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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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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
  • 충청리뷰
  • 승인 2019.11.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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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작가의 『동강의 아이들』
정재홍 수필가
정재홍 수필가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이 들어있는 ‘이중구조 그림’이란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강물 속에 또 다른 그림을 90도로 돌려 숨길 수 있는 기량에 그저 입이 벌어질 뿐”이라며 “동강의 비경만을 옮긴 것이 아니라 동강 주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이중구조로 나타낸 것이 특히 압권”이라고 평가한 미술평론가 박우찬의 설명 속에서 그 뜻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는 탁월한 화면 구성과 표현으로 '이중구조의 그림'을 그려내는 독보적인 작가입니다.

김재홍 그림작가는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고 관조하며 작품 활동을 해 온 민중미술작가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회화 작업에 전념합니다. 그러다가 1999년 사비나 갤러리에서 강원도 영월의 동강을 주제로 ‘그림 속에 숨은 그림전’을 열게 됩니다. 그때 엄마아빠를 따라온 많은 아이들의 그림에 대한 진지한 반응에 한 껏 고무되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가까이 알고 지내던 동료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림책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자연과 인간의 하나됨’을 늘 생각합니다. 그런 그림 속에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색깔이 글과 함께 조화롭게 어울려서 그림을 보고 글을 읽는 독자에게 더없이 좋은 빛나는 재주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렇게 2000년에 그림작가 김재홍의 이름으로 첫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을 상재하게 됩니다.

그의 작품 속 그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90도로 돌리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놀라운 이미지가 나타납니다. 동강의 기암괴석들이 강물에 비친 모습과 결합되면 시장에 가는 아주머니가 되고, 합장한 남매가 되며, 머리를 땋은 처녀로 보이기도 하고, 천지신명께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동강 사실 그대로의 절경이 그 곳에 살았을 사람들의 모습으로 바뀌는 순간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책이 『동강의 아이들』입니다.

그는 이 그림책으로 2004년 스위스 에스파스 앙팡 도서상을 수상합니다. 어린이들 특유의 세계관을 존중한 책일 것, 어린이로 하여금 깨달음, 느낌, 또는 질문하려는 노력, 예상하려는 노력, 이해하고 추론하려는 노력과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켜야 하며 어린이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책, 판타지가 아닌 사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으로 텍스트와 일러스트레이션이 함께 하면서 그림의 질과 글·그림의 조화, 그리고 배경 문화를 진실하게 보여주고 있는가를 바탕으로 삼는 에스파스 앙팡 도서상의 심사기준에 더없이 적합한 책이었기에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일에 이견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스위스 에스파스 앙팡 도서상 수상작
또한 2006년에 김진경 작가의 글에 그림을 그린 책 『고양이 학교』로 프랑스 엥코륍티블상을 수상합니다. 다음해인 2007년에는 윤동재의 시에 그림을 입힌 『영이의 비닐우산』으로 슬로바키아 국제아동도서원화전(BIB) 어린이심사위원상을 연달아 수상하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에서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작품을 2,3년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업하고 싶다’는 김재홍 그림작가의 희망은 독자들에게 큰 기대를 갖게 합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수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받침이 되어주지 못하는 현재의 작가로서의 처우 제도에 관한 열악한 현실은 바라보기에 한없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동강의 아이들 김재홍 글,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동강의 아이들 김재홍 글,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그는 그림책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상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손톱 스케치를 여러 차례 반복하지 않고 머릿속 구상이 끝나는 대로 바로 그림 작업에 들어갑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과 전반의 이미지에 관한 정리가 곧, 그림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장터에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남매의 이야기가 동강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운 그림 속에 펼쳐지는 책 『동강의 아이들』에는 그림 속에 숨어있는 그림을 찾는 재미와 맑고 깨끗한 우리의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작가의 진실한 자세와 본디 진심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김재홍은 그림책 작가이기에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림책을 보는 독자들에게 그림 속으로 참여하도록 눈길을 끌어들입니다. 그림 속에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그림은 더욱 고즈넉하게 만들며 또한 서정시처럼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그림을 무심한 듯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음 이야기들이 스스로 펼쳐집니다.

김재홍 작가의 시선은 눈여겨보지 않는 아픈 곳들을 찾아서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그 아픔과 슬픔들을 위무하며 위로하듯 보듬어 안아서 감싸줍니다. 강물은 흘러서 바다로 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작가의 글과 그림들은 어린이들로부터 비롯되며 어른들에게로까지 깊은 울림을 주는 일에 멈춤이 없을 겁니다. 따뜻한 그림책 하나 찾아 읽어보면 좋은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동강의 아이들』을 읽고 보기를 감히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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