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김세연을 학수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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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김세연을 학수고대하며…
  • 한덕현
  • 승인 2019.11.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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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과 지도부 용퇴 주장은 어쨌든 충격이 크다. 그가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예상대로 기자회견 이후많은 평가들이 뒤따랐지만 이를 폄훼하는 어떤 논리와 사족도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현재 한국당의 실체,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의 입에서 ‘한국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 ‘(한국당)존재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는 극단적인 말이 나왔다. 달리 해석하면 자유한국당은 생물학적으로도 김세연 때문에 이미 뇌와 머리를 잃었다. 황교안과 나경원에 대해서도 하루 빨리 용퇴할 것을 앙청(?)했으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할 말은 아니지만 황교안의 까까머리 정치력과 나경원의 어린애 옹아리 화법으로는 절대 강한 야당, 대안 정치력을 만들 수 없다고 일찌감치 어깃장을 놓은 나로서는 이번 김세연의 결단은 눈에 번쩍 띄는 쾌거였다. 한국당에도 아직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실로 간만의 공감에서다.

김세연이 말하고자 한 한국당의 실패 요인은 대충만 꼽아봐도 숱하다. 무슨 전문가가 하는 얘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사석에서 지적하는 것들이다. 확실한 스타급 리더(대권주자)가 없다에서부터 7·80년대 정치에 매몰됐다, 계파가 너무 판친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주머니만 차고 있다, 스스로가 국정을 파탄낸 당사들인데도 반성은커녕 정권이 바뀌자 오로지 남 탓이고 반대만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르는 반사이익에만 목을 맨다, 하지만 문 정부 실책의 압권인 조국 사태에도 불구 지지도가 안 올라간다, 기득권에 취하다 보니 그들의 투쟁력은 금수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도련님과 아가씨 수준이다, 상대 당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없다 등 등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버겁다.

무엇보다도 가장 확실한 요체는 그들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폭망’했는데도 자한당 지지도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여론조사도 극히 과학적이어서 이를 마냥 자기 편의대로만 해석하면 큰 코 다친다. 꼭 김세연 발 사이렌이 아니더라도 지금과같은 여론이라면 자한당은 머리깎는 바리깡 이벤트가 아니라 아예 자기 몸까지 불사르는 자진(自盡)을 택해도 부족할 판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최고 수호천사는 자유한국당이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한국당의 패착은 크게 두 가지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그들이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여전히 박정희와 박근혜의 망령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 황교안의 가장 큰 패인도 이 것에 대해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들이 21세기 스마트시대에 걸맞는 정치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한당이 보여준 정치는 오로지 현 정부에 대한 반대가 전부였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이럴 때 꼭 등장하는, 틀에 박힌 정책과 비전을 읊조리라는 게 아니다. 현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절박하다고 할 수 있는 ‘통일과 민족적 자주’는 내팽개친 채 오히려 철지난 북한팔이와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한 얼치기 사대주의에 매몰됨으로써 그들이 철옹성처럼 여기는 보수의 아이콘, 중장년층으로부터도 포괄적인 공감을 얻지 못했다.

김세연 의원
김세연 의원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본의 무역규제와 지소미아 정국에서 자한당은 국민들에게 제대로된 국가적 자존심과 긍지를 세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한국을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됐다. 자한당을 대안의 집권세력으로 흔쾌히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민정서의 뿌리는 바로 이 것이다. 트럼프와 아베가 한국을 마치 식민국가의 한낱 졸로 보고 덤벼들고 있는데도 “아직은 우리가 약하니 쟤들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로 일관하는 자세는 더 이상 안 먹힌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민족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트럼프나 아베보다도 차라리 북한을 믿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김세연, 임종석 그리고 그 이전의 표창원, 이철희의 불출마 선언을 지켜보면서 충북의 국회의원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불출마를 선언한 그들만큼 중앙무대에서 정치력과 대중성을 인정받는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은 없다. 누구는 다선으로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위상을 역설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그 역시 셀프정치에 불과했다. 본인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자가발전의 성격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5선을 노리는 도내 국회의원들은 작금의 불출마 쓰나미에 따른 여론의 압박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김세연은 고작 3선으로 거대 정당의 최고 정책, 전략통을 책임지다가 정치발전과 후진양성을 위해 용퇴했는데도 우리의 5선들은 뭐하느냐는 질책이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어느 국회의원은 특정 직능단체의 청탁으로 의원입법을 제기했다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알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남들은 초선시절부터 국태민안과 국가정권을 고민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데 우리는 다선 의원들이 고작 경로당 예산이나 따고 농촌 도로공사를 하게 됐다고 언론에 생색이나 내고 있다. 그러니 중앙정치무대에서 충북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어차피 정치의 키는 유권자들이 쥐고 있고 그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선출직들의 운신도 바뀐다. 국회의원을 12년, 16년 했으면 설령 물러난다고 해도 유권자들의 아쉬움은 결코 크지 않다.

오히려 할만큼 했다는 덕담을 듣는다. 평소에는 어깨에 잔뜩 힘을 싣고 있다가 선거때만 되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굽신거리는 그들을 보는 것도 이젠 식상하다. 그들은 중진 정치인의 필요성을 강변하지만 유권자들은 그 중진이라는 사람들의 역할을 20년이 다 되도록 하릴없이 지켜봤고 또 그 한계를 똑똑히 인식했을 뿐이다.

정치 신인들에게도 주문한다. 뜻이 있다면 이리저리 좌고우면 하지 말고 확실하게 나오기를 바란다. 천박한 막말로 여론을 유혹할 게 아니라 기성 정치인들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식견과 비전, 내성을 가지고 덤비라는 것이다. 그 것이 진정성에서 나온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선택받는다.

가장 답답한 현실은, 어찌하여 국회의원들은 늙다리들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선진국에선 30대 국가 지도자가 속출하고 있고 김정은은 불과 20대에 국가권력을 차지하고도 끄떡없다. 우리나라 50세 미만 유권자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나 된다. 이런 말이 어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면 할 말이 없다.

내년 총선에서는 “한번 정치 맛을 보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포기 않는다”는 속설이 “한번 유권자의 뜻을 어기면 눈에 흙이 들어가도 후회한다”로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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