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본성고 부지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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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본성고 부지를 바라보며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11.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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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충주·진천·음성 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자녀를 낳고 키워봐야 부성이나 모성이라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느껴 볼 기회가 있다. 때론 선하면서도 또 때로는 강한 용기를 가진 부모의 모습 말이다.

지난 21일 충북혁신도시에서 열린 본성고 설립 관련 설명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울먹이던 젊은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군인 가족이라는 그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된 상황에서도 설명회를 찾아 발언권을 얻었다.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을 뒀다는 그는 “이사 간 곳에서도 10㎞가 넘는 곳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감정을 다잡고는 “어느 지역에서든 어린 학생들이 위험한 곳에서 방황하지 않으려면 학생수가 줄 것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위로의 박수가 터져 나오고 함께 울먹이는 부모도 목격됐다.

그의 울먹임은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처음 잡은 떨리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나 절박하면 용기를 내어 마이크를 달라고 했을까.

충북혁신도시는 철저한 국가 계획도시다. 허허벌판을 닦아 조성한 말 그대로 계획된 신도시다. 공공기관, 학교, 도로, 도서관, 상가, 아파트 단지 등 모든 것이 계획된 대로 들어서게 만든 곳이다. 4만명 인구가 들어설 것을 예상해 2곳의 고등학교 설립을 계획했다. 서전고등학교는 2017년 개교했고, 본성고는 2023년 개교 예정이었지만 충북교육청 투자심사 과정에서 정지 신호를 받았다. 예정된 해에 개교는 물건너갔고 이듬해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정부지가 있고 또 개교 계획을 믿고 인근 아파트에 입주한 부모들로서는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연쇄적으로 주택 가치는 물론 도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전망까지 나올 수 있다. 학령인구 추이, 인근 학교 영향 등 출산율 감소와 연관된 심사 결과라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현재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혁신도시 인구는 계속 늘고, 학생들은 외부 학교로 다니는 현실이다. 도교육청은 혁신도시 자체 학령인구 추이로는 학교 건립이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인근 학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어떤 학교를 지을 것인가를 객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국토부와 교육부는 애초 학령인구 추이의 가변성을 예상해 서전고 위치를 도시 중심으로 정했어야 했다. 도교육청 또한 교육부에 이를 감안해 건의 했어야 했고, 증축도 가능토록 설계를 했어야 옳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본성고 부지는 잡목과 잡풀이 무성하고 누군가의 텃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외지 학교 통학을 위해 매일 이 곳 학교부지 옆을 지나는 자녀의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2009년도 국토부가 제작한 전국혁신도시 현황도표에 따르면 충북혁신도시의 콘셉트는 교육·문화·이노밸리다. 교육을 가장 앞세운 도시콘셉트라면 계획적인 교육시설 건립이 가장 핵심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도교육청은 고교 건립의 타당성 조차도 예견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음성군 맹동면 동성리 232번지 1만4470㎡ 면적의 본성고 부지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안쓰럽다. 계획상 본성고는 25학급에 총 600명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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