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에서 문화를 꽃피운 사람
상태바
다락방에서 문화를 꽃피운 사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12.12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2014년 집 지하실에서 무료 음악회 시작
올해 청주 대성동에 복합문화공간 신축, 재능기부 공로 표창장도 받아
이상조 대표
이상조 대표. 사진/육성준 기자

평범하지만 많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 얘기를 하려고 한다. 그는 문화예술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에게 잊지못할 음악을 선물한다. 그것도 공짜로.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 말이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게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이상조(49) ‘다락방의 불빛’ 대표 얘기다.

청주시 상당구 대성동 충북문화관 앞에는 ‘다락방의 불빛’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1층은 커피숍이고 2층이 공연장이다. 공연장 규모는 100석. 매주 금·토일에는 여기서 ‘무조건’ 음악회가 열린다. 국악, 클래식, 포크, 팝, 재즈 등 가리지 않고 한다. 무대에 서는 사람도 유명한 가수나 연주자부터 평범한 시민들까지 다양하다. 가끔은 작품 전시회도 연다.

이 대표는 전국을 수소문해 노래를 하거나 연주할 사람을 찾고 무료로 해 줄 것을 간청한다. 지난 2014년 11월부터 했으니 5년이 넘었다. 그가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면 대부분 들어준다고 한다. 현재까지 거절한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는 것.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나는 돈을 쓰지만 행복하다"

그는 지금 이렇게 번듯한 건물을 짓고 커피숍까지 열었지만 얼마전까지도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 그의 집 지하실에서 음악회를 했다. 좁은 다락방같은 공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열광했다. 몇 백명씩 모여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지하실에서 가슴 따뜻한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갔다. 가끔은 외부 공연장에서 하기도 했다. 청주MBC 공개홀에서 연 음악회에는 450명이 몰려 방송국 측에서도 적잖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집에 전축이 있어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중학교 때 군것질 안하고 돈을 모아 LP판을 샀다. 한 장에 2500원이었는데 5000원을 모아 두 장을 사곤 했다. 그렇게 산 LP판이 8000장, CD가 7000장이 됐다. 성인이 돼서 음악감상동호회를 만들고 음악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더니 다른 동호회에서도 해달라는 것 아닌가. 그래서 다른 모임에도 불려다니다 어느 날 우리집 지하실로 모이라고 해서 다같이 음악을 들었다. 이렇게 하다 음악회를 정례화했고 ‘다락방의 불빛’이 탄생했다.”

이후 이 대표에게는 ‘뮤직 스토리텔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금도 음악 해설은 그의 몫이다. 음악회는 이렇게 예기치 않게 시작됐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인데 어쨌든 좋은 일이다. 이 사람으로 인해 즐거워하는 시민들이 많으므로.

음악회에 들어가는 경비는 모두 그의 지갑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내가 받는 월급에서 월 100만원을 떼어 여기에 쓴다. 대신 가수나 연주자 무료, 손님도 무료다. 세계적인 사람부터 통기타동호회까지 무대에 섰다”며 “나는 이 돈을 쓰지만 정말 행복하다. 예술가와 예술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행복한 듯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했다. 현재 천안 신한은행의 한 지점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은행원으로 산지는 30년 됐다. 20대 때부터 커피를 좋아해 커피 공부도 했다. 지금 커피숍을 차린 것이 의외는 아닌데 다만 음악회에 들어가는 비용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또 ‘다락방의 불빛’이라는 계간지도 창간했다. 지난해 12월 첫 호를 냈다. ‘지금 여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토로 내걸었다. 평범하지만 문화예술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이들을 비롯해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취재해 싣는다. 이 잡지도 재능기부로 탄생된다. 수고비를 일체 받지 않고 무료로 기사 쓰고 편집하는 사람들 덕분에 만들고 있다는 것.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다락방의 불빛’이 지금의 공간으로 이사한 것은 지난 11월이었다. 음악회에 왔다가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자 그는 독립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한 꿈을 꾼다. 그러던 중 조용하고 개발 계획이 없는 청주향교 부근의 한 건물을 발견하고 건물주에게 편지를 썼다. 비어있는 건물이었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아 건물주에게 ‘복합문화공간 세우는 게 소원이니 이 부지를 좀 저렴하게 팔 수 없느냐’고 사정했다. 그랬더니 나에 대해 알아보고 좋은 일 한다며 싸게 주셨다. 작년 12월부터 건축에 매달렸다. 친구와 지인들이 도와줘 약 1년만에 완공했다. 돈을 아끼다보니 오래 걸렸다. 오디오와 LP판은 집에서 가져왔고, 그림과 서각작품은 선물받은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이 작품은 누가 주고, 이 작품은 누가 선물했다며 자랑했다. 실제 ‘다락방의 불빛’이라는 글씨를 새겨 작품으로 만들어준 사람, 그림을 그려 준 작가 등 다양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해야 하나? 말을 들어보니 일단 그가 판을 벌이면 기꺼이 거들어주는 사람들이 그 때 그 때 나타났다. 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여기까지 왔다. 음악을 매개로 시민들이 모여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평범한 사람들도 고품격의 문화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다락방의 불빛’에 오면 음악이 있고 문화가 있다. 그러니 이 곳에 와서 그 문화를 즐기면 더없이 기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나같은 사람이 동네마다 있으면 청주는 문화도시가 될텐데”라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 대표는 20대 때 음악다방 DJ가 되고 싶었으나 당시 이 직업이 없어지는 추세라 못했다고 한다. 그 때 하지 못한 DJ를 지금 하고 있는가 보다. ‘다락방의 불빛’ 2층에서 밖을 내다보니 멋진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조용하고 충북문화관 주변의 나무들이 운치있게 보였다. 이 대표도 이 동네가 매우 마음에 든다고 했다.

카카오톡에서 ‘다락방의 불빛’ 친구가 되면 공연·전시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오는 13일 금요일 저녁 8~9시에는 포크싱어 김길훈의 노래와 기타,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임성희의 기타연주가 예정돼 있다. 그리고 14일 토요일 저녁 9시30분에는 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

한편 이상조 대표는 지난 11월 1일 재능기부를 통한 나눔을 실천한 공로로 이시종 도지사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이 대표는 현재 충북챔버오케스트라 단장, 한국국악치료협회 이사겸 충북지회장, 중앙음악치료학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에서 음악치료교육을 전공했다.

이 대표는 내년에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이제 새로운 공간까지 마련했으니 더 활발해질 것이다. 그가 판을 벌이고 여러 사람들이 내용을 채우는 음악회를 기대하시라.

'다락방의 불빛' 야경
'다락방의 불빛' 야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