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따라 움직인 경제, 이젠 인터넷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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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따라 움직인 경제, 이젠 인터넷이 주도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10.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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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산업화 시작, 충북에는 청주연초제조창·단양시멘트공장 뿐
‘충북의 기업사’ 없어 기업의 흥망성쇠 몰라…기록으로 남겨야
충북도는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사진은 올해 상반기 수출상담회. 사진/ 충북도
충북도는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사진은 올해 상반기 수출상담회. 사진/ 충북도

 

충북경제와 청주상공회의소
충북경제 흐름 살펴보니

 

청주상공회의소가 창립된지 올해로 100년이 됐다. 전국 73개 중 10번째로 탄생했다. 이른 편에 속한다. 임의단체 상태이던 조직은 1952년 12월 20일 상공회의소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정상적인 공법인 형태로 바뀌었다. 이후 청주상공회의소는 상공업계를 대변하는 기관이 됐다. 현재 회원사는 1350개. 100년 동안 충북경제도 많이 성장했다. 1960년대에는 충북경제가 전국 경제규모의 2%에 불과했으나 이제 3%를 넘어 4%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충북경제의 흐름과 청주상공회의소의 공과 실을 짚어본다. (들어가는 말)

충북은 국토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중심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바다가 없는 내륙도인데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한 경부축 선상에서 벗어나 소외돼 왔다. 한동안 농업도의 이미지가 강했고 실제 1차 산업이 주를 이뤘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류 길을 따라가 보면 충북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물길-철길-고속도로-항공-고속철도-인터넷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길을 따라 자연스레 물자와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어 철도가 놓이면서 철길이 만들어졌다. 충북선이 1920년 개통했다. 내년이면 100주년이다. 이후 고속도로, 항공, 고속철도, 인터넷으로 발전해 지금은 4차산업혁명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청주1공단이 산업화 이끌어

우리나라는 1960년대 산업화가 시작됐지만 당시 충북에는 청주의 연초제조창과 단양의 시멘트공장이 고작이었다. 이후 70~80년대에 청주 대농이 생겼고 청주공업단지가 들어섰다.

청주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들어 중소기업이 생기고 대단위 면방직 공장인 대농, 청주공단이 조성돼 청주는 소비도시에서 생산도시로 탈바꿈 했다. 1967년 우리나라에 동양최대 면방직공장이 건립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청주상공회의소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다각도로 노력해 유치했다. 공단 조성에도 역량을 쏟았다”고 한다.

금융기관으로는 1960년대 이후 한국은행, 한국산업은행, 조흥은행들의 청주지점이 설립됐다. 1971년에는 1도1은행 정책에 따라 충북은행, 76년에는 충북상호신용금고가 문을 열었고 충북투자금융, 중앙리스, 태양생명 등이 잇따라 개설됐다. 당시 김우현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은 1970년 (주)충북은행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은행 설립에 박차를 가했고 마침내 성공했다고 전해진다.

충북연구원은 ‘충북지역경제론’에서 “충북의 산업화는 1973년 조성된 청주1공단을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중간지점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을 활용해 라디오, 전축, 흑백TV 등과 관련된 부품제조업이 탄생했다. 영태전자, 맥슨텔레콤, AMK 등의 중소기업이 나왔고 LG전자가 청주공단에 입주했다. 이후 LG화학, LS산전, LG생활건강,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들어섰다. 충주 공단에는 새한미디어가 입주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80년대 전반기 들어서는 영태전자, 맥슨전자, 삼화전기, 우진전기, 한음파 등의 업체가 활발하게 사업을 벌였고 후반기에는 맥슨텔레콤, 삼화전기 등이 무전기, 무선전화기 등을 생산하면서 정보통신시장이 뜨거워졌다고 한다. LG전자는 반도체 공장을 세웠고 무선통신, PCB, 휴대폰 연관산업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1984년 9월에는 충북에 골프장 건설이 추진된다. 청주개발(주)가 창립을 알렸다. 90년 이후에는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현재 청주 경제의 두 축인 오창과학산업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도 시작된다. 오창은 IT, 오송은 BT 중심으로 시작해 지금은 수많은 국책기관, 대학, 기업, 연구소가 밀집된 지역이 됐다. 가히 괄목상대할 만한 곳으로 성장했다.
 

“충북의 기업사 당연히 필요”

충북에는 현재 국가산단, 일반산단, 농공단지, 외국인투자기업전용 산단 등 다양한 산단이 조성돼 있다. 청주와 진천·음성지역에 특히 산단이 많다. 충북의 4대 전략산업은 바이오, 차세대전지, 반도체, 전기전자융합부품 등이다. 충북도는 청주-충주-제천-옥천의 바이오, 청주-충주의 차세대전지, 청주의 반도체, 청주-제천의 전기전자융합부품 인프라를 구축해 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주력산업은 화장품뷰티와 바이오 분야. 충북도는 지난 22일 ‘2019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를 개막했다.

충북에는 전국적으로 내로라 할 만한 기업이 거의 없다. 오랫동안 대를 이어 운영해온 향토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한국도자기를 치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한 때나마 충북을 주름잡던 기업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인들이 존재했다.

역대 청주상공회의소 회장만 보더라도 김유복 전 중선화물자동차(주) 사장, 이도영 전 남한제사(주) 사장, 권태성 전 태성상회 대표, 김종호 전 한국도자기(주) 사장, 김우현 전 국제산업공사 대표, 장인환 전 삼화물산(주) 대표, 박재철 전 서울상호신용금고 대표, 민권식 전 대성연탄공사 대표, 한현구 전 (주)한림식품 대표, 오운균 (주)세원건설 회장 등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충북의 기업들에 대한 기록이 어디에도 없다. 시대별 충북의 대표기업 역사와 기업인들에 대한 얘기, 지역사회에 기여한 내용 등 흥망성쇠를 기록으로 남겼어야 하나 전해지는 게 없다. 충북도, 청주상공회의소, 대학 등 있을 만한 곳에 문의했으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충북지역의 기업 역사를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충북의 기업사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 충북에 어떤 기업과 기업인들이 있었고 이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또 이는 지역 기업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경제 이외에도 정치, 문화예술, 교육, 과학, 의료 등 분야별 지역 역사 내지 인물사는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모여 지역의 역사를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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