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돌아다녀보니
상태바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니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12.12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강희 편집국장

 

인생은 ‘백구과극(白駒過隙)’ 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흰 망아지가 달려가는 것을 문틈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니 얼마나 짧은가. 올 한 해도 다갔다. 한 해를 돌아보니 그나마 여기저기 다니며 세상구경 한 것이 떠오른다.

나는 자연보다는 주로 특색있는 도시를 찾아다녔다. 그 중 박물관의 도시 강원도 영월, 미술관의 도시 경기도 용인, 역사인물의 도시 경남 산청이 기억에 남는다. 영월은 ‘단종의 슬픔과 김삿갓의 풍류가 깃든 곳’이라는 수식어가 있지만 볼 게 많은 도시다. 유배와 방랑의 땅이 아니라 박물관투어가 있을 정도로 박물관이 많다.

영월의 박물관은 세 권역으로 나뉜다. 영월군청 주변에는 단종역사관, 동강사진박물관, 별마로천문대, 곤충박물관, 근현대생활사박물관, 종교미술박물관, 닥종이갤러리, 강원도 탄광문화촌, 미디어기자박물관 등이 있다.

또 주천권역에는 호야지리박물관, 인도미술박물관, 화석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이 있다. 김삿갓권역에는 동강디지털소사이어티, 조선민화박물관, 김삿갓문학관, 묵산미술박물관, 아프리카미술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등이 자리를 잡았다. 거칠게 나열해도 이 정도가 된다. 단종이 유배당했던 청령포와 단종릉이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지만 영월은 박물관도시라는 것 만으로도 타 도시와 구별된다.

용인에서는 미술관이 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호암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한국미술관, 이영미술관, 마가미술관, 지앤아트스페이스, 벗이미술관, 뮤지엄그라운드, 안젤리미술관, 알토이미술관, 근현대사미술관 담다, 갤러리409, 미송갤러리, 판각화갤러리, 다빈치갤러리 등이 있다.

대표적인 곳은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호를 딴 호암미술관이다. 우리나라 전통의 멋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정원과 그림을 한군데서 볼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건축물을 보는 순간 압도당한다. 국제현상설계공모에서 독일건축가 크리스텐 쉐멜·마리나 스탄코빅의 작품이 선정됐다고 하는데 이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를 누린다. 여기 가면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세계를 볼 수 있어 좋다. 용인은 미술관의 도시로 성장하면 특색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리산 자락의 산청은 작은 고장이지만 볼거리가 많아 놀랐다. 허준·문익점·조식과 얽힌 얘기가 있는 곳이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산청에서 스승 유의태를 만나 의원이 됐고 수많은 환자들을 살렸다. 지리산 골짜기에서는 약초를 캐고 연구했다. 산청군은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마친 뒤 한방의료원·숙박·체험·음식점·휴식시설이 있는 동의보감촌을 조성했다.

여기서 가까운 곳에는 문익점이 최초로 면화를 심었던 면화전시관, 조선시대 유학자 조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한 덕천서원이 있다. 산청을 둘러보면 역사적인 인물들의 발자취가 어린 특별한 고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사문화자원이 많은 곳이라 부러웠다.

이렇게 다니면 비로소 내가 사는 곳이 더 잘 보인다. 청주시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과연 청주시는 어떤 도시인가? 그래도 우리에게는 직지가 있다. 이제 ‘박제된’ 직지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는 직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직지코리아가 열린다. 준비를 잘해서 청주시가 ‘노잼’도시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노잼은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