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인 뚫고 오늘도 아파트가 올라간다
상태바
스카이라인 뚫고 오늘도 아파트가 올라간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12.12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규제 풀리자 구도심 내 고층아파트 진출 길 열려
‘낮고 두터운 도시’ 청주의 정체성 이대로 가다간 사라질 판

구도심의 고층아파트

규제 풀린 무법지대

아내 고향이 청주라서 늘 정겨운 곳이다. 오랜만에 토론회 발제를 하러 청주에 와보니 고층아파트가 곳곳에 올라와 있더라. 청주시의 도시개발이 뭔가 잘 못 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얼마 전 청주를 찾은 노()학자가 느낀 단상이다.

구도심 내 고층아파트가 삐죽 올라온 건 2009년이다. 두산위브더제니스 576세대가 41층 높이로 들어섰다. 당시 지역사회에선 우암산의 스카이라인을 가리는 초고층 아파트가 과연 필요한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구도심내 고층아파트가 등장한 건 2009년이다. 두산위브더제니스 576세대가 41층 아파트를 지었다.
구도심내 고층아파트가 등장한 건 2009년이다. 두산위브더제니스 576세대가 41층 아파트를 지었다. 사진/육성준 기자
2018년 문화동센트럴칸타빌 630세대가 최고 33층 높이로 구도심에 둥지를 틀었다.
2018년 문화동센트럴칸타빌 630세대가 최고 33층 높이로 구도심에 둥지를 틀었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후 49층 높이의 청주행정타운코아루휴티스가 2020년 12월 530세대 입주를 바라보고 공사 중이다.
이후 49층 높이의 청주행정타운코아루휴티스가 2020년 12월 530세대 입주를 바라보고 공사 중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2009년 첫 시작

 

하지만 이후에도 고층아파트는 멈추지 않았다. 2018년 문화동센트럴칸타빌이 630세대, 최고 33층 높이로 구도심에 둥지를 틀었다. 철당간에서 아파트 쪽을 바라보면 시야가 다 가려져 답답함이 느껴진다. 이후 최고층 아파트인 청주행정타운코아루휴티스가 202012530세대로 입주한다. 높이는 49층이다.

최근 남주동 해장국 거리 앞 부지 또한 8개 주택조합이 500세대 씩 3500여세대를 짓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곳의 최고층은 39층이고, 1개 단지만 중앙공원 내 충청병마절도사영문 등 문화재가 200m이내에 있어 층고가 낮아질 전망이다. 남문로 8구역은 다른 단지와 달리 23층으로 조정안을 낸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1114일 건축·경관·교통위원회가 열려 조건부 심의로 의결했다.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이미 통과했다.

구도심 내 고층아파트는 현재로선 막을 길이 없다. 2016년 박근혜정부는 아파트를 지을 경우 적용되던 도로차선제한규정을 풀어줬다. 도로 옆 아파트는 도로 폭의 1.5배 높이만 지을 수 있다는 규정이었다.

따라서 청주행정타운코아루휴티스의 경우 도로와 인접해 있어 원래대로라면 20층 정도로밖에 지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규제가 풀어지자 아파트는 49층까지 올라갔다.

이번 남문로의 경우는 상황이 더 기막히다. 8m도로에 인접한 지역이라 과거엔 약 10m높이로밖에 아파트를 올릴 수 없었다. 따라서 아파트 올려도 3층밖에 못 올린다는 말들이 나돌았던 지역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성이 없어 개발 사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이번에 39층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의 한 경관심의위원은 남문로 아파트가 계획대로 지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교통부문만 놓고 보면 아파트 주변 진입로를 매입해야 하는 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조건부 심의를 해줬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층아파트 좋기만 한 걸까

 

구도심 내 고층아파트는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문화동센트럴칸타빌의 경우는 현재 전세가가 2억원 초반대(114m²)로 형성돼 있다. 매매가는 3억원대다. 입주민 모 씨는 신규 아파트를 살다가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커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중년 부부들에겐 전세가가 저렴해 인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은 학교 및 편의시설이 부족해 인기가 없다. 구도심 아파트의 한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생각만큼 고층아파트의 인기는 좋지 않다.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어도 구도심 내 학교들은 학생 수가 줄어 폐교위기에 놓여있다. 또 학교 주변으로 학원가 및 상점가가 형성돼야 하는 데 이마저도 학생 수가 적다보니 미비하다.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처음 청주에 건설될 때 사직동 재개발을 바라는 주민들의 기대감은 컸다. 사직동 주민 모씨는 “10년이 지났어도 두산위브더제니스만 섬처럼 서 있다.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까 큰 메리트가 없다. 주변의 동반성장은 사실상 어렵다. 아파트만 짓는 것에서 끝날 수 있다. 아파트 자체가 주변과 단절을 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사직시장에서 몇 명이나 장을 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공공의 스카이라인

 

스카이라인은 공공의 자산이다. 구도심의 낮고 두터운 도시또한 청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키워드였다.

김태영 청주대 교수는 10년 전부터 구도심의 역사를 모형으로 복원해왔다. 그는 낮고 두터운 구도심의 모습이 청주의 정체성이자 자산인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새롭게 건설되는 시청사 주변이 구도심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시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가다간 청주시 곳곳에 또 다른 고층아파트가 불쑥 불쑥 들어설지 모른다. 건축가 모 씨는 청주시의 구도심을 지구단위 계획을 세워 규제지역으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 가로구역별 지구단위 계획을 하면 블록별로 건폐율, 용적률 등 층수제한을 통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호할 수 있다. 구도심 아파트들의 분양성이 떨어지는 이 시점에서 지구단위 계획으로 묶어 놓아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경우 이미 가로구역별 지구단위 계획을 설정해 놓았다. 청주시 구도심을 하나의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고 규제를 설정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모 씨는 시간이 많이 걸려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도시 계획 심의를 통해 블록별 지구단위 용역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 안 그러면 구도심의 정체성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간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