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가 도서관 운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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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게가 도서관 운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0.3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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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34억 들여 조성, 원더플레이스에 매달 운영비 7600만원 지원
12월 초 도서관 개장 예정, 서점은 입점자 못 구해 ‘공실’로 남아
시의회 운영비 예산 성급하게 집행, ‘先집행-後업자 구하기’선례

청주문화제조창 논란
열린도서관의 공공성 희박

 

문화제조창C 건물 5층에 조성되는 사립공공도서관인 열린도서관의 운영자는 공교롭게도 보세 옷가게로 성장한 패션기업인 원더플레이스.

원더플레이스는 문화제조창C의 민간운영사이기도 하다. 원더플레이스는 건물주인인 문화제조창부동산투자회사(이하 리츠)10년간 문화제조창 건물의 1/2을 사용하면서 총 274억원을 납부하기로 약정했다. 원더플레이스는 재임대를 통해 임대료를 메워야 한다. ‘옷가게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라는 황당한 조합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청주문화제조창C 5층에 조성되는 열린도서관의 운영자가 원더플레이스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열린도서관 전경 /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문화제조창C 5층에 조성되는 열린도서관의 운영자가 원더플레이스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열린도서관 전경 / 사진=육성준 기자

 

당초 서점이 도서관 운영하기로

 

청주시는 당초에 민간서점이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안을 짰다. 이 같은 계획은 올 초 청주시장이 문화제조창에 도서관을 조성하자는 안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공무원들이 구현하다보니 엉뚱하게도 일본 다케오시립도서관의 예를 차용해 서점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서점 입점자로 나선 곳이 전두환 3세가 운영하는 북스리브로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북스리브로는 입점을 포기했고, 이후 청주지역서점조합이 문을 두드렸지만 임대료 문턱을 넘지 못해 또다시 없던 일이 됐다.

시장의 주문으로 도서관이 문화제조창 5층에 끼어들어가면서 내용이 더 복잡해진다. 건물의 소유권이 리츠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린도서관 조성을 놓고 리츠와 청주시, 원더플레이스 3자는 계약을 체결한다.

당초 5층은 청주시가 도서관, 시청자미디어센터, 공연장 등을 공공영역으로 쓰고, 원더플레이스는 서점1, 서점2, 카페, 키즈카페, 푸드샵 등을 임차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용이 몇 번 바뀌었다.

결국 리츠에서 도서관 조성을 먼저 하고, 나중에 이 돈(34억원)은 시가 전액 정산해주기로 했다. 5층에 있는 수익공간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청주시와 원더플레이스가 나눠 갖기로 했다.

열린도서관은 따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5층의 공용공간이었던 복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복도 및 벽면을 서가와 소파로 채워 넣었다. 닫힌 공간이 아니다보니 도서관 출입구 또한 총 17개가 된다.

시는 도서관을 조성하면서 원래는 원더플레이스가 임차를 해야 할 민간 서점 및 카페 공간까지 인테리어 및 의자 및 집기 일체를 지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협업이다. 향후 임대공간에서 나오는 수익을 시가 원더플레이스로부터 받을 수 있다. 시가 직접 임대사업을 할 수 없으니 민간운영사인 원더플레이스를 통해 돈을 돌려받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게 청주시 행정체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청주시의회는 이미 9월 말 열린 도서관 운영자가 없는 상태에서 우선 3개월 분 예산 28000만원을 통과시켜줬다. 매달 7600만원을 도서관 운영비로 잡은 것이다.

 

상호대차, 대출 서비스 불가능

 

파란색 부분이 열린도서관 공간(2165m²)이고, 보라색으로 표시된 서점1(367m²)과 서점2(약 178m²)는 입점자를 구하지 못했다. 따라서 시는 시비를 들여 서점으로 인테리어를 했지만 공실로 놓고 도서관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파란색 부분이 열린도서관 공간(2165m²)이고, 보라색으로 표시된 서점1(367m²)과 서점2(약 178m²)는 입점자를 구하지 못했다. 따라서 시는 시비를 들여 서점으로 인테리어를 했지만 공실로 놓고 도서관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청주시가 임대료를 받기로 한 서점1, 서점2의 입점자를 구하지 못했다. <도표1참조> 따라서 도서관 문을 열어도 서점1, 서점2는 공실로 비게 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그냥 비워놓을지 책을 좀 꽂아놓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서점이 들어오지 않으면 다른 업종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가 시비를 들여 서점으로 다 조성해 놓았는데, 만약 다른 업종이 들어오면 헛돈을 날리는 셈이다. 서점에 붙은 카페는 원더플레이스가 임차인을 구했다. 이 수입은 원더플레이스가 갖는다. 인테리어는 시가 해줬다.

청주시는 이미 도서관 운영 예산을 확보해 적어도 12월 전에는 문을 열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그러다보니 민간운영사인 원더플레이스에게 도서관 운영을 맡겨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모 도서관 전문가는 서점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도 문제가 많은데, 더 나아가 옷가게가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전세계에서 아마 최초일 것이다. 최악의 사례가 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원더플레이스는 지금 도서관 운영계획서를 짜고 있다. 청주시 도시재생과 이진영 주무관은 도서관 관리 인원은 11명 정도이고, 그 중 사서직은 6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10년 후 리츠가 청산된 이후 현재 채용된 열린도서관의 고용인원들이 승계될 가능성은 없다.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이 도서관을 운영하다보니 도서관법에 정의된 도서관의 고유업무인 상호대차, 대출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개인정보법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의 경우 이러한 서비스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직영해야

 

지난 1028일 열린 청주시 작은도서관의 오늘과 내일토론회에서도 열린도서관은 도마위 에 올랐다. 북유럽 도서관 기행을 해마다 떠나고 있는 윤송현 청주시 전 의원은 세계의 도서관들은 더 이상 서가에 책만 꽂아놓지 않는다. 상호대차 또한 한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인근 몇 개 도시를 하나로 묶어 놓는다. 도서관에 3D프린터를 갖다 놓거나,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을 두어 시민들이 이곳에서 창작을 하게 만든다. 도서관을 설립할 때 가장 선행해야 할 것은 지역민의 요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혁신을 꿈꿨던 열린도서관은 결국 기존 청주시립도서관 보다 못한 공간이 됐다. 책 열람만 가능한 공간이 돼버렸다.

한편 김영근 청주시의원은 지금 청주시 사립공공도서관 운영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은 열린도서관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례라도 만들어서 운영위원회 및 예산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윤송현 전 의원은 사립공공도서관의 지원조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사립도서관은 자유롭게 특성에 맞게끔 운영해야 한다. 차라리 열린도서관 지원조례를 만들어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경 의원 또한 청주시가 도서관 조성비 및 운영비를 다 댄다. 다만 도서관 건물 주인이 리츠라서, 사립공공도서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청주시가 리츠를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 이 논란의 끝은 청주시가 도서관을 직영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이 방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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