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제조창, 왜 ‘문제제조창’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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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조창, 왜 ‘문제제조창’이 됐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0.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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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회사에 건물 넘긴 청주시의 ‘오판’으로 문제 커져
건물의 상징성‧역사성 사라지고, 오히려 시 세금만 ‘줄줄’
충북청주경실련 공익감사청구 “대표적 예산낭비사례” 지적

청주문화제조창 논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청주문화제조창C를 두고 지역사회에선 청주문제제조창’, ‘문화제조창은 C이라는 말이 나돈다. 1946년 설립된 옛 연초제조창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기대를 모았다. 공간이 가진 역사성과 시간성 때문이었다. 과거 한때 3000여명이 연간 담배 100억 개비를 생산했던 곳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문화제조장C'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2014년 청주시는 국토부 공모사업을 통해 옛 연초제조창에 약 500억원의 국시비를 투입해 경제기반형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다. 이후 2017년엔 청주시, LH공사, 주택보증기금(HUG) 3자가 협약해 부동산 투자회사를 세운다. 청주시는 청주문화제조창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리츠’)에 옛 연조제조창 본관건물을 55억 원에 현물출자한다. 이로써 청주시는 리츠의 대주주로 43%지분을, 현금 20억원을 출자한 LH공사는 지분 19%, 50억원을 출자한 주택보증기금은 지분 38%를 각각 갖게 된다.

옛 연초제조창 모습(2013년)
옛 연초제조창 모습(2013년)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문화제조창 모습.(2019년 9월 촬영)/사진=육성준 기자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문화제조창 모습.(2019년 9월 촬영)/사진=육성준 기자

 

부동산 임대사업이 최상의 목표

 

이제 지역의 랜드마크를 꿈꿨던 문화공간은 리노베이션(renovation)이 아니라 리모델링(remodeling)을 통해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방향이 바뀐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옛 연초제조창의 흔적은 철저히 지워졌다. 지금은 당시 굴뚝만이 전시물처럼 세워져 있다. 정작 세월의 흔적을 품은 건물의 외관은 모두 깔끔하게 정리됐다. 청주시는 국토부에서 자랑하는 도시재생 최고의 성공사례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가를 비롯한 건축가들은 최악의 리모델링이라고 비평하고 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층고 또한 낮춰졌다. 1,2,3층은 6m 45cm에서 4m 25cm로 줄었다. 4,5층은 4m 25cm에서 2m 30~40cm로 줄었다.

모 건축가는 공간이 갖고 있던 매력이 다 사라졌다. 요즘에는 상업공간을 운영해도 과거 흔적을 남기는 게 유행인데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닥트를 너무 옛날 방식대로 설치해 층고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건물 리모델링 비용은 총 655억원이다.

 

내 꺼 인데, 내 꺼 아닌 네꺼

 

이제 옛 연초제조창의 주인은 청주시에서 리츠로 바뀌게 됐고, 리츠가 청산되는 2029년에 이 건물은 다시 청주시 소유가 된다. 리츠는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1021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한 청주시에 201910, 202910월 두 번에 걸쳐 판다. 청주시는 두 차례에 걸쳐 820억원을 들여 매입하게 된다. 본인 소유의 건물 소유권을 리츠에 넘기고 다시 리츠로부터 거액의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다.

청주시는 이미 1차로 201910월 건물의 1/2을 약 415억원을 들여 사왔다. 청주시는 현재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공예페어가 열리는 공간 3층과 4, 그리고 5층 공간의 일부를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의 공간인 1층과 2, 5층 일부는 민간운영사인 원더플레이스가 리츠에 임차료를 내고 사용하게 된다. 사용료는 1년에 274000만원이다. 10년 후 원더플레이스가 빠져 나간 후엔 청주시가 다시 건물을 리츠로부터 약 400억원을 들여 사오게 된다.

 

수백억의 세금 낭비 초래

 

청주시가 직접 옛 연초제조창에 대한 사업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리츠를 통해 하다보니 불필요한 비용이 수백억 지출됐다. 당장 10년간 리츠에 들어갈 순수 판관비만 158억원이다. 리츠는 페이퍼 컴퍼니이고,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곳은 리츠가 세운 자산관리회사다. 자산관리회사에는 매달 3300만원의 비용이 지출된다. LH공사에서 퇴직한 박희만 현 자산관리회사 대표이사와 직원 2명의 인건비 및 사무비가 포함된 비용이다. 또 사무수탁사인 신한아이타스엔 매달 275만원, 또 다른 자산보관회사인 NH투자증권에는 매달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모두 청주시 세금으로 집행되는 돈이다.

의사 결정 구조 또한 불투명하다. 공간을 재생하는 데 기획자가 부재하다. LH에서 파견된 직원과 청주시 도시재생과 공무원들이 실상 문화제조창의 콘텐츠를 짜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는 운영위원회마저 없다.

이사회 및 주주총회 또한 모두 서면으로 진행됐다. 청주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주주총회는 5, 이사회는 10번 정도 열렸는데 모두 서면으로만 했다. 주주나 이사들이 직접 만나 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주주나 이사는 사람이 아니라 직책과 법인 위주로 됐다. 따라서 만나서 회의를 할 수가 없다. 리츠의 이사회는 청주시도시재생과장(관리감독이사), LH법인이사, HUG 소속의 공인회계사로 구성돼 있다. 주주 또한 청주시, LH공사, HUG로만 돼 있기 때문에 문서로만 가부가 결정됐다.

전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는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됐지만 이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처리됐다. 2000만원이 넘는 사업은 모두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진행하는 게 청주시의 원칙이다.

하지만 리츠는 민간기업 성격이기 때문에 모든 게 자유롭다. 청주시가 출자출연한 기관도 아니라서 정기적인 감사도 피해간다. 물론 이사회 회의록, 주주총회 회의록 또한 청주시의회에 공개된 적이 없다.

돈의 흐름도 모호하다. 당장 문화제조창C 5층 열린도서관의 조성비는 34억원이다. 조성과정을 보면 민간운영사인 원더플레이스가 서울에 있는 S업체에게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했다.

충북청주경실련은 지금 문화제조창 도시재생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및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0월 23일 열린 기자회견 모습.
충북청주경실련은 지금 문화제조창 도시재생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및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0월 23일 열린 기자회견 모습.

충북청주경실련은 10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가 공공의 역할을 포기하고 부동산투자회사에 전권을 내맡긴 문화제조창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문화제조창 도시재생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및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충북청주경실련은 열린도서관은 문화제조창 도시재생사업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1021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그동안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깜깜이로 진행된 사업,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에 향후 10년간 시민들의 혈세를 투입할 수는 없다. 이는 청주시의 대표적 예산 낭비 사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주시의 모 간부공무원은 특례시가 되면 개발공사를 세울 수 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청주시가 해야 할 사업을 자신이 없다보니 민간회사에 떠넘기는 것이다. 담당공무원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돈의 흐름 또한 복잡해서 알 길이 없다. 자꾸만 청주시가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퇴직 이후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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