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예산심의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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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예산심의철이 온다
  • 충청리뷰
  • 승인 2019.10.2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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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승 우 풀뿌리자치연구소‘이음’ 연구위원
하 승 우 풀뿌리자치연구소‘이음’ 연구위원

 

올해 4월부터 ‘지방의회 바로알기’라는 모임이 열리고 있다. 청주, 옥천, 음성, 충주 등 여러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서, 결산서, 지방의회 회의록 등을 보며 지방행정과 의정의 문제점을 캐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열리는 모임 때마다 탄식이 쏟아진다. 주민들이 원할 때는 돈 없어서 못 한다더니 세금을 이렇게 쓰네, 평가는커녕 점검도 하지 않고 돈을 쓰네, 의회는 질문만 하고 심의를 못 하네 등등.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관심이 없고, 관심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도 예산서만 본다. 하지만 돈을 잘 걷었는지, 사업의 기획이나 집행은 잘 되었는지, 당초 예산에 맞게 집행은 했는지, 이런 부분들은 결산서에 담겨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6월말까지 지방의회의 승인을 받아 결산서를 홈페이지에 고시해야 한다.

충북도내 3개시, 8개군 기초자치단체의 결산을 살펴보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보자. 대부분의 시, 군청들은 자체 수입이 부족해서 재정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일단 세금을 잘 걷는 것이 중요하다. 결산서 상의 미수납액은 말 그대로 받아야 하는데 걷지 못한 세금이나 이용료 등이다.

2018년 결산서 전체 회계에서 억단위 밑을 빼고 미수납액이 높은 순서대로 기초자치단체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청주시 846억원, 음성군 185억원, 충주시 179억원, 제천시 145억원, 진천군 93억원, 영동군 75억원, 옥천군 50억원, 보은군 48억원, 단양군 40억원, 증평군 38억원, 괴산군 33억원. 2018년에만 총 1,699억원의 세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청주시의 미수납액 규모가 가장 크고, 음성군은 예외적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결산을 심의한 지방의원들은 이유를 알까?

그리고 앞으로도 받을 수 없을 돈이라 생각해서 아예 그 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결산서에서 ‘불납결손액’이라 부른다. 각 지자체가 걷지 못하고 포기한 돈은 얼마일까? 2018년에만 청주시 112억원, 충주시 24억원, 제천시 13억원, 진천군 12억원, 음성군 9억원, 영동군 6억원, 보은군 4억원, 옥천군과 괴산군 3억원, 단양군 3000만원이다(증평군은 홈페이지에서 결산서를 확인할 수 없다). 즉 지난해에만 포기한 돈이 186억3000만원이다. 미수납액은 불납결손액을 뺀 금액이므로 합치면 2018년에만 1,885억3000만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서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 금방 연체고지서나 압류통보를 받는데, 세금이나 과징금을 내지 않는 똥배짱의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지방의회는 불납결손처리되는 대상자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까? 돈이 없다는 지방자치단체는 왜 자체 수입마저 제대로 못 걷고 있을까? 더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돈을 제대로 수납하지 못하는데도 결산을 해보면 남은 돈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결산서의 세입에서 세출을 뺀 결산상잉여금에서 다음연도로 이월되는 돈과 쓰지 못하고 남은 보조금을 국가나 광역자치단체로 반납한 돈, 그 해 채무를 갚은 돈을 뺀 돈이 ‘순세계잉여금’이다. 이 돈은 말 그대로 남은 돈으로 채무를 갚거나 그 다음해 세입으로 이월된다. 2018년 기초지자체의 전체 회계에서 순세계잉여금의 규모를 순서대로 보면, 청주시 2,779억원, 충주시 2,589억원, 제천시 918억원, 영동군 853억원, 괴산군 825억원, 음성군 719억원, 옥천군 592억원, 단양군 541억원, 보은군 368억원, 진천군 297억원, 증평군 147억원이다.

지난해에만 충청북도 기초지자체에서 쓰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긴 돈이 1조 628억원이다. 이것이 가난한 지방자치단체들의 현실이다. 세입과 세출에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다. 다가오는 11월 21일부터 기초의회는 제출된 예산심의에 들어간다. 시간이 넉넉한지 보통 6월에 하던 행정사무감사를 11월에 같이 하는 지방의회들도 있다. 의회가 2020년 본예산안을 제대로 심의하는지 시민이 감시해야 한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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