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그들만의 리그, 공예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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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그들만의 리그, 공예비엔날레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1.20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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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전문미술축제인 공예비엔날레는 올해로 20년의 역사를 갖게 됐다. 1999년 나기정 전 시장 때 시작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2015국제라는 말을 빼고 청주공예비엔날레로 치러졌다. ‘국제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는 늘 국제행사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처음에는 청주예술의전당에 부스를 설치하고 전시를 열다가 2011년부터 지금의 문화제조창C로 옮겨왔다. 올해는 1946년 건립된 옛 연초제조창이 리모델링을 한 후 연 첫 행사였다.

문화제조창 건물은 지금 어지럽다. 1층엔 옷가게와 커피숍 및 상점 일부가 들어왔고, 빈 공간에선 매대 상품을 팔고 있다. 2층도 비슷한 상황이다. 3층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렸고, 4층에선 부대행사로 공예페어가 열렸다. 본전시 공간이 좁다보니 조직위는 동부창고 37, 38동과 청주 전역의 역사문화적인 장소들을 전시공간으로 택했다.

올해 전시주제가 몽유도원도인 만큼 꿈과 이상향의 공예를 청주 전역에 펼치겠다는 야심찬 의도이기도 했고, 또 전시공간이 협소하다보니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이번 공예비엔날레는 여느 해보다 지역의 불만(?)을 들어주고자 애썼다.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본전시에 많이 전시하기도 했고, 아예 따로 지역작가존을 만들어 공간을 내주기도 했다. 또 야외공연 일체를 생략하는 등 그동안 지역축제의 성격을 보여줬던 행사를 과감히 잘라냈다.

그러다보니 행사는 깔끔해보였지만 별다른 이슈 없이 심심하게 끝났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목표는 공예 본연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공예적 요소가 있는 작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에 그쳤다. 그마저도 공예와 거리가 먼 회화, 조각, 설치 작품이 눈에 띄었다.

비엔날레가 제시해야 할 공예의 미래 담론은 전혀 읽혀지지 않았다. AI시대 공예의 역할 및 예술가의 미래 등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작가들은 부지런히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데 바빴다. 따라서 조직위와 예술감독이 내세운 공예의 이상향을 보여준다는 주제와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작가들은 주제와도 맞지 않는 대표작품을 전시했고 그러다보니 공예비엔날레와 어울리지 않았다.

20년을 맞이한 비엔날레의 생명력은 어느 정도일까. 만약 다음번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다고 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우리는 여전히 꿈길을 헤매고 있다. 비엔날레가 보여줘야 할 기본적인 담론제시를 하지 못한 채 2017년엔 미디어아트를 전면에 내세웠고 올해는 몽유도원도라는 서사만 남기고 끝났다.

연초제조창이 갖고 있는 공간의 매력도 사라진 채, 이른바 쇼핑몰에서 치러지는 비엔날레. 이제는 진짜 터놓고 얘기해보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벌써 이 행사에 쏟아 부은 돈만 해도 700억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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