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그림 한 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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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그림 한 점 어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10.17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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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트바자르’ 뜨거운 호응에 20일까지 연장
다양한 가격의 그림 사면 지역 작가 후원하는 것
2019 아트바자르 청주가 열린 성안길 일원 /육성준 기자
2019 아트바자르 청주가 열린 성안길 일원 /육성준 기자

 

집에 그림 한 점 입양하세요.” 지난 주말 청주 성안길 인근에서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 팔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했다. ‘2019 아트 바자르는 청주 문화재야행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아트 바자르(Art Bazar)’는 예술품을 파는 마켓이다. 지난 8월 문화재 야행 때 청주향교 인근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34명의 지역 청년작가들이 참여해서 112점의 작품을 판매했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마켓은 성안길 빈 점포들을 새 단장해서 준비했다.

서준호(41) 아트바자르 감독은 “8월말 첫 번째 행사가 끝나고 작가들이 고무됐다. 어떤 작가는 자기 그림을 이렇게 수많은 사람한테 설명한 게 난생처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자연스레 언제 두 번째 행사를 진행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며 행사를 준비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마켓에는 3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고 성안길 건물주들도 동참했다. 임대료도 받지 않고 점포를 내줬다. 개중에는 인테리어 공사를 며칠 미루고 공간을 비운 곳도 있다. 시민들의 호응이 좋자 당초 13일까지만 전시하기로 했던 것을 이번 주 일요일까지 연장했다.

그 덕에 젊은이들이 붐비는 시내에 근사한 미술관이 생겼다. 지난 주말 많은 사람들이 아트바자르를 찾았고 100여점이 넘는 그림이 팔렸다. 준비한 그림을 완판해서 짐을 싼 작가들도 있다.

서 감독은 서울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며 그림판매의 시장성을 엿봤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유니온 아트페어라는 저가 예술품 판매 마켓을 운영하며 회당 평균 200점의 그림을 팔았다. 몇 년간 제품이 팔리는 추이를 눈여겨봤다.

그림은 1만 원부터 20~30만 원짜리까지 순차적으로 판매됐다. 그는 이를 자료로 남기고 가격을 내려서 팔자고 작가들을 설득했다. 이번 아트바자르에 참여한 작가들은 개당 백만 원짜리 그림의 가격을 개당 20~30만원으로 내렸다.

작은 미술관으로 변신한 성안길 빈점포/육성준 기자
작은 미술관으로 변신한 성안길 빈점포/육성준 기자

 

작품 구매는 성숙한 소비문화

 

사람의 심리는 하나를 사기가 어렵지 두 개부터는 상대적으로 더 쉬워진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가격을 내리니 수요가 생겼다. 서울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는 매번 찾아와서 재구매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점차 늘었다.

늘 그렇지만 작가들은 판로가 없어서 힘들어 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을 풍자해 그림은 나랏님도 안 산다고 비꼬는 이도 있었다. 정부에서는 문화향유를 권하며 작가들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정책들을 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젊은 작가들은 재료값을 충당하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며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

서 감독은 어렵게 살지 말고 가격이 낮은 그림을 그려서라도 재료값을 충당하자고 설득했다. 소비자에게는 누구나 물건을 사고 싶은 욕망을 건드렸다. 특히 그림을 사는 행위 자체가 한 단계 더 여유가 생긴 소비문화라는 욕구를 자극했다.

실제로 그림은 인쇄물과 다르다. 그림에는 작가의 두께가 묻어 있어 보는 사람이 다양한 해석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국민소득과 삶의 질을 판단하는데 그림 구매 빈도를 평가하는 통계도 있다.

청주도 때가 됐다고 서 감독은 말한다. 그는 지난해 직지페스티벌의 감독으로 처음 청주에 오고 청주 작가들과 활동하면서 일말의 가능성을 봤다. 서울이나 청주나 그림을 사고파는 인프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청주에는 작가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왔던 지켜야할 전통들이 있었고 청주시민들의 생각 기저에는 그런 문화적 자부심이 깔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주 전통으로 키우자

 

서준호 아트바자르 감독  /육성준 기자
서준호 아트바자르 감독 /육성준 기자

‘2019 아트바자르의 또 다른 기획은 특별전 리하이브(re-HIVE)’. 청주지역 작가들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시아 작가들과 협업하여 하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대안공간을 만들어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일을 추진했다.

화두는 작가들의 자생이었다. ()이 주도가 되어 그 길을 찾고자 했지만 아쉽게 하이브 프로젝트는 단절됐다. 작가들은 맥을 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청주가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인 청년 작가들이 성장해야 하고 하이브 같은 시도는 필수 불가결한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젊은 작가들은 이번 아트바자르를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어한다. 한 작가는 저가의 미술작품을 구입해 많은 시민들이 유망 청년 작가들의 콜렉터가 되면 지역 경제도 선 순환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마켓을 꾸준히 열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서 감독이 아트바자르를 제안 받았을 때도 이런 고민이 많았다.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예술가들에게 그림까지 싸게 팔아 생계를 이어가라고 설득했는데 중간에 수수료를 받을 수도 없는 일이었고, 그렇다고 행사를 기획할 기획비가 책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고사할까 고민도 했지만 작가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어쩔 수 없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상황이 어렵지만 앞으로 안정적인 공간을 지원받아 꾸준히 마켓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아트바자르20일 일요일까지 청주 성안길 일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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