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8 00:46 (금)
잠든 척 하는 건 비겁해
상태바
잠든 척 하는 건 비겁해
  • 충청리뷰
  • 승인 2019.10.04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미 작가의 강연집 『존재, 감』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지난 7월에 김중미 작가의 책 『존재, 감』을 독서모임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읽었다. 그때는 학기말이라 정신없이 바빠서 완독하지 못하고 독서토론에 참여하여 아쉬움이 남아 여름방학동안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김중미 작가는 1987년 인천의 가난한 마을 만석동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찻길옆공부방’을 열었고, 2001년에는 강화로 귀농하여 강화에도 공부방을 만들어 지역공동체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분이다. MBC 방송국 오락 프로그램 느낌표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인천의 가장 오래된 빈민동네 만석동이라는 달동네의 이야기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국민도서로 선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존재, 감』은 2년 동안의 강연집으로 가난과 불평등,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의 인권문제, 학교폭력이나 국가폭력, 혹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평화문제를 다룬 이야기다. 1부는 학교나 도서관 강연에서 소개한 사람들 이야기로 자신을 둘러싼 평범한 이웃과 친구,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2부는 문학과 작가의 삶에 관한 질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책이 교사독서모임 7월의 도서로 정해지고 밴드에 소개하는 글을 적는데 『자존,감』이라고 제목을 잘못 적고도 한참동안 몰랐다. 존재감이라는 단어가 자존감이라는 단어와 매우 흡사하여 헷갈렸다. 머리글에는 자존감과 존재감을 구별하는 문장이 있다.

자존감은 스스로 느끼는 자기 긍정, 자기만족, 자신감인데 반해 존재감은 지금 여기에 실제로 존재하는 느낌으로 이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여긴다. 사회에서 약하고 보잘 것 없으며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과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어 우리 모두가 지금 여기에서 존재감 있게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책이라는 것을 책 제목에서부터 『존재감』이 아닌 『존재, 감』으로 드러내었다.

작가는 첫 이야기로 겨울을 나는 작은 새를 관찰하며 느낀 점을 토대로 연대의 중요성을 말한다. 강화로 귀농하여 작은 새들이 모여 있기에 같은 종끼리 모여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관찰하여 보니 참새, 쇠딱다구리, 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노랑텃맷새가 함께 모여 사는 것을 발견한다. 작은 새는 종이 다르더라도 큰 새들에게 공격당하지 않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겨울에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존재, 감 김중미 지음 창비 펴냄
존재, 감 김중미 지음 창비 펴냄

 

이 외에도 2009년 용산 남일당 참사를 사진에 담은 민우, 시각장애인이지만 대학에 진학하여 꿈을 키워가는 진영, 나를 불쌍하게 쓰지 말라고 말하는 방글라데시 소녀 나지아, 상처를 가졌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길고양이들, 춤으로 인권운동을 하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 사누 씨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본다.

이런 이야기들은 김중미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과 따뜻한 손길로 소설의 모티브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함께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작가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이 가슴에 품은 슬픈 이야기들을 좋아했다고 한다. 슬픈 이야기라고 해서 외면하면 안 되고, 슬프지 않은 삶 속에는 그만큼의 기쁨과 희망을 찾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작가는 그런 이야기들이 쌓인 덕분에 작가가 될 수 있었고,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아주 짧게라도 쓰는 습관을 훈련해보라고 권하며, 이는 타인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춤을 추며 인권 운동하는 부르키나파소의 무용수 사누 씨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아프리카 속담을 소개해주었어요. 진짜로 잠든 사람을 깨우는 건 쉽다. 그러나 잠든 척 하는 삶을 깨우는 건 어렵다.”

작가 역시 깨어있고 싶다고 하면서 눈앞의 진실을 안 보이는 것으로 취급해 버리고 사는 모습을 반성한다고 말한다. 잠든 척 하지 말자고 말한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내가 사는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함께 살기 위해 내가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고민하다보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한다.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주변에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 학교 현장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고 다가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 서로 나누며 살 수 있는 교육이 보다 더 절실히 요구된다.

충청리뷰를 응원해주세요.
'올곧은 말 결고운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