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종사자는 화풀이 대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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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종사자는 화풀이 대상이란 말인가
  • 충청리뷰
  • 승인 2019.11.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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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 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이 순 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주말 햇살이 따스하여 숲속을 걸으며 나무들의 신선한 내음에 가슴을 열고 몸과 마음을 한껏 정화시켜본다. 매일 똑같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모처럼 아름다운 단풍숲길을 가슴으로 느껴보았다.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향기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자연은 우리에게 온화하고 따듯한 선물을 항상 주는데 인간사회는 그렇지 못한 것같아 씁쓸하다.

인권은 사람이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이다. 즉 인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세계인권선언의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사회복지종사자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키고 옹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인권에 기반을 둔 서비스 제공자로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고 전문적인 실천을 하는 사회복지종사자가 정작 자신의 인권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면 질 높은 복지서비스는 담보되기 어렵다.

또한 직무특성상 여성종사자가 많은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인권침해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종사자의 인권이 지켜지지 못하는데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얼마전 청주복지재단에서는 ‘청주시사회복지종사자 인권실태조사 결과보고회’를 열었다. 475명에 대한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종사자는 151명(40.9%)으로 나타났다. 이중 114명(77.6%)은 사회복지가 아닌 타 분야로의 이직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이언트 관련 폭력에서는 언어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61명(16.7%), 정신적 괴롭힘 43명(11.8%), 신체적 폭력 32명(8.7%), 성적 괴롭힘 9명(2.5%)로 나타났다.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종사자에 대한 클라이언트 관련(클라이언트, 가족 및 친인척등 클라이언트와 관련된 사람으로부터의 폭력을 의미함) 폭력이다. 클라이언트의 폭력은 최근 들어 그 빈도와 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물론 이유는 다양하다. 국민기초수급에 떨어져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아서, 본인이 이용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탈락되어서, 생필품을 안줘서, 기분 나빠서, 술 먹고 홧김에 등 온갖 이유를 들 수 있다. 시청, 구청, 주민센터, 관리사무소, 복지관, 정신건강센터 등을 요일을 정해놓고 돌아가면서 괴롭히는 사람도 있다.

유형도 다양하다. 욕설, 큰소리치기 등 언어적 폭력이나 비방, 사는 곳이 어디냐 가만 안두겠다, 협박 등 쉼 없는 정신적 괴롭힘, 사직 종용, 신체적 폭력, 지속적 민원제기, 나아가서 고소고발에 이르기까지 천태만상이다. 행정기관에는 민간기관 종사자 처벌하라고 신고하고, 행정기관에서는 그 또한 민원이기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서로 못할 짓이다. 현실적으로 사회복지종사자 스스로가 클라이언트 폭력에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회분위기가 클라이언트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용인한다. 기관에서도 대부분 클라이언트 인권은 매우 중요하게 보호받아야 하기에 종사자 스스로 감내한다. 그렇다고 해서 종사자 인권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입주자의 돌발행동과 그로 인한 상해, 보호자와 이용자간 충돌, 안전한 귀가 시까지 사회복지현장은 매일 매일이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넘쳐난다. 그래도 ‘사회복지사 선서’를 되뇌이면서 열정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런 일 들로 가슴 차갑고 냉랭한 사회복지종사자가 되지 않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사회복지종사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논의하고 대처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관과 종사자 스스로도 자신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청주시에서는 구체적으로 사회복지종사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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