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에서 사랑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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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에서 사랑을 떠올리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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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진 (관음사 주지)
   
최근 인도를 세 번째 다녀왔다.
인도여행을 할 때마다 그 유명한 타지마할(Taj Mahal)을 꼭 들리게 된다. 아무래도 이 타지마할은 일생에 한 번 보고 말기에는 너무 아쉬운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갈 때마다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 아그라(Agra)는 매연과 먼지가 안개처럼 자욱하다.

근래에 이 타지마할을 공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그 주변을 전기자동차만 제한 통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 놓았다지만 세월 속에 그 아름다움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 된다. 그러나 이런 도시의 모습과 상관없이 타지마할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누구나 이 위대한 건축물 앞에 서면 자신의 생애서 단 한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한 사나이의 사랑이 박제된 곳, 타지마할. 이곳을 보는 순간 탄성조차 멈추게 하는 그 무엇이 이곳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것은 절제된 기품이라는 것을 타지마할은 보여준다.

한 사나이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22년간 공들여 만든 타지마할은 세상에 남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무덤이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이 얼마나 지독했으면 이토록 거대한 묘를 만들어 그를 추억했을까. 무덤이라기보다 차라리 금은보석으로 치장한 최고의 궁전이라 불러야 옳을 것 같다.

한 나라를 통치하던 강한 황제였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애정이 넘치는 자상한 한 남자일 따름이었을까. 자신의 품에서 눈을 감는 한 여자를 보내면서 그에게 약속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어주겠다고. 그래서 타지마할은 한 남자가 한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성전이나 다름없다.

인도 역사에서 무굴제국의 황제 ‘사쟈한’을 유난히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로 꼽고 있다. 그렇다면 이 타지마할은 그의 뛰어난 미술에 대한 안목과 열정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일 것이다. 그녀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성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장 화려한 무덤을 만들었던 사나이.

그렇다면 그는 타지마할을 건축하던 22년 동안 왕비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사랑의 표현이 다른 이들에게는 끝없는 집착과 광기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말년에 고독과 배신 그리고 권력의 무상함을 절감하면서 타지마할 근처의 아그라성에 유폐된다.

아, 그렇지만 한 사나이의 사랑은 차라리 숭고하다고 할만하다. 그는 아그라성에 유폐되었어도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 강 건너의 타지마할을 매일 바라보면서 8년을 보냈다. 그 지독한 시련 속에서 그를 위로했던 것은 오로지 저 멀리 보였던 타지마할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로지 그리움 하나만이 그 시기를 견뎌낼 수 있게 만든 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아그라성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야무나 강둑에 서 있는 타지마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손만 내밀면 잡힐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것 같다. 그가 말년에 유폐되었다는 아그라성에 남아 있는 그의 방은 아직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는데, 그가 회한의 눈물로 지냈던 그의 방 창가에는 다이아몬드를 박아 타지마할이 한 눈에 비치도록 한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서 그의 사랑과 그리움이 얼마나 애틋하고 절절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과연 그 사나이는 행복했을까? 어찌 보면 그는 사랑 때문에 행복했고, 그 사랑 때문에 또 불행했다. 차라리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지키고 승화시키기 위해 온 정열을 쏟아야 하지 않았을까.

한 사나이의 슬픈 연가가 바람으로 전해지는 타지마할에서 우리 시대의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할지 또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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