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는 더 불공정하다
상태바
획일화는 더 불공정하다
  • 충청리뷰
  • 승인 2019.11.14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원근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오원근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는 ‘공정(公正)’이다.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공평하고 올바르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갖지 못한 자는 어떻게든 가진 자의 자리에 가려고 한다. 거기서 벗어나 ‘나눠가진다’는 것은 혁명적인 생각과 실천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조국 전 장관의 취임을 놓고 사람들 의견이 크게 갈렸다. 반대하는 이들은 그토록 공정을 부르짖던 조 전 장관이 스스로는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문서를 위조하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모펀드 투자 과정에서 위법을 저질렀으니 법무부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지하는 이들은 이번 수사는 검찰이 그동안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해 온 조 전 장관의 취임을 막기 위해 대다수 언론과 일부 야당을 활용해 먼지털이식으로 벌인 위법한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

한 사람의 장관 취임을 놓고 언론과 검찰이 이번처럼 하이에나같이 달려들어 물어뜯은 적은 없었다. 언론은 어떻게 해서든 조국의 이중성을 만천하에 드러내려고 했다.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대다수 언론이 그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는 조국이 달가울 리 없다. 검찰도 자신들 권력을 지키려면 필사적으로 저항해야 했다.

언론과 검찰이 싸움을 위해 든 무기가 ‘공정’이다. 이 싸움에 일부 야당도 가세했다. 그런데 조국에 맞서 ‘공정’이라는 칼을 든 언론과 검찰, 일부 야당은 그동안 공정했던가? 아니 공정하려고 노력은 했던가? 촛불에 무너진 권력이 무너진 원인은 돌아보지 않고 촛불만 드는 형국이다. 이들이 든 ‘공정’의 칼끝은 스스로에게도 아프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조 전 장관을 지지한 분들 가운데서도 상당수는 마음 한쪽이 허전했을 것이다. 위법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합법적인 틀 안에서라도 입시를 위해 스펙 쌓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거기에 부모의 지위가 영향을 미친 것에서 실망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조 전 장관 부부의 행위가 십자포화를 맞을 만큼의 잘못은 아니라도, 우리 사회에 끼친 충격은 어마어마해서 이제 ‘공정’은 돌이킬 수 없는 화두가 되었다.

사람들 관심은 바로 대학입시로 향했고, 많은 이들이 정시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수시를 없애고, 옛날처럼 학력고사만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시험 점수가 있으니 그 방법이 가장 공정하다고 한다.

내 둘째 녀석이 수능을 코앞에 둔 고3이다. 우리 아이들 고등학교 생활을 지켜본 결과 조별공부, 발표, 독서,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 내가 다니던 때보다는 인간과 사회를 배울 기회가 훨씬 더 많다. 나 때는 오로지 시험공부가 다였다. 그렇게 시험공부만 해서 어떻게 인간과 사회를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그렇게 공부한 사람들이 지금 ‘불공정’을 만들고 그 혜택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수시가 그 성격상 공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어렵긴 해도, 그동안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문제가 있다면, 이 기준과 절차를 정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지 그것이 힘들다고 다시 기계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는 정시(학력고사) 일변도로 가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려는 것은 더 이상 인간사회가 아니다. 기준과 절차에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수시와 정시 사이에 다소간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수시의 교육적 효과를 크게 반감시키는 정도의 조절은 위험하다고 본다.

가장 무서운 것은 획일화다. 언뜻 보면 공정한 것 같지만, 자본이나 정치권력에 우르르 따라다니는 줏대 없는 무리를 만들어낼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더 가지려고만 하지 내려놓고 나눌 줄은 모른다. 혁명적인 가치관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도 다양성 교육에서만 나올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