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공공도서관을 옷가게가 운영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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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공공도서관을 옷가게가 운영한다고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0.22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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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조창C 건물 5층에 조성되는 열린도서관은 청주시가 도서관의 공간혁신을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추진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이 도서관이 무엇을 혁신한 것인지 고개가 저어진다.

현행 도서관법에서는 공공도서관은 대출 서비스를 하도록 돼 있다. 책 또한 시의 자산으로 잡아야 한다. 당연히 등록절차도 필요하다. 하지만 열린도서관은 현재 대출 기능이 없다.

도서관 책을 구입할 때는 3억원 이상일 경우 공개입찰을 하도록 돼 있다. 열린도서관은 조성비로 27억원을 사용하고, 책을 7억원 정도 구입할 예정이지만 공개입찰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선 공개입찰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도서관의 운영자이다. 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도서관이지만 운영자는 청주시가 아니고, 그렇다고 청주시와 위수탁 계약을 맺은 도서관 관련 전문 단체도 아니다.

바로 문화제조창C 건물의 주인인 부동산투자회사(리츠)와 임대 관리계약을 10년간 맺은 민간운영사인 원더플레이스가 맡기로 했다. 원더플레이스는 보세옷 가게로 성장한 패션기업이다. 원더플레이스는 리츠에 임차료를 1년에 274000만원을 내고 문화제조창C 건물의 약 절반가량을 사용한다. 원더플레이스는 이 공간을 다시 재임대 해 리츠에 임차료를 납부하게 된다.

청주시내 성안길에 매장을 두었던 원더플레이스는 최근 철수하고, 문화제조창C 건물 1층에 둥지를 틀었다. 원더플레이스는 1층과 2, 5층 일부를 리츠로부터 임차 받았다.

열린도서관은 5층에 들어서게 된다. 도서관 디자인 및 서가 구조 등 전체적인 디자인은 원더플레이스에서 했다. 공사비용은 27억인데 먼저 리츠에서 공사를 진행한 후 나중에 시가 대금을 치르기로 했다. 청주시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열린도서관 뿐만 아니라 원더플레이스가 리츠로부터 임차해 재임대를 놓아야 할 서점 및 카페까지 인테리어를 같이 해주는 서비스정신을 발휘했다.

인테리어까지 다 된 건물에 원더플레이스와 청주시는 입점자를 찾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당초 입점예정이었던 북스리브로는 전두환 3세가 운영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청주지역서점조합이 노크했지만 임대료가 너무 높아 역시 입점을 포기했다.

청주시와 원더플레이스는 새로운 입점자를 찾는 것보다 먼저 개관부터 하는 선택을 했다. 왜냐하면 청주시의회가 도서관 운영자도 없는 데 이미 매달 7600만원의 예산을 통과시켜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원더플레이스가 열린도서관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대출이 안 되는 집객용 도서관, 이 도서관이 어떻게 앞으로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의 시각에선 그냥 서가에 책만 꽂아 놓으면 도서관이 되는가 보다.

도서관도 책도 이들에겐 그냥 도구일 뿐이다. 본질이 아니다. 여기서 도서관의 근본 방향 및 철학을 이야기하는 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서점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안도 코미디였는데, 이제는 옷가게가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하니 정말 헛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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