한다. 강사료 몇 만원에 바리바리 다기를 싸들고 찾아간다. 돈을 바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지금은 고되지만 아이들, 주변 사람들이 차 문화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전했다.

국제차예절교육원은 오늘도 아이들에게 다도를 가르친다. 다도 속에는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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