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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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소회
  • 한덕현
  • 승인 2019.12.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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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인데 여기에 단위나 단절을 부여하는 건 동물 중에서도 인간 뿐이라고 한다. 일, 월, 년을 구분짓고 시작과 끝을 가려서 인식한다. 이 또한 인간만의 이기심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 것으로 덧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챙기며 스스로의 ‘현재’를 더듬더듬 확인하는 지도 모른다.

12월, 올해도 달랑 한 장 남았다. 이미 송년 모임들이 한 달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마음 한 켠으론 슬그머니 조바심이 인다. 한데 참 답답하다. 누구한테 위로받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모든 게 부정적이고 또 모든 게 적대적이니 요즘엔 사람 대하기조차 조심스럽다. 이런 저런 생각들도 다분히 감상적이 됐다. 모두가 12월 탓인 듯하다.

우선, 누가 격하게 시국을 토로해도 별 흥미를 못 느끼겠다.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고 있다는 정치얘기도 그렇고 늘 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청와대와 국회(의원), 조국과 윤석열에도 관심을 잃었다. 서로 손을 맞잡아 한 때는 나의 마음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던 문재인과 김정은도 요즘은 식상하고 시답잖다. 개인적으로 정서적 자학과 패배주의가 최근처럼 커져본 적도 없는 것같다.

그러면서 그들이 국민을 팔고 정의를 입에 올리기라도 하면 영화 ‘기생충’을 퍼뜩 떠올린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 기생충들도 많다. 국가 운영에 의리와 신의도 없고, 오물 투성이인 사람들이 도덕과 법치를 외친다. 자신을 신뢰한 사람의 뒤통수를 치고도 자리를 꿋꿋하게 지킨다. 윤석열 얘기다. 하찮은 이들도 자신을 중용한 사람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하면 옷을 벗는 게 상식이다. 이는 사회적 가치와 정의 이전에 인간적 도리와 양심의 문제다. 그 어떤 정의와 진실도 ‘인간’을 상실하면 쓰레기가 된다.

선대는 친일 부역으로 호의호식하고 그 후손들 또한 ‘조상 찬스’로 온갖 특혜와 편법을 누리며 국회의원이 되었건만 그들이 돌연 호시절(?)을 만나 민주주의를 외치며 투사로 둔갑한 것도 영 불편하다. 그들은 민주 투사가 아니라 매국노이고 그 DNA가 최근의 한일, 한미 관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천박함이 양심과 이성까지도 규제하려 한다. 왜 전광훈 같은 변태 목사가 이 나라 종교를 대표하고 허경영처럼 얼토당토않은 인간이 어찌하여 사람들을 환호작약하게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라가 자꾸만 이상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 정부는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을 놓고 제 역할이 뭔지도 모르고 헤맨다. 검찰을 개혁한다면서 되레 검찰의 권력만 더 키워주고 있다. 나라가 졸지에 금도도 없고 기본도 사라진 느낌이다. 외교와 대북관계, 검찰에까지 정권이 너무 나이브하게 나온 결과물일까, 안팎으로 사면초가가 된 느낌이다. 미군 주둔비 협상장에서 미국대표들이 보인 시건방진 겁박은, 지금까지도 굴욕으로 남아 있는 1997년 IMF 사태 때의 미셸 캉드시 사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라가 거덜났던 당시에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들이 얼마나 우리를 우습게 봤으면 그렇게까지 나올까? 한없이 자괴스럽다.

이제 사람들은 말한다. 촛불로 권력을 잡은 현 정권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의 치열한 투쟁으로 쟁취한 권력이 아니라 이를 국민들이 만들어 주다 보니 그들의 권력 운용도 탁현민 식 감성기법에만 안주해 있다고도 한다. 이게 아니라면 근자의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공방에서 그토록 무기력하게 대처할 수는 없다. 진보정치는 노무현에 이어 또 실험에만 그치고 만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냉혹하기 그지없고 때로는 형제와 가족까지도 죽여야 하는 게 권력이라고 역사는 가르쳐 왔다. 어찌된 일인지 이 정권의 처절한 관리능력이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요즘들어 자꾸 확인하는 건 정제되지 못한 사유가 정제된 것까지도 제어한다는 조직관리론이다. 마치 제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형편없는 망나니에게 당할 수 있다는 외국의 속담처럼 말이다.(The biggest people with the biggest ideas can be shot down by the smallest with the smallest minds) 그러니 또 믿을 건 깨어있는 시민의식밖에 없다. 이 것만이 제2의 촛불혁명으로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고 이 것의 분출구가 내년 총선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는 주말엔 겨울산을 올라야겠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는 365가지라고 하는데 평생 산을 찾는 나로선 굳이 이유를 말하라면 두 가지를 들겠다. 하나는 오로지 자연만을 접하며 온 몸의 진이 다 빠지도록 그저 걸을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힘들게 등산을 하다보면 포장과 가식을 벗겨낸 순수 본능과 본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초 히말라야를 찾아 보름동안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마음으로 다지고 다진 것도 두 가지다. 오늘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사는 것과, 지금 누리는 작고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하여, 다시 상실감을 접고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더 큰 사랑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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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밥 2019-12-04 14:15:24
유튜브 "허경영 강연" 한회라도 들어보고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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