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역사교육 아이들에게 호응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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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역사교육 아이들에게 호응만점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10.30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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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전문가가 이끄는 10주 간의 소통중심 청주역사탐험
재수강 문의 폭주해 결국 사비 털고 강의수도 늘려
(왼쪽부터) 박영미, 김정호 /육성준 기자
(왼쪽부터) 박영미, 김정호 /육성준 기자

 

한국역사문화연구회는 지역의 역사를 탐구하고 교육하는 곳이다. 김정호 대표는 2014년 율량동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30평 남짓 되는 공간 한편에 다양한 역사서적들로 가득 찬 새벽날개작은도서관도 개관했다.

김 대표는 한국역사문화연구회를 차리기 전부터 교육사업을 해왔다.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지만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늘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청주행복교육지구사업을 알게 됐고 올해부터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을 한다. 청주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탐구하며 장소를 직접 방문해서 체험활동을 한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상 청주역사에 대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시기별, 인문별로 구성한 강의는 총 10주에 걸쳐 청주의 역사에 대해서만 가르친다. 아이들도 흥미롭게 배우며 결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참여도가 높다. 선생님들의 희생정신도 단체를 운영하는데 큰 힘이 된다.

변변한 수고비조차 책정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을 늘 즐겁다. 이들은 역사가 좋아서 한국역사문화연구회에 참여해 활동을 해왔고, 올 초 김 대표의 소개로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알게 돼 동참했다.

박영미 씨는 돈 보고 이 일을 하지는 못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기뻐할 때 보람을 느낀다. 현재까지 3기에 걸쳐 총 130명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수업은 화요일과 금요일 이틀간 진행한다. 학교에 공문을 보내 20명의 학생들을 모집해서 두개 반을 꾸리고 약 3주간 청주의 역사에 대해 배운다. 이후 4주는 청주에서 활약한 역사적 인물에 대해 공부한다. 그리고 현장 유적지를 돌며 배운 내용을 학습한다.

청주행복교육지구 ‘역사야 놀자’ 수업 사진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제공
청주행복교육지구 ‘역사야 놀자’ 수업 사진 /한국역사문화연구회 제공

 

 

20년 노하우 담긴 교육

 

강의는 선생님들이 중심이 되고 김 대표는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역사 교육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그는 20년 넘게 교육계에서 활동하며 영재교육으로 제법 이름을 알린 전문가다.

그는 대학에서 이공계열을 졸업하고 취준생 시절 우연히 영재교육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에는 별로 없던 창의력, 사고력,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방식에 매료됐다. 자연스럽게 영재교육회사 와이즈만에 취업했고 연고지인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2004년 본사로부터 그에게 청주지역을 맡아 운영해보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청주지역에는 카이스트 출신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대덕영재교육원이 태동하고 있었다. 와이즈만은 이를 견제하고 무주공산이었던 청주 영재교육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세 싸움을 앞두고 있었다.

고향 부산에서 집도 사고, 가정을 꾸린 김 대표의 입장에서 청주로의 이전은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그는 일생일대의 도전을 꿈꿨다. 그리고 대박을 쳤다. 불과 1년 사이 수강생이 400명을 넘어섰다. 지점도 내고 건물도 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1년 사업을 접어야했다.

회사는 잘나갔지만 사람들을 너무 믿은 게 흠이었다. 김 대표는 교육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경영에는 소홀했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수억 투자한 시설을 날리는 일도 있었다. 경쟁업체에 선생님들을 뺏기기도 했다. 결국 이것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최종 부도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사업은 실패했지만 탁월한 교습법으로 성공을 거뒀던 그의 실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한 역사교육업체가 청주지부를 맡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역사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를 수락했고, 이후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교육학 박사학위를 역사교육학 박사학위로 전환해 공부하고 있다.

 

인기비결은 소통하는 수업

 

아이들이 교육체험을 통해 만든 수업자료 /육성준 기자
아이들이 교육체험을 통해 만든 수업자료 /육성준 기자

박영미 씨는 김 대표가 교육단체를 운영하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배경에는 뭐든 나누려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도 한 번만 하면 될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두 번 더 추가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운영하며 많은 아이들에 기회를 주기 위해 수업은 한 번만 들을 수 있다는 원칙을 정했다. 그렇지만 엄마들의 재수강 신청이 폭주해서 절반 이상은 다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원이 늘자 어쩔 수 없이 강의수를 늘렸다.

인기의 비결은 소통하는 수업방식이다. 선생님들은 사비로 엽전을 사서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에게 주고 몇 개 이상 모아오면 선물을 줬다. 당연히 아이들의 참여도는 높았다. 이를 두고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괘념치 않는다. 그는 교육청에서 경제적 여건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저는 잘하는 것을 조금 기부하면 된다. 그래봐야 몇 만원 더 쓰는 것이다. 크게 무리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다만 잘나갈 때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알았더라면 아이들과 더 재미있게 공부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선생님들의 희생 덕분에 새벽날개작은도서관은 아이들로 늘 북적인다. 역사교육 관련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그는 내년에는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방과 후 수업에도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은 선생님들에게 강사비조차 줄 형편이 못 되지만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일부 비용이라도 지원되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김 대표는 어떤 기회를 통해서든 아이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에 대해 가르치고 싶다.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이 더 확산되어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더 많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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