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고 통일문제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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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읽고 통일문제도 생각
  • 충청리뷰
  • 승인 2019.11.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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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섭 작가의 『봉주르, 뚜르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염 정 애 괴산 문광초 교사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지난 주 11월 1~2일에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제 3회 충북청소년비경쟁독서토론 한마당이 열렸다. 이 행사는 2017년부터 충북도교육청과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독서인문교육에 관심 많은 교사들이 함께 모여 주제도서 선정부터 진행과 마무리까지 협업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주제 도서를 함께 읽고 모인 이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질문을 만들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고의 확장성을 경험하게 된다. 올해 초등 주제도서는 한윤섭 작가의 『봉주르, 뚜르』이다. 중등 주제도서는 두 권으로 문학 부문은 박하령 작가의 『발버둥치다』이며, 비문학 부문은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를 다룬 『다시 봄이 올거예요』 이다.

이 행사에서 나는 『봉주르, 뚜르』의 한윤섭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였다. 그는 동화작가이기도 하면서 극작가, 연출가로 왕성히 활동하시는 분이다. 이날 모인 초등학생들은 『봉주르 뚜르』 가 추리소설 방식으로 되어 있어 책을 재미있게 순식간에 읽었다고 했다.

11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 책은 주인공 봉주가 프랑스 뚜르라는 지방으로 이사를 가면서 새로운 집에서 우연히 책상 옆의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아야 한다’라는 희미한 한글 낙서를 발견하며 낙서의 주인공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뚜르는 작가가 20여 년 전 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가며 처음에 살았던 지방이며.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장소들을 기억하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유학시절 라면이 먹고 싶어, 뚜르에서 파리로 큰 배낭을 메고 갔는데 거기에서 우연찮게 파리에 있는 한 건물 안에 50여명의 북한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국에서 만날 수 없던 북한사람들이 프랑스에 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오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봉주르, 뚜르 한윤섭 지음 문학동네 펴냄
봉주르, 뚜르 한윤섭 지음 문학동네 펴냄

 

그리고 자신의 방에 있는 책상에 한글은 아니었지만 다른 나라의 언어로 새겨진 낙서를 보며 이 두 내용을 접목시키면 재미난 이야기가 탄생할 것같은 예감이 들어 시나리오 구성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나리오 창작은 어려움이 많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동화로 바꾸게 되면서 12세 봉주가 비밀을 추적하며 같은 반 친구 일본인 토시가 국적을 숨기는 북한사람이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른에게도 필요한 동화
이 동화는 행복한 결말을 맺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토시가 국적을 밝히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장면은 시원스럽지 않고 찜찜한 결말을 보여줘 어떤 학생은 왜 그런 결말로 끝냈냐며 작가에게 공격도 하였다. 우리 주변에 남북 분단의 문제를 다룬 동화는 흔치 않다. 이날 모인 초등학생들은 남북분단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토론하지는 못하였지만 우리나라 가장 큰 현실문제인 통일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학생들 중에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 『봉주르, 뚜르』라는 책 이외에도 『해리엇』, 『서찰을 전하는 아이』, 『짜장면 로켓 발사』라는 책을 더 찾아 읽고 온 아이도 있었다. 나도 두 권을 더 찾아 읽고 작가를 만났는데 170살 먹은 갈라파고스 거북이가 동물원 친구들의 도움으로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인 『해리엇』을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

두렵고 외로울 때 해리엇 같은 어른이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리엇은 원숭이 찰리가 동물원으로 오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할 때 밤마다 찰리가 사는 공간으로 찾아와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따뜻이 품어 준다. 나는 너의 친구이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찰리는 낯선 세상에서 내면이 점점 단단해지며 자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싫어했던 개코 원숭이 스미스라는 적마저 친구로 만들어 해리엇을 바다로 가게 하는 데 일조하게 만든다.

동화는 아이들만이 읽는 책이 아니다. 이 가을, 한 권의 동화책은 우리들의 마음을 순수하고 따뜻하게 지펴주고 어떠한 어른으로 살아야 하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람직하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방향성도 함께 제시해 주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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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2019-11-06 22:53:02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도 동화책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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