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벌에 핀 ‘매화꽃일곱송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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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벌에 핀 ‘매화꽃일곱송이’를 아시나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1.0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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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행복교육지구에서 만난 사람들11] 동네예술가
동네예술가 10명, 매주 화요일 7시 아이들을 만나다
예술가들과 함께 동네 한 바퀴 돌고, 벽화 그리고…

마을에 예술가가 산다는 것은 행운이다. 게다가 그 예술가들과 무언가 예술적 행위를 할 수 있다면 기쁨은 2배가 된다. 매주 화요일 오후 7, 안덕벌에 사는 예술가 10여명과 마을의 엄마, 아빠, 아이들이 만났다.

안덕벌에 살고 있는 동네예술가팀은 올해 청주행복교육지구 지역인프라구축사업을 신청했다. ‘골목이 학교다라는 주제로 골목학교, COP에 길을 묻다 골목탐방 우리는 예술IN 사업을 4월부터 11월까지 벌였다.

동네예술가들과 이 지역 부모, 아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만나 예술프로그램을 벌였다.
동네예술가들과 이 지역 부모, 아이들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만나 예술프로그램을 벌였다.

동네예술가는 비영리 법인으로 유용성, 조송주, 송세호, 정지현, 박춘성, 배기헌, 김용준, 김길은, 권지영, 크리스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안덕벌에 기반을 둔 작가들이다. 장르는 국악, 미술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7시에 모인다는 이유로 모임 이름을 매화꽃일곱송이라고 정했다. 유용성 동네예술가 대표는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한다. 미리 와서 기다리는 아이들도 많았다. 마을에서 예술을 통해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는데, 아이들을 만나면서 힘을 많이 받았다. 거침없이 표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어른의 개입보다는 칭찬과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을 만들자

 

동네예술가들은 자체 운영하는 드로잉하우스꽃이 피는 갤러리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더 나아가 안덕벌이라는 동네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서로 질문했다.

안덕벌 동네예술가 팀을 이끌고 있는 유용성 대표. 그의 직업은 안덕벌 카페 ‘방앝간’사장이자 지휘자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안덕벌 동네예술가 팀을 이끌고 있는 유용성 대표. 그의 직업은 안덕벌 카페 ‘방앝간’사장이자 지휘자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유 대표는 공통적으로 나온 게 안덕벌에 도서관과 놀이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부모들과 아이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우리들 스스로 도서관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 중인데, 일단 각 가정에서 책을 가져와 같이 읽었다. 책을 전시하기도 하고, 서로 왜 이 책을 좋아하는 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마을지도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마을 곳곳의 문화자원을 다시 들여다봤다. 동네예술가들과 함께 마을을 탐방하고 아이들은 마을에 있던 장승배기터(지금은 떡볶이 집으로 바뀜), 우물 2, 사라진 참나무배기길 등을 지도에 그려 넣었다. 물론 현재는 사라진 공간이지만 지도에는 남겨놓았다. 마을 탐방을 한 후 영상으로도 기록을 남겼다.

또 지금 진행하고 있는 우리는 예술IN’프로젝트는 예술가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아이 및 부모들과 함께 예술 수업을 벌인다. 나중에는 부모들이 직접 강의를 하기로 했다.

유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긴 거다.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저녁마다 만날 수 있는 가족이 생긴 것 같아 좋다. 여기에 오는 막내가 6살인데,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오히려 예술가들이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상에 못 그린 그림은 없다

 

최근엔 나만의 책장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역시 아이들의 작업은 거침이 없었다고 한다. 책장에는 아이들의 개성이 담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에 화답하듯 예술가들은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을 제안한 조송주 씨는 세상에 못 그린 그림은 없는데, 어른들은 늘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 스스로 따진다. 그래서 을 그렸다고 말했다.

동네예술가 팀이 결성된 것은 2년 전쯤이다. 사실 그 이전부터 이들은 이곳에서 많은 일들을 벌였고, 많은 흔적을 남겼다.

안덕벌 곳곳에 벽화를 그린 것도 이곳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의 손길이었다. ‘꽃담장 프로젝트를 통해 담장 곳곳에 그림을 남겼다. 이들의 거점공간인 드로잉하우스는 가정 주택을 최소한의 공사를 거쳐 주민들과 함께 쓰고 있다. 담장엔 파도가 그려져 있고, 대문은 떼어져 있다. 또 안덕벌 주민들과 마을 축제를 10년 넘게 열어왔다. 지난 112일에는 동부창고에서 안덕벌의 삶 이야기 공연을 펼쳤다.

이들이 직접 탐방하고 만든 지도.
이들이 직접 탐방하고 만든 지도.

유 대표는 안덕벌에 놀이터가 없어 아이들이 하교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제 아이들이 프로그램이 없는 날에도 드로잉하우스와 갤러리에 종종 놀러온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탐방하면서 만든 지도를 담벼락에 그려놓기도 했다. 마을에 대해 서로가 조금 더 알아가게 됐다. 아이들을 위해 마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게 됐는데 당장 그렇게 못하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네예술가들은 이번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만난 엄마들이 내년 사업을 이끌어주기를 희망한다.

유 대표는 안덕벌 작은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비롯해 엄마들이 내년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신청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 예전에는 한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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