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마음까지 얼어붙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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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마음까지 얼어붙지 않기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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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경 자(충북도여성정책관)
   
한 해를 보내면서 여성 및 아동 시설을 방문하여 격려하였다. 어느 시설이나 마찬가지지만 시설 운영자들은 재정적인 어려움과 인력의 부족을 많이 호소하였다.

복지 예산과 인력을 한번에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확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들의 호소를 들으면서 매우 안타까웠고 이렇듯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이 매우 고마웠다. 끝 모르는 사치와 소비를 향해 가족이기주의로 똘똘 뭉쳐있는 이 사회가 그래도 아직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설을 방문하면서 몸으로 느낀 현실은 참으로 많은 아동들이 방치되거나 버려지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집을 나와 갈 데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대책도 없이 집을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부모 혹은 적어도 엄마로부터 버림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 많은 고민이 방문기간 내내 들었다. 그리고 점차 양극화되어 가는 현실에 대해 참담함을 느꼈다.

이들의 삶을 도시에 사는 중산층 이상 가정의 주부들과 아이들의 삶과 비교하면서 사회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핵심은 역시 많은 사회학자들이 지적한 대로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될 정도로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자식에 대한 과잉교육과 보호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소위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을 서울로, 외국으로 보내 ‘가족의 지위’를 재생산하고 있다. 아이들의 소비 또한 ‘패션사회’에 걸맞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의 다른 편에서는 이와는 대조적인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학대받고 버림 받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고 쌀 값 하락과 쌀 소비 촉진 시대임에도 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리고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한하였던 사회적 규범이 변하면서 가족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반적인 인권의식의 향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더 이상 가정 내 폭력이 묵인되지 않고 있으며 국가는 폭력당한 여성 및 아동들을 격리,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모든 사람이 적어도 생존을 유지할 수 있게끔 지원해야 할 의무도 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가장 ‘현실적’이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정책 입안과 시행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소위 ‘가정해체’를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을 ‘가족의 재구성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고 정책지원이 모든 다양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가족정책이 이러한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동 정책 또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즉 아동이 부모와 살건, 한부모와 살건, 시설 혹은 그룹홈에서 살건, 다른 가정에 위탁되어 살건 비슷한 수준으로 양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위에서 말한 사회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 해를 보내면서 실시한 시설방문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닿는 기회가 되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삼한사온’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 더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마음까지 얼어붙지 않도록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세심하게 살펴보는 일이 새해에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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