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라짜로’와 속고 속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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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와 속고 속이는 세상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10.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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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라짜로는 지난 6월 우리나라에 개봉된 이탈리아 영화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첫 선을 보인 예술영화로 우리나라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막을 내렸지만 사회적 울림은 컸다. 주인공 라짜로는 시골의 한 담배농장에서 일하는 일꾼이다. 농장 사람들은 20세기에 살고 있지만 사고나 생활방식은 19세기 초반과 다르지 않았다. 농장주인인 후작부인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통제하고 일꾼들을 노예처럼 부렸기 때문이다.

이미 계급사회의 시대가 끝이 났음에도 농장주는 일꾼들을 무지하게 만들었고 착취했다. 그런데 이 착취 구조는 피해자인 일꾼들 사이에서도 일어났다. 그들의 착취 대상은 라짜로였다. 마냥 사람 좋은 라짜로는 그들이 떠미는 일을 성실히 수행했다.

좀처럼 화내거나 불평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소박한 대가에도 기뻐하고 사람들과 나누기에 바빴다. 이를 보며 농장주인 후작부인은 내가 소작농들을 착취하듯이, 소작농들도 라짜로를 착취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행복한 라짜로는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를 속이고 착취해야만 하는 세상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2018‘71회 칸 영화제각본상을 수여했다. 유수의 매체에서 2018년 베스트영화 톱 10에 이 영화를 꼽았다. 올해 수상한 영화 기생충과 비교해도 유사점이 많다.

두 영화에서 다룬 불평등은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이다. 얼마 전 서울에 사는 한 지인은 요즘 사모펀드를 통해 지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인기라고 했다. 사모펀드는 개발 정보를 갖고 있는 몇몇 업자들이 투자자를 모아 지역 부동산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수익률 5~6%를 내기 위해 지역을 초토화 시킨다. 제법 괜찮은 투자처 가운데 증평, 천안 등이 이름에 올랐다. 특히 천안역은 개발과 맞물려 새로 조성되는 개발 구역에 자본이 대거 투자됐다.

광고나 언론에서는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천안에 사는 지인은 울상이다. 해당 지역의 상가, 집값이 크게 뛰어 기대 심리는 높아졌는데 실질적인 거래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한다.

외부자본들은 일정 수익률을 내고 돌아간다. 남는 것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지가를 충당하기 위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역 사람들 뿐이다.

결국 보이지 않는 착취구조의 연장선이다. 이 해묵은 논란을 잠재울 방법이 있을까? 지금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대기업, 대형자본의 지역 진출에 너무 무방비다.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대기업들이 투자하는 금액은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규모지만 이로 인한 손익에 대해서는 너무 안일하다. 투자의 이면에는 분명 착취가 숨어 있다. , 환경, 건강 등 분명 어떤 것은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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