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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남기고 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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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남기고 간 자리
  • 충청리뷰
  • 승인 2019.11.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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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작가 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리운 메이 아줌마』
김은숙 시인
김은숙 시인

 

사람들은 왜 지상에 머무르고 싶어할까? 왜 그런 끔찍한 고통을 견디면서도 이곳에 머무르려고 할까? 예전에는 죽음이 두려워서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헤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것 같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누구나 고통스럽다. 사랑의 밀도만큼 이별의 고통과 무게와 시간이 비례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라면 말을 꺼내기조차 아프다. 더구나 육친과의 이별이라면 말해 무엇 하리. 성인이 된 후에 겪어도 그 아픔과 황망함을 감당하기 어렵고 수많은 회한이 뼛속으로 파고들어 고통스럽게 보내게 되는데, 어린 아이라면, 육친을 일찍 여읜 어린아이가 무한 사랑을 준 보호자를 다시 잃게 된다면 어떨까? 그 상황에서도 진정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모든 것을 견디고 견디게 하는 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서머’라는 열두 살 소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무섭도록 큰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사랑, 그 강력한 힘을 다시 깨닫게 하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책이다.

부모를 잃고‘누군가 해야만 하는 숙제’같은 존재로 낯선 친척집을 전전하던 서머가 메이 아줌마를 만난 건 여섯 살 때였다. 친척집에 다니러 온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는 이 가엾은 꼬마를 작은 천사라고 여기며 자기들 집으로 데려온다. 나이도 많고 건강하지도 않으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부부의 집은 다 쓰러져가는 녹슨 트레일러였지만, 그곳에서 보낸 첫날밤처럼 천국에 가까이 갔던 때는 없었다고 서머는 말한다. 가난한 메이 아줌마 부부의 트레일러에는 따뜻한 사랑과 배려의 온기가 가득해서, 다른 곳에서 눈치만 보던 서머의 영혼을 쓰다듬어주고 마음의 온도를 덥혀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천국이었던 것이다.

너무 어릴 때 부모를 여의어 기억조차 못하는 서머, 그 어린 꼬마가‘엄마는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나를 안아 주었던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때 받은 넉넉한 사랑 덕분에 나는 다시 그러한 사랑을 보거나 느낄 때 바로 사랑인 줄 알 수 있었던 것이다’고 생각한다. 기억도 하지 못하는 엄마지만 분명 나를 충분히 사랑해주었을 것이라고, 그 덕분에 사랑을 알아보고 내 안이 사랑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는 서머. 그 생각이 얼마나 기특한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 그리움
메이 아줌마 부부와 함께 지낸 날들은 서머를 사랑의 온기로 포근히 감싸 안아준 감사하고 행복한 날들이었다. 하지만 트레일러로 온지 6년이 지난 어느 날 밭을 가꾸던 메이 아줌마가 갑자기 천국으로 떠나고, 지상에 남겨진 오브 아저씨와 서머는 사랑이 깊었던 만큼 상실감이 커서 무기력하고 힘겨운 날들만 이어간다. 아니, 메이 아줌마를 지극히 사랑했던 오브아저씨가 겪는 부재의 늪이 너무 깊어서 슬픔을 치유하지 못하면 아저씨마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질 것 같은 두려움에 서머는 아줌마의 죽음을 마음껏 슬퍼할 겨를조차 없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펴냄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펴냄

 

또 한 사람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며 열두 살 아이가 자신의 슬픔을 다 토해내지 못하는 날들, 그 속으로 괴짜 소년 클리터스가 들어선다. 넉넉하지 않으나 부모의 사랑과 안전한 보호 속에 성장하며 모든 것이 잘 되리라 믿는 클리터스가 모든 것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가엾은 서머와 슬픔에 잠겨 무기력한 아저씨 곁을 일상처럼 지키며 어느 날 셋은 결국 아줌마의 영혼을 만나러 먼 길을 떠난다.

나는 침대에 공처럼 웅크린 채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지도록 울었다, 아저씨는 나를 꼭 끌어안고는, 내가 울음으로 쏟아내는 생명보다 더 많은 생명을 나한테 불어넣어주었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몸 속의 눈물이 다 빠져나가서 가뿐해질 때까지 나를 안고, 크고 튼튼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에서
아줌마의 영혼을 만나러 떠났던 여행의 끝자락,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서머가 울음을 터뜨릴 때, 그리고 꿈속에서 아줌마의 말이 들릴 때 서머와 함께 나도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모든 눈물을 다 쏟아낸 후 서머의 마음에는 아프거나 두려운 마음이 지워지고 고요한 평온이 깃든다. 이후 그들은 늪과 같은 슬픔을 걷어내고 바람개비가 바람에 날리듯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메이 아줌마를 그리워하며 살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사랑했다는 것, 그리움은 사랑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의 아픔도 결국 사랑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이라는 걸 잔잔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그리고 있는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영혼이 맑아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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