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일수록 재미있게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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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일수록 재미있게 말해야 한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2.04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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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블랙머니'로 돌아온 청주 출신 정지영 감독
내년엔 직접 기획‧제작한 '직지'관련 영화 상영도

영화 <블랙머니>로 노장의 품격을 보여준 정지영 감독. 올해 나이 74세이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우리시대의 가장 뜨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이다. 영화 <블랙머니>는 일명 론스타 먹튀사건을 재조명한다.

2003년 자본 부실 상태에 놓여 있던 외환은행을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Lone Star Funds)가 인수한 뒤 다시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각종 의혹들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론스타는 인수와 매각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혜택을 입었음에도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원하던 가격에 매각하지 못했다며 외려 5조원 규모의 국제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70조 가치의 은행이 17000억원에 넘어간 이 엄청난 금융사기극은 여전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처럼 이 일로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 사건에 대해 다시 공부(?)를 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참 복잡하고, 절대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감독을 손을 거쳐 마치 진실의 편지처럼 내게 도착한 것이다.

정지영 감독.
정지영 감독.

 

-123일 현재 관람객이 230만명을 넘어섰고, 덩달아 론스타 사건도 부각되고 있다.

영화반응이 좋았는데 갑자기 겨울왕국이 오면서 영화상영관이 많이 줄었다. 시간대도 야간으로 밀리고 있어 아쉽다. 이번 영화는 경제문제를 얘기한다. 나에게도 어려웠던 이야기라 관객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하느라고 고생했다. 정보를 최소화해 관객이 보면서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심각한 영화일수록 재미있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오히려 관객이 알려준 영화다. 관객의 호응을 보면서 나의 노력이 통했구나 싶었다.”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체적인 삶을 산다고 하지만 어떠한 힘과 이데올로기에 끌려가고 있다고 본다. 금융자본시대 금융자본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은행에 가서 저축을 하면 어떻게 돈이 쓰이는지, 적어도 알고 나서 적금이라도 부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정보와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농단하고 있는 지 알리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나면 감정이 복잡해진다. 분노와 절망이 뒤엉켜버린다.

“‘관객에게 나는 이렇게 보는 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화두를 던진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공유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화두가 엄청 어려운 것 아닌가. 재밌게 말하면 심각한 내용도 잘 깨닫게 된다. 확실히 그걸 알았다.”

 

-이번 영화로 노장, 거장의 꼬리표가 절대 떼어지지 않을 것 같다.

사실 노장, 거장이라는 말이 싫다. 그냥 정지영 감독으로 불리고 싶다. 시나리오와 문건, 책등이 넘치게 들어오고 있다. 이번 시나리오도 6년 동안 준비했다. 블랙머니는 어려운 경제이야기를 쉽게 전달해야 하니까 끊임없이 연구했다. 솔직히 시나리오 쓰는 건 너무 즐겁다. 어려운 내용일수록 술술 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엉킨 것이 풀리면 쾌감이 있다. 감독은 혼자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수없이 경험해야 한다. 자기 혼자의 만족과 절망을 오가면서 작품이 완성된다.”

정지영 감독은 청주가 고향이다. 이번 인터뷰가 성사된 것도 그 이유가 작동됐다. 청주고 38. 동기로는 임동철 전 충북대 총장이 있다. 임 전 총장은 정 감독에게 늘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고 했다. 감독이 쌓아올린 성과를 청주를 위해 풀어내라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뜨끔했다.

그는 2017년 영화 <직지코드>를 기획제작하기도 했다. 직지가 가진 의미에 천착해 고려의 금속활자가 독일의 구텐베르크에 영향을 주었다는 가정으로 유럽의 각 도서관에서 그 흔적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정지영 감독은 “<직지코드>를 제작할 때 청주시에서 지원을 받긴 했는데 부족했다. 제작비 나머지 절반은 빚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초에 직지 관련 영화를 또 내놓는다. 이번에는 서원대와 CKL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제작했다. 정 감독은 내가 직지 홍보대사다. 홍보대사 한지도 꽤 오래됐다. 이러한 역할은 내가 해야 하지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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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 청주에서 감독과의 대화행사

정의당 청주상당위 126<블랙머니> 상영회 개최

 

정의당 청주상당구지역위원회(위원장 김종대)가 청주 출신의 정지영 감독을 초청해 영화 <블랙머니>상영회를 갖는다.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블랙머니 상영회는 126일 오후 630,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1관에서 열린다.

단체관람인데다, 감독이 상영회에 참석함에 따라 영화관 측에서 사전신청자에 한해 할인요금 5000(원가 1만원)을 적용한다. 단 상영관 규모 상 100명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영화상영 후에는 약 30분에 걸쳐 김병재 MC의 진행으로 정지영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돼 있다.

이미 영화상영회를 열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121일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변 국제통상위원회와 함께 국회에서 론스타를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12년째 형식적인 수준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만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화상영회를 주최하는 김종대 의원은 먹튀 주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만큼 론스타 경영진들을 한국으로 소환해 철저한 조사를 벌여야한다면서 복잡한 사건을 몰입도 높은 영화로 만들어낸 정지영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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