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덕에 마을은 활력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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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덕에 마을은 활력충전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12.0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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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성 호정리 마을 사람들 아이 위해 사비 털어 공동체 운영
“학생 10명에 돌봄 선생님 11명, 아이가 마을공동체 키운다”

청주행복교육지구에서 만난 사람들 

민들레 돌봄 공동체

 

(왼쪽부터) 민상근, 김현정, 이귀란, 김순희, 조향미 /육성준 기자
(왼쪽부터) 민상근, 김현정, 이귀란, 김순희, 조향미 /육성준 기자

 

민들레 돌봄 공동체는 청주시 낭성면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행복교육지구다. 청주시 모충동에 있던 쌍샘교회가 이 동네로 2002년 이전한 뒤 공동체를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빼어난 자연환경에서 함께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자며 돌봄교실을 열었고 민들레공부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마을 인근에는 봄이면 행복을 의미하는 노란 민들레가 장관인데 여기서 착안했다.

모충동에 비해 낭성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돌봄교실이 마을에 주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1992년 교회 문을 열고부터 돌봄교실인 살림공부방을 운영해 왔다.

처음부터 살림공부방에서 함께 일한 김순희 씨는 당시에는 인근 초중고 학생을 모집해 공부방에는 아이들이 북적였다.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 아파트 엄마들이 선생님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공부방은 활기넘치는 공동체였다고 기억했다.

낭성으로 이전해서는 규모가 많이 줄었다. 이전에는 근거리에서 엄마들, 학생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이마저도 뜸해졌다. 운영을 위해 민들레공부방은 지역아동센터를 신청했다. 지역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 위탁으로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민들레공부방7년여 운영하며 농사일, 직장일로 바쁜 낭성사람들의 자녀들을 보듬었다.

그렇지만 대상자가 문제였다. 지역아동센터는 제한된 대상자에게만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평가도 지원도 아이들 숫자가 기준이다. 인구가 점점 더 줄어드는 낭성에는 맞지 않는 제도였다. 결국 마을 공동체는 지역아동센터를 그만두고 마을에서 알음알음 공부방을 운영했다.

그러던 지난해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알게 됐다. 이귀란 대표는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민들레돌봄공동체에는 꼭 맞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이장님은 자기 땅 한 편을 내어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주민들은 아이들을 위해 쌀을 내주었다고 말했다.

가을철 추수한 논에서 새끼를 꼬는 아이들 /민들레돌봄공동체 제공
가을철 추수한 논에서 새끼를 꼬는 아이들 /민들레돌봄공동체 제공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먹여

 

민들레돌봄공동체는 아이들을 위해 차량을 운행한다. 공모사업에서는 차량운행비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은 마을 사람들이 분담했다. 어렵사리 마련한 2대의 차량은 낭성면 전체를 돌며 아이들을 싣고 민들레돌봄공동체로 온다.

많게는 30, 아이들은 돌봄교실에 오기 위해 차를 타고 움직인다. 도착하면 11명의 선생님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3시 반부터 6시 반까지 마을 사람들은 엄마들의 육아를 분담한다. 독서, 농사체험, 미술, 목공, 염색체험, 환경교육 등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와 엄마들은 프로그램 중에 생태체험을 선호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운영하는 자연학교에는 지역 아이들을 비롯해 다른 행복교육공동체의 학생들도 참여한다. 숲 해설가를 초빙해서 숲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체험학습을 한다.

김순희 씨는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자연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간다. 돌봄교실에 오는 한 쌍둥이 형제는 집에서도 조용하고 어쩔 줄 몰라 얌전했던 아이들이었는데, 1년여를 함께 생활하며 활기를 찾았다. 지금은 마을이 그들의 앞마당처럼 뛰어 논다고 소개했다.

아이들이 뒤엉켜 놀고 난 뒤 민들레공동체는 수업이 끝난 6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인다. 식사비도 차량운행비와 마찬가지로 예산지원을 받을 수 없는 항목이지만 마을사람들이 따뜻한 밥 한 끼 먹이자며 십시일반 모았다.

아이들 식사를 책임지는 조향미 씨는 다문화, 조손가정, 맞벌이가 80% 넘다보니 6시에 끝나면 그냥 보낼 수가 없다. 운영은 팍팍하지만 불평하는 마을 사람은 한명도 없다. 되레 먹을 것이 생기면 조금씩이라도 나누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더 많은 아이들을 모으기 위해

 

민상근 씨는 공동체에 참여한지 한 달여 된 새내기다. 그는 청주에 살고 있지만 부모님집이 있는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현재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학교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는 내년부터 초··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농촌유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농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농어촌으로 전학을 가서 한 학기, 6개월 이상 정규교육을 받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교육 과정을 이수한다는 점에서 대안학교와 구별된다.

이귀란 대표 /육성준 기자
이귀란 대표 /육성준 기자

현재 전국 26곳에 농촌유학센터가 있고 약 270명의 학생들이 농촌유학을 떠났다. 이제 농촌유학에 도전하는 민들레공동체는 학생들이 유학하기에 딱 좋은 위치다. 청주 중심지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보니 문의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민 씨는 민들레돌봄공동체를 찾는 아이, 엄마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행복하다. 나이 어린 자녀를 키우기에는 이 곳만한 곳이 없다마을의 장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책 한권 들고 아이들과 마을을 찾는 엄마들도 많다. 마을공동체 안에는 작은 도서관, 갤러리, 카페, 도시텃밭 등이 있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려고 문의한다.

이귀란 대표는 마을의 어르신 분들은 처음에 조그만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과 대화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배운다시작은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였지만 지금은 되레 아이가 마을을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점 노령화되는 시골 마을에서 행복교육지구는 마을의 활력이 됐다. 제도적으로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공동체를 위해 쌀 한톨도 나누며 모두가 마을 선생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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