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도 ‘미래’도 안 보이는 우리들만의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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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도 ‘미래’도 안 보이는 우리들만의 비엔날레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1.21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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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예비엔날레 20년 역사…이번에 철저하게 점검해봐야
문화제조창C에서 첫 전시, ‘몽유도원도’주제로 35만명 관람
올해는 ‘몽유도원도’를 주제로 세계 35개국 12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사진 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 17일 막을 내렸다. 1999년 시작한 공예비엔날레는 올해로 11번째 20년의 역사를 품게 됐다. 올해는 연초제조창이 문화제조창C로 리모델링하고 첫 해 공예비엔날레 행사를 치렀다. 3층에서 본전시를, 4층에선 공예페어가 열렸다.

전시 장소 또한 다변화했다. 문화제조창 인근 동부창고 37동과 38동을 비롯한 사적 제415호 정북동 토성, 청주향교와 율량동 고가(古家), 안덕벌 빈집, 옛 청주역사전시관 등을 전시장소로 택했다.

이에 대해 안재영 공예비엔날레 총감독은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청주의 모습을 12일 머무르면서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체류할 수 있는 관광형 상품을 염두해 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전시 장소 다변화

 

올해는 몽유도원도를 주제로 세계 35개국 1200여 명의 작가가 2000여 점의 작품을 냈다. 공예비엔날레 조직위는 18개국 7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던 2017년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라고 자랑했다.

관람객은 약 35만명이 다녀갔다. 35만여 명의 총 관람객 중 외지관람객은 약 15만 명으로 2017년 대비 4.3%포인트 증가했으며, 외국인 관람객 역시 약 21천여 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6%를 차지했다. 이는 2017년 대비 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공예비엔날레 조직위는 이렇다 할 연휴와 공휴일도 없는 상황에서 목표했던 35만여 명이 공예비엔날레를 찾은 것은 그만큼 관람객의 신뢰와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문화제조창C라는 더없이 좋은 인프라까지 갖춘 만큼 이제 공예비엔날레는 <지속가능한 공예도시 청주> 브랜딩을 가속화 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올해 공예비엔날레는 도슨트 제도를 본격 활용했다. 40명의 도슨트들이 공예비엔날레 기간 설명을 맡아 관람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행사기간 내 별도의 공연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공예비엔날레 만의 행사를 짜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과제도 많이 남았다. 연초제조창 전시장을 상징해야 할 낡고, 오래된 역사성이 있는 공간이 이른바 쇼핑몰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면서 특색이 사라졌다. 층고가 낮아지고, 벽 또한 페인트를 칠해 놓아 시간성을 찾기 힘들어졌다. 전시장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이 사라진 셈이다.

올해 주제는 몽유도원도였다. 안재영 감독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차용해 청주 전역을 공예로 물들이고 싶었다. 공예가 갖고 있는 서사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영화감독처럼 공예를 테마로 청주만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려 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결과물은 이에 부합하지 못했다. 평론가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류병학 평론가는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아니라 청주비엔날레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공예가 갖고 있는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현대미술 작품 전시회를 보는 것 같다. ‘공예를 빼야 한다고 비평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공예의 미래 담론을 제시지 못한데다 내용이나 구성도 의도와 맞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예비엔날레 기간에 중국의 <4대천왕>을 조명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회화와 조각 작품을 작업해온 작가들이 공예비엔날레의 한 부스를 차지하고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아니러니라는 것이다.

공예비엔날레 기간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은 동부창고 벽면에 설치된 스웨덴 작가 미하엘 요한손의 <테트리스 청주>와 강홍석 작가가 쓰레기를 모아 만든 <우리 모두의 것 - 낯선>이었다.

이 두 작품의 장르는 공예가 아니라 설치나 조각에 가까웠다. 지역의 모 작가는 미디어에 가장 많이 소개된 작품을 봐라. 바로 이 두 작품이었다. 공예비엔날레라고 굳이 명명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조직위가 20년간 본질이 무엇인지 헷갈려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예비엔날레 조직위 박원규 총괄팀장은 감독이 작가를 선정했는데 공예작가와 이른바 회화, 조각 등 현대미술 작가들 비율이 82 정도였다. 두 작품은 환경공예로 봐달라고 말했다.

전체 예산은 국비 9억, 도비 5억, 시비 36억. 자부담 7억으로 총 57억 원이다.
57억 예산가운데 작가피는 7억이다.

 

57억 투입된 행사

 

올해 공예비엔날레는 총 5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도표1 참조> 그 가운데 7억원은 자부담이다. 쉽게 말해 지난 2017년 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약 7억원 정도를 번 것이다. 입장료 수입, 부스비, 도록 판매비 등을 합친 금액이다. 작가에게 지급한 작가피는 올해 7억원 정도였다.

올해 35만명이 다녀갔지만 유료 관람객 비율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유료관람객은 정확한 집계가 나와봐야 알지만 1/3정도 수준이다고 답했다.

산업자원부 예산을 받는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당초 목표는 공예를 통한 산업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도 그 과제는 살아있다. 청주는 공예의 부가가치를 얼마만큼 창출하고 있을까. 그동안 참 많은 돈을 공예비엔날레에 쏟아 부었다. 20년을 맞이한 만큼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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