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과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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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퇴장과 그 이후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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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태 재 직지포럼 대표
   
이원종 지사는 과시 ‘알쫑이’임에 틀림없다. 열에 아홉이 3선출마를 권유하고, 여론조사에서 50%이상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불출마와 함께 은퇴까지 선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이런저런 분석이 뒤따르고 있지만, 물러날 때를 정확히 꿰뚫고 있으니 말이다.

어째서, 물러날 때냐고? 이 지사는 천생 선비요, 전형적인 충청도양반이다. 행정의 달인은 될지언정 흙탕물 튀기는 정치판 타입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명예를 중시하는 충청도 선비가 선거판에서 겪는 부담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해 보라. 얼핏 보면 3선은 ‘따논당상’에 틀림없다.

아마도 기정사실일 터이다. 그러나 3선당선이 꼭 최선일까? 이 지사의 정계은퇴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었으니 그 얘기는 접어두더라도, 이번 3선 과정에서는 종전과는 다른 만만찮은 저항이 따를 것이다. 정치권 내에서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 시민사회에서도 결코 고운 시선만으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있다. 이 지사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할 줄 모르는, 아니 남의 장점과 특징을 용케도 찾아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최고의 달인이다. 평소 남과 타투는 모습을 본 일 있는가. 충북지역의 주요현안이 있을 때마다 중앙정부 또는 상대방에게 강력히 어필하지 않는다고 불만인 사람들이 꽤 많다.

필자의 생각도 그렇지만, 이 지사는 그런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민선자치이후 전사회적인 욕구분출과 계층 및 지역 간 대립과 갈등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고 조정하는 일은 과거와는 달리 쉽지 않다. 이 지사에게 가장 부담스런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이 지사는 3선이 문제가 아니라 3선 과정에서 튀길 흙탕물에 온몸을 적시느니 이제까지 쌓아온 공든탑, 깨끗한 도포자락을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현명한 판단을 하였다면 주제넘은 생각일까?

절대적 지지를 영구히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이문이 남는 장사이며, 그것은 바로 최고의 피크, 그 순간에 떠나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진정 명예를 아는 사람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다. 소위 감투를 행세나 치부의 수단으로 아는 소인배와 자칭 원로라는 딱한 이들은 바닥이 다 드러나도 계속 붙들고 앉아 놓을 줄을 모르는 추한 모습이 자신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정작 이 지사가 돋보이는 것은 은퇴할 시기를 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는 데에 있다. 알고도 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것이 권력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권력의 마력을 뿌리칠 수 있다는 것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쉽지 않은 사례이다. 그래서 ‘이원종’이라는 이름석자는 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뒤집기에 성공함으로써 일거에 판세를 역전시키는 씨름판의 묘미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다음은 어떤 인물이냐고? 누구이든 이 지사를 뛰어넘을만한 자질이 엿보여야 되잖겠는가. 이 지사는 민선 8년과 관선시대를 포함해서 10년 세월동안 많은 치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가 살아온 시대는 중앙집권시대, 권위주의시대였으며, 마무리는 민선자치의 걸음마단계였다.

따라서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전개될 풀뿌리민주주의, 지방분권시대를 꽃피워갈 지도력이 절실하다. 이제는 행정의 달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때 묻은 정치인도 아닐 것이다. 이제는 행정의 달인에 더하여 갈등과 분쟁을 헤쳐 나아갈 지도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대결과 반목을 해소하여 지역통합을 이뤄내는 커다란 덕목, 넓은 품으로 주민을 끌어안는 지도자의 깊고 넓은 도량이 함께 있어야 한다.

특히, 차기 도지사는 실무능력과 경륜을 겸전한 인물이어야 한다. 지난해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고속철 분기역 확정,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선정 등 획기적인 지역발전의 기회를 충분히 살려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그동안 기초를 다져놓은 지역특화산업 등을 누가 과연 충실히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인물이 누구냐고? 그야, 이제 곧 모습을 나타낼 것이 아니던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점차 우열뿐만 아니라 자질검증도 가능해질 것이니. 어쨌거나 충청북도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큰 바위 얼굴>은 꼭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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