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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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 충청리뷰
  • 승인 2019.12.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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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생 맹기완이 쓰고 그린 『야밤의 공대생 만화』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 ‘앨리스의 별별책방’ 대표
구 효 진 임상심리사 심리전문서점 ‘앨리스의 별별책방’ 대표

 

<사연> 10년 넘게 나이차가 있는 동생이 주말이면 집으로 오는데 동생이 사춘기가 되면서 점점 공부를 등한시하여 걱정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종일 게임만 하는 동생과 무척 싸웠어요. 부모님께서는 학업성적에 개의치 않아 하시고 자유롭게 두시는 것 같아 답답해요. 과학을 좋아했던 아이인데 컴퓨터 게임에만 빠진 제 동생에게 추천할 책이 없을까요?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문명을 배우고 이를 통해 성장하며 살아가는 관계적 존재이다. 아이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부모세대의 문화를 배우며 자란다. 어느덧 자라 학교생활을 하게 되면 문화의 구성원은 친구가 되고, 또래문화가 만들어진다.

세대별 특징은 그 시대의 상황이 적극 반영된다. 예로 X, 밀레니얼, 386 등등의 단어를 빌어 세대를 표현했는데, 2007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는 이마저도 사정이 달라졌다. 현대사회는 어려서부터 SNS활동으로 문명을 경험하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이다.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진정성 있게 대화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재치와 유머도 이를 통해 학습한다.

문명의 대전환기를 불러온 디지털문명은 기존의 패턴에 위기감을 가져다 주기도 했지만 새로운 창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디지털 루저’, ‘게임 폐인’ 등으로 취급했던 사람들은 이제 유튜브와 개인 콘텐츠 등 억대 연봉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로 부상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만화책은 안 된다’고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아이에게 ‘그거라도 펼쳤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걸까?’라는 물음표 뒤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 것들은 참,,....’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은 내 부모세대가 내게 아니, 그 이전세대가 우리 부모세대 그도 아니, 아주 오랜 고대부터 세태에 대한 걱정으로 한탄을 섞어 하던 말이었다. 유전자로 내려주기라도 하는 걸까? 화합을 원하는 갈등은 고대 문명에서부터 현재 디지털문명까지 쉬지 않고 내려오고 있다.

독자 인기 끌어 출간된 만화
재미와 과학, 둘 다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인 『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서울대 공대생이 직접 구상하고 글과 그림까지 혼자 그렸다. 그가 어렸을 때 들었던 과학만화는 전문용어를 잔뜩 넣어 매번 좌절을 맛보았다고 한다. 재미없는 과학만화를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쥐어주어 ‘과알못’의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새로운 과학 만화를 시도한 것이다.

처방책: 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처방책: 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종이보다 화면이 익숙한 이 세대의 한 사람으로 복학 직전 재학중인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트랜지스터 발명자에 대한 에피소드를 올리며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 독자들의 인기를 얻어 연재분 29편을 수정·보완해 출간하게 되었다. 그의 새로운 시도는 가벼운듯 하였지만, 그들만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무리해서 어렵게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고 업적을 시시콜콜 나열해 과학을 어려운 존재로 남겨두기 보다는 원리와 의미를 짧고 깔끔하게 설명하면서도 에피소드를 가미해 사람이 하는 과학에 흥미를 돋운다.

문화의 어원은 경작, 가꾸기를 뜻하는 라틴어 ‘쿨투라cultura’인데, 이는 경작된 형태의 자연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문화는 자연스럽게 우리네 일상을 반영하며 그 안에는 개인의 특성이 담겨있고 경작자는 환경에서 적합한 선택으로 경작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문화를 가꾸고 있는 것일까?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우리는 각자의 경험치로 자기 입장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경험치에 빚대어 맞다 틀리다를 고집하고 강요하기보다, 변화는 진행중이며 경험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흐름에 발을 함께 맞추어 조망적인 시야를 가지려 노력해야 할 때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세대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면 우리는 곧 기성세대가 되고 만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이끌어가는 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과 시도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모든 사연은 실제 상담실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내담자의 동의하에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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