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논란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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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논란과 언론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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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정치부 차장
   
줄기세포 연구에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했고 난자를 매매한 의혹이 있다는 MBC PD수첩의 보도(11월22일)와 관련해, 11월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취를 감춘 황우석 교수는 11월30일 현재 서울 근교의 한 산사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당시 황 교수는 3부 요인 수준의 개인 밀착 경호를 잠시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뒤 충청도에 있는 모 사찰에서 부인과 함께 머무르다 사흘 뒤 서울 근교 사찰로 거처를 옮겼다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복잡한 논란을 피해 잠시 세상의 시선에서 사라졌지만 난자매매 여부를 둘러싼 논란의 불길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마치 기름을 부은 듯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심지어 황 교수가 충청도의 한 사찰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충북의 기자들 사이에서는 그 사찰의 소재가 ‘충북이냐 충남이냐’를 놓고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황 교수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고 대전고를 나온 만큼 충남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가 하면 핵심 연구원이 충북 출신이라는 점에서 서울에서 가까운 충북으로 내려왔을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됐다. 물론 이같은 막연한 추리가 직접 보도는 되지 않았지만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언론의 시각이 이러하다.

어찌 됐든 PD수첩의 보도 이후 대다수의 중앙언론이 보여준 보도태도는 내용면에서 선정적이고, 방식은 마녀사냥식이다. PD수첩의 보도를 ‘국익에 반하는 행위’로 단정짓고 이해당사자의 입만 쳐다보며 여과없는 보도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평소 다른 언론들이 네티즌들의 여론을 보도하는 경향에 대해 ‘대중추수주의’라며 근엄한 보도태도를 보였던 중견언론들이 오히려 네티즌을 앞장세워 그 전위에 섰다. 스포츠(연예) 언론들은 ‘한 여자 연예인이 난자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사실 등을 보도하는 등 자신의 영역(?)에서 그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이제는 언론이 먼저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 11월29일 광고 없이 방송을 내보낸 PD수첩이 조속한 시일 내에 난자매매 의혹수준이 아닌 ‘완결판을 내보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PD수첩의 한학수 프로듀서는 11월29일 미디어오늘과 가진 인터뷰에서 “황우석 논란의 핵심이 난자매매가 아니라 논문의 진실성이며 이른 시일 안에 후속편을 방영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팀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를 전문가에게 의뢰해 검증한 결과 환자의 체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PD수첩의 보도내용이 전혀 터무니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제까지 맞았던 뭇매와는 차원이 다른 집중포화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응당한 수준의 자기 결단’을 전제로 해야할 만큼 황우석 문제는 불붙은 감자다.

PD수첩이 이를 감수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적어도 언론 만큼은 함께 진지해져야 한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가 진정으로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 측면의 흠결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룩한 종교적 윤리를 들먹이는 것이 아니다.

황우석 연구가 난치병 환자들을 치유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이고 우리나라를 생명공학의 초강국으로 인도할 마술 양탄자라면 진지한 탐사보도로 그 진위를 가려야 한다. 진실만이 국가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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