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논에 농장에 ‘쓰레기 산’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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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논에 농장에 ‘쓰레기 산’이 생겼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2.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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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면 소로리, 증평군 연탄면, 음성 대소면 ‘석회비료’로 몸살
임차한 공간에 수 천 톤 야적, 주민 ‘악취호소’에도 답 없어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 낚시터 뒷산에는 석회비료 수 천 톤이 쌓여있다. 이 동네 28가구 주민들은 악취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다며 청주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소로리 마을 이장은 몇 해 전 블루베리 농장을 하겠다면서 외지인이 계곡을 메워놓고 사업을 진행했다. 농장이라고 하는 데 실제 가보면 엄청난 양의 석회비료가 쌓여있다. 업체에선 비료라고 하는 데 음식물 쓰레기인지 비료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곳은 주민들이 먹는 식수원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도 않았다. 비가 온 다음날엔 침출수가 곳곳에 흘러내리고, 악취 또한 코를 찌른다. 석회비료 더미를 비닐로 덮어놓았지만 비닐이 낡아 해지면서 침출수가 나온 것이다.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 낚시터 뒷산에는 석회비료 수 천 톤이 쌓여있다. 침출수가 흘러나와 토양오염이 우려된다. 주민들의 식수원과도 가까이 있어 피해가 심각하다.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 낚시터 뒷산에는 석회비료 수 천 톤이 쌓여있다. 침출수가 흘러나와 토양오염이 우려된다. 주민들의 식수원과도 가까이 있어 피해가 심각하다.

 

농장 어려워지자 주인 바뀌어

 

과다한 석회비료가 이곳에 쌓인 것은 2018년이다. 석회비료는 음식물 쓰레기에 석회물질을 섞어 비료화작업을 한 것이다. B&B KOREA 블루베리 농장은 2012년께 이곳에 터를 잡는다. 5만평 이상의 땅을 매입하고 원주인 A씨는 야심차게 농장을 꾸렸지만 다음 해 가뭄이 들고 정부 지원도 꼬이는 등 낭패를 보게 된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2016년 일부 소유권을 매각한다. B씨는 2016년 말 청주시 북이면에 있는 음식물 처리업체인 Y로부터 석회비료 800톤을 받는다. 이후 B씨는 석회비료에 우드칩(나무조각)을 섞었고, 올해 1월에는 계분을 또다시 대량 투입했다.

현재 농장 소유주는 B씨가 아니라 유치권자가 여러 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인 모 씨는 비료 양이 과다한 것은 인정한다. 처음에는 블루베리 농장을 회생시켜보려고 대가없이 비료를 받은 것으로 안다. 이후 양을 많이 받은 것은 판단착오였다. 어떤 방식으로도 처리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2018년께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 마을 이장은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처음엔 청주시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나는 줄 알고 민원을 제기했다. 알고 보니 가까운 곳에 비료가 쌓여 있었다. 주민들이 현장을 보고 경악했다. 겨울인데도 근처를 가면 파리가 들끓는다. 하루빨리 업체든, 시에서든 저 비료더미를 옮겨주면 좋겠다. 주민들이 연로해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행정조치해도 못 막아

 

청주시는 20186월 비료를 가져온 B씨에게 확인서를 받았다. B씨는 최대한 빨리 비료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으로 확인서를 썼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청주시 친환경 농산과 관계자는 “B씨에게 받은 확인서가 있어서 처리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답이 없어 올해 1120일부터 26일까지 3번 정도 현장점검을 했다. B씨를 침출수 토양오염혐의로 1129일 흥덕경찰서에 고발조치했다. 계분을 가져온 곳인 아산시천안시 환경부서에도 행정조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비료법에 의하면 비료가 다른 지자체로 옮겨 갈 때는 2일 전에 해당 지자체에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번 경우는 아산시천안시의 해당부서 공무원들이 청주시에 2일 전에 통보를 해주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시 관계자는 “B씨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청주농고 졸업생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 수소문을 했다. 실제 비료를 과다하게 가져온 B씨에게 고발장을 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 비료법에는 한계가 있다. 침출수에 따른 토양오염의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또 비료를 반출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게 2일 전에 통보하라고 돼 있지만 막상 지자체가 통보를 받아도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임차한 땅에 야적 잇따라

 

그러다보니 소로리처럼 수천 톤의 비료가 야적되는 경우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증평군 연탄리, 음성군 대소면에서도 최근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연탄리는 임차한 밭에, 대소면은 한 블루베리 농장에 비료가 쏟아졌다.

연탄리에선 지난해 10, 중간처리업자가 밭 약 1000평을 임차해 비료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2500톤을 매립해 악취와 지하수 오염 문제를 일으켰다.

또한 이들 세 곳은 모두 같은  음식물 처리업체 Y로부터 문제의 석회비료를 받았다. 박완수 증평군 음식물쓰레기처리 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청주시를 방문해 Y업체 폐쇄를 촉구하는 군민 7327명의 서명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Y업체에 대해 올해 9월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올해 4월 현장 점검을 통해 업체의 용량 과다처리를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청주시 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자체 현장 조사를 통해 가장 높은 단계인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허가받은 용량보다 처리한 용량이 더 많은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야적 사건과는 관계없이 내린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업체 측은 충청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난 25일 열린 심판위원회에선 청주시의 업체에 대한 허가취소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업체 측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 앞으로 행정소송이 진행되면 결론이 나기까지 적게는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때까지 영업행위는 지속할 수 있다.

박완수 증평군 음식물쓰레기처리 대책위 관계자는 전국이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기업이 쓰레기를 수거 처리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공화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곳곳에 쓰레기 산이 발생해도 현재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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