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사느냐고 묻길래, 직지를 아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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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 사느냐고 묻길래, 직지를 아느냐고 물었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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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자 휘(충청대학 공연영상제작학부)
   
청주 시내, 시외를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광고카피들을 보게 된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어디를 가나 카피라이터의 눈엔 광고카피만 환하게 본능적으로 보인다. 흔히 말하는 약도 없고 치유도 불가능한 직업병이다.

술집에 갈 때도 그 술집이름이나 메뉴이름이 특이하면 주인에게 꼭 묻곤 한다.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무슨 뜻인지... 그 이름에는 분명히 주인의 독특한 아이디어, 특별한 의미나 추억 혹은 머리칼 쥐어뜯으며 밤새워 만든 고민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자기 아들, 딸 이름처럼 소중한 가게이름. 손님의 입맛을 당기게 하거나 주문하도록 섹시하게 유혹해야하는 메뉴 이름. 가게의 생존이 걸려있을지도 모를 그 이름을 함부로 대충 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어쨌든 여기저기 ‘개의 해’를 기념하기위해 어슬렁거리다가 어느 날 번쩍 청주에 관한 슬로건들을 보게 되었다. 우선 중부IC를 거쳐 청주로 들어오면 덤프트럭 바퀴만한 글자가 눈에 띈다. 세계일류도시 행복한 청주! 또 어디 옥외간판을 보면 직지의 고장 청주로 되어있다.

직지의 본향, 아름다운 문화도시, 깨끗한 도시, 교육도시, 맑은 고장 밝은 미래 등등의 슬로건들도 본 기억이 난다. 그냥 좋은 말로 하면 다양한 이미지전달, 좀 나쁜 말로 평가하면 중구난방! 엄밀히 분석하면 마케팅이나 홍보 전략이 별로 없는 따로국밥 슬로건들이다.

‘관’에서 만든 슬로건이든 ‘민’에서 만든 슬로건이든 하나의 도시이미지를 강하고 확실하게 전달할 때는 통일되고 집약된 슬로건을 써야한다. 그래야만 하나의 강력한 이미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햇빛을 받는 돋보기가 초점이 맞아야 종이에 불을 붙이듯이, 슬로건도 초점이 맞아야 사람들의 마음을 불붙게 할 수 가 있다. 요즘 무슨무슨 위원회하는 것들이 많이 생기는데 청주도 ‘청주 이미지 통일 민관 슬로건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돈키호테 같은 생각도 문득 해본다.

청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무슨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세계일류도시, 행복한 도시, 직지의 고장, 교육도시 등등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청주인들의 뜻대로 타 지역 사람들이 수능문제지 외우듯 머릿속에 외우고 있을거라 자신하는가?

특히 세계일류도시 같은 엄청나게 간 큰 슬로건을 대한민국 사람들이 ‘믿사옵니다’라고 두 손 들어 외쳐줄 것이라 확신하는가? 본인은 세계일류도시하면 런던, 파리, 뉴욕, 동경 같은 도시들이 연상되지, 청주는 아무리 후한 점수를 주고, 반올림해서 꿰맞추어도 세계일류도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청주를 미워해서도 아니고, 비하해서도 아니다. 그냥 툭 떠올리는 ‘연상이미지’를 생각하면 그렇다. 슬로건이란 자신의 재력, 능력, 특징 등을 생각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실수가 없고, 기업이나 제품에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다.

다행히 청주에게는 좋은 슬로건이 있다. 둔탁하고 딱딱할 수 도 있지만 ‘직지의 고장’이 그것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확실한 자료와 근거가 있다. 타 지역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다.

그 누구도 감히 직지는 조작된 것이라고 언론에 기자회견하면서 울며불며 길길이 날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직지 청주’라는 슬로건을 혼자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광고 홍보적 시각으로 보면 사람들에게 강하고 확실하게 도장 찍는 방법은 하나의 전문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먹는 것으로 보면 춘천은 닭갈비, 전주는 비빔밥, 안흥은 찐빵, 순창은 고추장, 영광은 굴비, 상주는 곶감, 보성은 녹차 등등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기업으로 보면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농심은 라면, 제록스는 복사기, 샘표는 간장, 해표는 식용유 등등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비즈니스 산업으로 보면 울산은 중공업, 구미는 전자, 제주는 관광, 포항은 철강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직은 좀 약하지만 원주는 의료기업단지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문화적으로 보면 보령 머드축제, 양양 연어축제, 함평 나비축제, 진해 벚꽃놀이 등등도 있다.

왜 특정지역은 먹거리, 놀거리 등에서 강한 연상을 불러일으키는가? 왜 어떤 기업은 특정제품에서 강한 연상을 일으키는가? 그것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강력한 ‘하나의 이미지’를 심기위해 ‘하나의 컨셉’이 되어 오랜 세월 월화수목금금금 목쉬도록 끈질기게 알렸기 때문이라 본다.

청주라고 못할 것이 없다. 진정 간절히 대한민국에게 청주를 직지의 고장으로 연상시키고 싶다면 유통기한이 지난 일부 슬로건들은 폐기처분하고, 무조건 마르고 닳도록 ‘직지의 가캄를 외쳐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만이 알고 있는 직지’가 아니라 ‘그들도 알고 있는 직지’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직지하면 청주!’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게 된다면 세계일류라는 간 큰 도시는 몰라도 행복한 도시는 저절로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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