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고 다 여성후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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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고 다 여성후보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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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부국장

여성의 정치세력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진출해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익신장을 꾀하자는 것이고 21세기는 또 그것이 가능한 시대다. 특히 17대 총선을 겪으면서 지역의 여성들도 여성의원을 생소하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박근혜·전여옥·추미애·박영선씨 등이 여성계에 기여한 것은 여성들이 정치를 가깝게 느끼도록 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평가는 차치하고 이들은 여성들에게 정치를 하라고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충북지역의 유일한 여성의원인 강혜숙 의원도 이런 점에서 기여한 부분이 있다.

정치를 철저히 배격했던 ‘어머니 세대’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 세상은 여성 정치인을 환영한다. 정치인이 되는 길이 여전히 멀고 험하지만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화두로 여성계가 뭉쳤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의원 유급화가 실현되고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여성들의 관심이 높다. ‘똑똑한 여성 의원 하나가 남성 의원 열 명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여성의원들이 해내는 몫이 크다.

지역별로 1~2명씩 뽑는 기초의회 비례대표에 각 정당이 어떤 식으로 공천할지 두고 봐야 하지만 여성들에게 앞 번호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를 정할 때도 여성들을 우선해 공천했기 때문에 같은 방법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비례대표 자리를 여성 몫이라고 볼 때 여성계를 대변하고 여성 편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사람을 의회로 보내야 여성정치세력화라는 화두에 걸맞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거론되는 여성 비례대표 후보들을 보면 ‘여성대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생물학적인 성만 여성이지 자질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후보가 걸어온 길이 증명한다.

현재 모 당이 인기가 있다고 알려지자 후보들은 앞 뒤 따져볼 것도 없이 그 당에 줄을 선다는 후문이다. 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성단체니 무슨 무슨 사회단체니 하는 데 이름 석자 걸어놓은 사람이라면 ‘우르르’ 출마하겠다고 덤비는 것도 우습다. 상대적으로 할 만한 사람이 적은 군 단위에서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성들에게 비례대표 앞 번호를 줘야 한다고 부르짖으며 오늘날 여성들이 의회로 진출하도록 길을 터놓은 사람들이 있었다. 앞장 서서 ‘없는 길’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은 여성의원이 의회에 진출함으로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길 바랐다. 정치는 남성의 전유물이고, ‘정치적’인 여성이라고 하면 비난하는 것으로 해석하던 시절, 시대를 앞서간 여성운동가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주장했다.

하지만 자질 검증 없이 무조건 여성이라고 등 떠밀어 의회로 보냈을 때 입는 피해는 여성 다수에게 돌아온다. 이미 그러한 예가 있다. 여성 정치인이 늘어나면 부패지수가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국가 청렴도를 높이고 여성의 제반활동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을 여성의원이라고 다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식이 있어야 한다. 여성운동가가 부르짖은 여성정치세력화의 취지를 살리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라도 지방의회에 아무나 들어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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