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흐르는 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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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흐르는 무심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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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표정치부 차장
   
생태적으로 ‘죽은 하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무심천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흔히 청주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무심천은 우암산과 함께 청주사람이라면 숙명처럼 늘 바라보고 마음에 지닌 채 살아가는 지형지물인데, 얼마 전부터는 그 변화가 낯설 정도다.

모래무지, 동사리 같이 맑은 물에 사는 고기들이 돌아온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때 하상도로에 하상주차장까지 증설하면서 환경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주차장의 일부 구간을 뜯어내고 녹지를 복원하면서 부족하나마 자연하천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공원화 사업은 다소 인위적인 것이라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수십 년 전 멱 감고 빨래를 하던 추억의 무심천으로 돌아가는 일은 이제 물줄기가 역류하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먼저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무심천의 변화는 생태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자전거 도로를 조성한 것이다.

무심천 자전거도로는 현재 장평교에서 문암매립장까지 11.2㎞ 구간에 개통됐다. 앞으로 문암매립장에서 환경사업소까지 5.3㎞와 무심천 둔치 동측 장평교에서 미호천 합수부 까치내까지 10.5㎞가 정비되면 도심지 순환기능이 가능해 출퇴근, 등하교는 물론 레저공간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가을에는 산책과 조깅에 나선 시민들을 합쳐 하루 평균 2만명의 시민이 이용했다고 하니 청주시내에 이만한 공원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청주시의 무심천 자전거도로 정비사업은 행정자치부 주관 2006년 자전거이용 활성화사업 평가에서도 우수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28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심천 곳곳에 석축을 쌓아 사행하천을 만들고 작은 물길을 내서 생태습지를 조성한 것에 눈맛은 물론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냇물 중심부에 생긴 작은 삼각주들을 준설하지 않아 여기저기에 작은 섬이 생겼고, 인위적으로 갖다놓은 바위들도 그런 대로 자연스럽다. 지난 여름에는 왠지 물새둥지가 있을 것 같은 그 섬에 건너가고 싶어 하상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생각 보다 물살이 거세고 수심이 깊어 포기한 적도 있다.

자연석을 이용해 꽃다리(청남교) 인근에 조성한 돌다리는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건너다 한번쯤 발이 빠져도 웃음이 나올 것만 같다. 수영교 인근과 서원대 앞에는 작은 물길을 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친수공간을 만들었는데, 날이 풀리면 족대를 들고 들어가 헛 그물질을 하더라도 즐거우리라. 무심천의 변화에 이렇게 감격하는 것은 빼앗겼던 유년의 무심천 가운데 일부를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전주천이나 서울의 양재천 같이 전국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생태형 하천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생태습지를 늘려 자연정화능력을 높이고 여울과 웅덩이 등 친수공간을 곳곳에 만들어 무늬만 자연하천이 아니라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즐길 수 있는 살아있는 생태하천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올 한해 서울시에서는 도로 아래에 묻혀있던 청계천을 복원했다고 법석을 떨었는데, 천상 청주사람인 나는 화려한 장식과 조명으로 둔갑을 한 거대한 조형물 청계천 보다 청주의 어제와 오늘을 이어 흐르는 자연하천 무심천이 더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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